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격전지⑧]관악갑, "녹색바람 분다" vs. "희망사항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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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격전지⑧]관악갑, "녹색바람 분다" vs. "희망사항일 뿐"
  • 오지혜 기자
  • 승인 2016.04.11 19: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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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홍, "관악갑, 격전지 아냐…국민의당, 사실상 호남 자민련"
김성식, '호남票' 클릭…천정배 지원유세, "2번 찍으면 친문패권"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오지혜 기자)

서울 관악갑은 서울대 77학번 동문이자 운동권 동료인 더불어민주당 유기홍 의원과 국민의당 김성식 후보의 네 번째 리턴매치로 주목받고 있다.

유 의원은 다수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고 있지만, 지역 특성상 선거결과를 단언하기 어렵다.

우선, 유 의원은 17대·19대 국회에서, 김 후보는 18대에서 관악구 현역의원을 지낸 바 있어 지역 인지도가 비슷하다. 또 지역 특성상 야(野)성이 강해, 새누리당에서 국민의당으로 간판을 바꾼 김 후보에게 상황이 보다 유리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아울러 젊은 세대가 많은 대학가 주변으로 더민주의 지지율이 공고하다는 분석과 함께, 호남출신 지역민이 다수이기 때문에 호남의 판세대로 국민의당이 선전할 수 있다는 관측도 엇갈려 나오고 있다.

국민의당 김성식 후보는 "녹색바람이 불고 있다"고 주장하는 한편, 더민주 유기홍 의원은 "희망사항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 11일 더민주 유기홍 의원 지하철역 선거유세와 국민의당 김성식 후보와 천정배 대표의 지원유세 ⓒ 시사오늘

◇ "중장년층 투표율 믿어" vs. "청년세대 지지 기울어"

<시사오늘>이 11일 찾은 더민주 유기홍 의원과 국민의당 김성식 후보의 선거사무소는 서울대입구역이 자리한 복개천 사거리에 마주 보고 있었다. 주변에는 낡은 연립주택을 배경으로 학생 손님을 겨냥한 프랜차이즈 카페와 삼겹살 가게 등이 즐비했다. 서민 동네의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김성식 후보 사무실은 캠프 스탭들이 선거를 앞두고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습이었다. 1인용 야전침대에서 잠시 눈을 붙이고 있는 스탭들도 보였다.

'선거가 임박해 바쁜 모양'이라는 기자의 말에 한 스탭은 "김 후보가 현수막 글귀를 바꾸자고 해서 밤을 지새웠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신생정당이다 보니 중앙당 지원에 기댈 수 없다"면서 "선거 관련 사항은 김 후보가 직접 관리하고 확인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캠프 핵심 관계자는 선거 분위기를 묻자, "초반의 격차를 줄이는 데 속도가 붙었다"면서 "선거결과는 투표함을 열어봐야 한다고 생각할 만큼 긍정적"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젊은층 지지는 더민주가 더 높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대학가라 젊은 세대가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이들이 관악갑에 오래 살지 않아서 지역구에 관심이 많지 않다"면서 "또 1인 가구가 많아 폭발적인 투표율을 보일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선거 판세를 가르는 것은 중장년층 주민들의 투표라는 설명이었다.

그러면서 "유 의원 측이 최근 캠프에서 선거원 긴급회의를 여는 등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건너편에 자리한 유기홍 의원 사무실 역시 총선을 앞두고 막판 스퍼트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외부 인사들 방문도 이어져 사무실이 북적거렸다.

▲ 낙성대역에서 선거유세 중인 더민주 유기홍 의원 ⓒ 시사오늘

유 의원 캠프 핵심 관계자는 "관악갑이 격전지로 거론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며 "김 후보 측이 언급한 긴급회의도 통상적인 것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유 의원도 마침 캠프에 있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그는 "국민의당이 황색바람에 빗대 녹색바람이 분다고 하는데 희망사항일 뿐"이라면서 "이미 다수 여론조사에서도 격차를 좁히지 못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황색바람은 지난 1988년 13대 총선에서 DJ의 평화민주당이 파격적인 공천으로 광주·전남을 중심으로 전국적인 판세를 흔들어 여소야대 정국을 만들어낸 것을 말한다. 당시 평화민주당의 상징색은 황색이었다.

유 의원은 연령별 지지층에 대해서는 "젊은 세대의 지지는 분명하다"면서 "선거유세를 나가는데 젊은 운전자가 굳이 선거 유세차를 쫓아와 응원하고 가더라"는 에피소드를 들려줬다.

그러면서 '중장년 층에서는 그만큼 열렬한 지지는 보이지 않는다'는 기자의 말에 "그렇지 않다. 지난 10일 사전투표소를 찾았는데, 제게 표를 던졌다는 분들의 연령층이 굉장히 다양해 놀랐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 배석한 캠프 관계자도 "유 의원에 대한 지지는 2030, 그리고 40대까지 봐야 한다"고 자신감을 비쳤다.

이날 유기홍 의원 캠프는 낙성대역에서 유세를 벌였다. 젊은 시민들은 유 의원과 '셀카'를 찍는 모습이었지만, 한 50대 여성은 유세현장을 피해 발걸음을 옮기는 모습도 보였다.

◇ "관악갑, 호남 판세대로" vs. "전통 여당票, 분열될 것"

김성식 후보 측은 지역 내 호남민심에 승부수를 띄우는 모습이었다.

김 후보 측 캠프 관계자는 "서울 지역구 중에 호남출신 지역민이 제일 많은 곳이 관악갑"이라면서 "현재 호남 판세대로 국민의당 승리로 이어질 것"이라고 희망적인 관측을 제시했다.

국민의당 지도부는 이날 김성식 후보 지원유세를 위해 관악갑을 찾았다. 특히, 호남지역 지원유세를 도맡은 천정배 국민의당 대표가 나선 것은 관악갑의 호남표를 의식한 행보로 보인다.

▲ 합동유세 중인 국민의당 김성식 후보와 천정배 대표 ⓒ 시사오늘

천 대표는 현대시장 사거리 지원유세에서 국민의당의 호남지역 선거전략인 '반문정서'를 클릭했다.

그는 "이번 제1야당 공천에는 문재인 키즈가 대거 들어가 있다"면서 "더민주에게 표를 줘봤자 친문패권만 공고히 하고 정권교체는 하지 못할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유 의원은 이에 대해 "국민의당이 호남 자민련이 될까 봐 그나마 가능성을 보이는 수도권 지역구에 목숨 걸고 있다"면서 "아무리 호남출신들이 많아도 관악갑은 수도권 지역"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민의당이 표를 받아도 결국 전국적인 정당이 되기 어렵다"면서 "정권교체 가능성 역시 낮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유 의원 측은 이어 관악갑 선거구도를 야권분열로 볼 게 아니라 여권분열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캠프 관계자는 "관악갑이 야성이 강하다고 해도 무조건 1번을 뽑는 유권자가 있다"면서 "이제까지 김 후보가 여권이라서 던진 유권자 중에 새누리당 후보로 넘어간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한편, 이날 서울대입구역에서 만난 시민들의 반응은 연령별로 분명하게 나뉘었다. 정치혐오 발언도 나왔다.

김성식 후보 사무실 뒤편에서 만난 20대 남성 취업준비생은 "이사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지역 분위기는 잘 파악하지 못했다"면서도 "친구들끼리도 정치 이야기는 잘 안 하는데, 그래도 더민주 쪽이 확실히 인기가 많다"고 말했다.

복개천 사거리를 건너던 20대 여성 사회초년생은 "관악갑이 젊은 사람들이 많다고 하지만 오랜 기간 거주한 분들도 많다"면서 "그분들은 더민주에 실망해서 지역 기반도 있고 이미지도 좋은 김성식 후보를 뽑자고는 하는데, 제 주변에는 '그래도 더민주'가 강하다"고 전했다.

또 70대 남성은 "새누리당은 이번에 안 될 것 같고 더민주나 국민의당 둘 중 하나인데, 이번에는 김성식한테 한 표 줄 생각"이라면서 "김성식이 한나라당 있을 때부터 소신 있게 일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서울대입구역 앞에서 만난 50대 남성은 "여론 같은 거 물어보지 말라. 정치인들 다 싫다"면서 "내가 40년간 관악에 살았지만 변한 것도 없고 희망도 없다고 본다"고 성토했다.

담당업무 : 국회 및 야당 출입합니다.
좌우명 : 本立道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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