(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박시형 기자)
금융권 노사 상견례 겸 1차 산별중앙교섭이 사용자 측의 전원 불참으로 파행됐다.
7일 금융산업노동조합과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는 은행연합회에서 산별교섭을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사용자 측 대표자 35명이 모두 불참해 20분 만에 무산됐다.
특히 사용자 측 간사인 은행연합회 홍건기 상무이사는 이날 오전 해외로 출국해 자리를 비운 것으로 알려졌다.
김문호 금융노조위원장은 "사용자 측이 교섭 의지를 갖고 있었다면 간사가 해외로 나가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며 "일방적으로 산별교섭을 지키지 않는 것은 노사협의와 신의성실원칙을 위반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금융노조는 이날 7개 금융공기업의 사용자협의회 탈퇴에 대해서도 강하게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금융정책국장이 지난달 29일 금융공기업 임원들을 소집해 사용자단체 탈퇴를 지시하고 다음날 실제로 이들의 탈퇴가 이뤄졌다"며 "국가 공무원이 산별 노조 파괴를 시도한 노동 탄압이자 직권남용·부당노동행위"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불법 개입해 산별 노사관계를 파탄낸 금융위원장과 금융정책국장의 즉각 사퇴를 강력히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사용자 측은 성과주의 확산과 저성과자 해고, 신입사원 임금삭감, 올해 임금동결 등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성과주의 도입의 경우 정부가 강하게 추진하고 있어 노조와의 격한 충돌이 예상된다.
이에 대해 박광일 부산은행노조 위원장은 "개인성과주의가 도입될 경우 그 피해는 국민들에게 돌아간다"며 "이를 도입하자고 다그치는 정부는 어느나라 정부인지 모르겠고, 그에 놀아나는 사용자는 어느나라 사용자인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금융노조는 오는 14일 오후 3시 다시 산별중앙교섭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산별교섭 개시를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지만 사 측이 응하지 않으면 남는 방법은 총파업 등 단체행동 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노조는 이날 사용자 측의 불참을 짐작하고 있었다.
금융노조가 지난달 24일 사측에 산별교섭을 요청하면서 집단교섭을 요구했으나 사용자 측은 전례가 없다는 이유로 대표단 교섭만을 고수해 왔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매년 상견례 후 일정을 잡아왔고, 이번에도 같이 날짜를 정했는데 일방적으로 나오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정부의 입김이 크게 작용하는 금융산업 특성상 사용자들도 눈치를 안볼 수는 없을 것"이라며 "이날 불참도 정부의 입장을 잘 따르고 있다는 것을 온 몸으로 보여준 셈"이라고 비꼬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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