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캡틴 아메리카 : 시빌 워>, 슈퍼 히어로 영화를 만드는 완벽한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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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캡틴 아메리카 : 시빌 워>, 슈퍼 히어로 영화를 만드는 완벽한 방법
  • 김기범 영화평론가
  • 승인 2016.04.20 15: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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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범의 시네 리플릿> 만화를 원전으로 한 SF 장르의 모범답안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기범 영화평론가) 

▲ 영화 <캡틴 아메리카> 포스터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악당들로부터 늘 세계를 구원하는 영웅들이 있었다. 

그 영웅들 중에는 범인(凡人) 을 능가하는 초인적인 힘을 가진 이도 있지만, 어릴 적 사고로 돌아가신 부모님에 대한 회한 속에서 최첨단 슈트로 무장한 채 내적 히스테리를 숨기는 갑부도 있다. 

이들은 저마다 확연히 다른 개성을 가지고 세상의 불의와 맞선다. 

그렇게 세상은 위기시마다 구원되지만, 그 과정에서 부수적으로 수많은 선의의 희생자들이 발생하고 마침내 세인들은 언젠가 일탈할지 모르는 영웅들의 행동을 규제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제약에 대한 영웅들의 대처 방식과 정의관은 서로 달라 결국 갈등과 오해는 증폭되고, 이로 인해 마침내 주인공들끼리의 처절한 혈투가 벌어진다. 

여기까지의 내용에서 대개의 영화 관객들은 한 달 전에 개봉해 여전히 상영 중인 <배트맨 대 슈퍼맨 : 저스티스의 시작> 의 줄거리를 떠올릴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 스토리는 시작이 아닌, 이제 시리즈의 종반을 향해 치닫고 있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캡틴 아메리카 : 시빌 워> 의 기본 서사이다. 

그만큼, 이번에 출격한 <캡틴 아메리카> 의 이야기는 <배트맨 대 슈퍼맨> 의 컨셉과 어느 정도 맞닿아 있다. 다만, 이를 풀어가는 방식이 현저히 다르다. 

드라마를 추구하면서도 이야기의 개연성은 포기하는 아이러니 속에 현란한 비주얼에 천착했던 잭 슈나이더의 방법과는 달리, 루소 형제는 관객들이 좋아할 만한 모든 요소들을 철저히 끌어다 붙인다. 

진지한 드라마 대신 전작의 세계관과 자연스레 이어져 관객의 이해를 돋우는 특유의 단순명료한 내용과 화려한 액션, 그리고 위트 넘치는 대사와 유머가 깃든 카메오 출연까지, 그동안 마블이 선보였던 플롯과 제작 방식은 이번 시리즈에서도 120% 구현된다. 

한마디로 <배트맨 대 슈퍼맨> 과 대조라도 하려는 것처럼, 이제 갓 시작된 DC 유니버스의 반격이 있기 전까지 그동안 마블이 어떻게 SF 히어로 장르를 지배해 왔는가를 이번 작품은 명징하게 설명한다. 

물론 지금에서야 출범하는 저스티스 리그의 위상을 폄훼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전통의 슈퍼맨과 배트맨, 그리고 원더우먼으로 상징되는 DC 유니버스의 히어로는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고 있고, 캡틴 아메리카나 아이언 맨 등의 대척점에 설 수 있는 남다른 잠재력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캡틴 아메리카 : 시빌 워> 는 <배트맨 대 슈퍼맨> 이 이야기의 개연성 부문에서 혹평 받은 이유를 잘 안다는 듯, 지극히 안전한 서사 구조를 지향한다. 

여기에 수많은 영웅들을 한꺼번에 투입시켜 편을 이룬 맞대결을 펼치면서, 관객을 낚는 제목만큼 결투씬이 충만하지 못했던 <배트맨 대 슈퍼맨> 을 양적으로 압도한다. (하긴 숱한 영웅들을 한 화면에 배치하는 압도적인 물량 투입은 기존의 <엑스맨> 이나 <판타스틱 4> 시리즈에서도 보여준, 마블 코믹스의 전가의 보도이기는 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악당들 앞에서 영웅들끼리 싸우는 이유가 납득될 만큼 선명하다는 것이다. 

부모 때문에 대결 도중 설득력 떨어지는 화해를 이루는 내용보다는, 부모 때문에 끝내 싸울 수밖에 없는 영웅들의 이야기는 차라리 현실적이다. 

여기에 사랑하는 가족을 잃어 선량한 시민에서 복수의 화신이 되는 빌런의 영웅에 대한 반론도 관객들의 공감을 살만 하다. 

그렇게 <캡틴 아메리카 : 시빌 워> 는 대중이 좋아할 만한 요소는 최대한 갖추고 약점은 극소화한 채, SF 히어로 영화를 안전하게 만드는 방법을 얄미우리만치 계산적으로 보여 준다. 

이는 흐름을 따라잡는 이해를 순간적으로 방해할 수 있는 빠른 장면 전환이나, 다소 길다고 느껴질 수 있는 러닝 타임에 대한 불만의 여지가 순전히 보는 이의 집중력 부족과 게으름 탓으로 돌려져 묻힐 수 있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결국 대개의 슈퍼 히어로 영화란 ‘코믹스’ 라 불리우는 미국식 만화 원전에 기반하고 있다는, 잠시 잊고 있던 그 단순한 진리를 마블의 <캡틴 아메리카 : 시빌 워> 는 새삼스레 일깨운다. 

마치 매니아들의 눈만 철학적으로 잔뜩 높인 고독한 영웅의 진중한 서사시는 이제 트렌드에서 멀어져, 진작에 크리스토퍼 놀란의 <다크 나이트> 에서 끝냈어야 했다고 경종을 울리는 것 같다. 

비슷한 컨셉으로 또 다른 드림팀의 서막을 알렸던 <배트맨 대 슈퍼맨> 의 개봉이 한 달만 미루어졌다면 그야말로 관객들이 애타게 기다리던 양대 축의 흥행 ‘시빌 워’ 는 개전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결과론이지만, 다행히도(?) 그 한 달 격차의 개봉이 한 영화가 겪을 수 있는 대참패와 불명예를 막은 듯하다. 

이로써 DC 코믹스는 한 방 먹었다. 

12세 관람가가 충분히 이해되는 <캡틴 아메리카 : 시빌 워> 는 4월 27일 개봉한다.

사족 : 드디어 합류한 ‘거미인간’ 이 반갑다. 쉴 새 없이 떠드는 그의 입담과 코스튬은 <데드풀> 을 연상시키나, 그렇게 마블의 DNA 를 이어가는 것도 괜찮아 보인다. 

 

★★★★

 

·영화 저널리스트
·한양대학교 연구원 및 연구교수 역임
·한양대학교, 서원대학교 등 강사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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