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를 통한 야권단일화 선출방식엔 역부족이었다. 은평을 지역의 ‘천호선 당선’은 정치혁신의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단언했던 천호선 국민참여당 후보가 26일 은평을 야권단일후보 선출을 위한 여론조사에서 장상 민주당 후보에게 석패해 그의 정치적 실험은 잠시 미뤄졌다.
패배 직후 천 후보는 "은평을 야권 후보 단일화를 위한 여론조사 결과를 인정한다"면서 "야권 후보 승리를 위해 남은 선거 기간 동안 열심히 돕고 향후 국민참여당과 정치대혁신과 은평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여러분이 보내주신 관심과 애정에 보답하기 위해 앞으로 무엇을 할지만 생각하겠다"면서 "더 큰 숙제를 짊어졌다는 것을 한시라도 잊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루 밖에 남지 않았지만 당장 해야 될 일을 단일화된 장상 후보를 돕는 일이고 형식적이 아닌 최선을 다할 것"이라면서 "다시 거리로 나가겠다. 다시 차분히 인사드리고 말씀을 나누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앞서 천 후보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촉발된 친노그룹의 신당 창당에 가장 앞장서 참여정부 평가포럼 등을 개최하며 국민참여당 창당을 주도했다.
이후 친노아이콘 유시민 전 장관이 국민참여당 주권당원으로 참여하면서 당원이 급증했고 이어 6.2 지방선거에서 민주대연합론이라는 선거프레임을 가지고 사실상 야권연대를 주도해 민주당, 민주노동당 등과 함께 공동지방정부를 구성하는데 일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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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것이 딜레마였다. 반MB연대라는 목표를 두고 행해지는 선거연대의 방법론, 즉 여론조사를 통한 후보연대는 소수정당의 희생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재확인됐다. 과거 DJ 등이 민중당 등 진보정당의 희생을 통한 민주개혁세력의 선거연대를 주장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7.28 재보선 선거운동 과정에서도 나타났듯이 국회의원 선거에서의 야권단일화 합의는 각 당의 첨예한 이해관계로 인해 첫 단추부터 쉽지 않다. 이는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 등 야당의 선거연대의 난항을 예고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게다가 민주당, 국민참여당, 민주노동당 등 야3당이 정당간 선거연대 과정에서 당원들의 의사보다는 여론조사 방법에 의한 후보선출 과정에 합의해 정당정치 약화를 가져왔다는 비판은 향후 적잖은 부담이 될 수 있다.
이 같은 여론조사에 의한 후보선출은 정치적 열세를 한 번에 만해하려는 ‘이벤트 정치’에만 골몰돼 풍(風)에만 의존하는 하위정치를 낳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강준만 전북대 신방과 교수는 <각개약진 공화국>에서 여론조사와 관련 “정치인들의 한탕주의를 창궐케 하고 성찰의 씨를 마르게 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면서 “자기입맛에 맞는 결과가 나오면 ‘대중은 위대’하고 자기 입맛에 맞지 않으면 ‘반대편의 음모와 방해’ 때문에 그렇다는 식의 이중잣대가 만연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은평을 재선거 선대위원장에 유시민 전 장관을 내정하고 이재정 대표와 이병완 구의원(광주 서구) 등 당내 인지도가 있는 인사들을 포진시키는 등 당 사활을 걸다시피 했던 국민참여당의 존립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양순필 국민참여당 대변인은 천 후보 패배 직후 전화통화에, “저희가 좀 더 잘 했어야 했는데...”라고 말하면서도 당내 분위기와 패배원인 등 당내 사정과 관련, “지금 답변할 시기가 아닌 것 같다”며 당내 입장이 정리되지 않았음을 내비쳤다.
원내의원이 단 한명도 없는 국민참여당으로선 2012년 총선 때까지 정국 이슈에서 밀려날 가능성도 높고 약한 조직력 등으로 인해 2012년 총선을 치를 만한 여력이 있는지도 불분명하다. 또 당 조직력을 정비한다 하더라도 6.2 지방선거처럼 지역별 나눠먹기식 단일화 방식을 택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긍정적인 측면도 존재한다. 그것은 6.2 지방선거부터 국민참여당이 줄기차게 주장해온 야권단일화라는 선거연대를 통한 새로운 정치문화의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이다.
국민참여당은 지난 지방선거에서 유시민 전 장관을 중심으로 야권단일화를 사실상 주도했고 패배시 깨끗이 인정하는 모습을 보여준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받을 부분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결국 원내의원도, 조직도 없는 국민참여당이 지향해야 될 가치는 단 하나다. 현재 대선 후보 2위를 달리고 있는 유시민 전 장관 등을 중심으로 당원들과 시민들간 소통을 통한 정당개혁에 매진하는 것이다.
과연 국민참여당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일생을 통해 이뤄내려 했던 시민주권에 의한 정치, 지역구도 해소, 당원 중심의 정당개혁 등을 실현시킬 수 있을까. 국민참여당의 정치실험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한편 천 후보가 단일후보에 실패하자 국민참여당 당원들은 게시판에 응원의 글을 남기고 있기며 국민참여당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닉네임 솔바람향기는 당원 게시판을 통해 "마음이 아프지만 60대 이상 어르신들을 제외한 다양한 젊은 계층이 국민참여당을 지지하고 있다"면서 "이제 2012년을 국민차여당의 해로 만들자"고 말했다
다른 당원은 “정말 가슴이 아프지만 희망을 보았다"면서 "화합시켜 분위기를 반전시켜 낼 능력은 민주당 후보와 민주당원들이 보여 줘야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