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최준선 기자)
쌍용건설이 5분기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한 데 이어 3년여 만에 턴키(설계·시공 일괄입찰) 공사를 수주하는 등 ‘건설명가 재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올해부턴 턴어라운드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영업이익·영업현금흐름 ‘흑자전환’…수주실적도 ‘양호’
2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쌍용건설의 지난 1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60억 원으로, 2014년 4분기 적자로 돌아선 이후 5분기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영업현금흐름도 지난해 마이너스 182억 원에서 흑자전환해 36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법정관리 졸업 후 상승한 신인도에 의해 현장원가가 정상화 된 것이 재무 지표 향상에 도움을 줬다는 평이다.
최근에는 3년6개월 만에 턴키 시장에 다시 진입하는 등 수주에 있어서의 실적 개선세도 보이고 있다. 쌍용건설은 지난 20일 한국수자원공사가 발주한 1327억 원 규모의 ‘수도권(Ⅱ) 광역상수도 용수공급 신뢰성 제고사업 제2공구’ 사업을 수주했다고 밝혔다. 턴키 공사는 한 업체가 설계와 시공을 다 함께 맡아서 해 준다는 의미의 ‘설계ᆞ시공 일괄 입찰’을 뜻한다.
이번 수주는 쌍용건설이 지난해 2월 두바이투자청(ICD)을 대주주로 맞이한 이후 해외와 국내 도급사업 위주의 사업영역을 벗어나 턴키까지 영역을 확대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특히 기술형 입찰이었던 이번 수도권 광역 상수도 사업은 설계가 가능한 회사가 한정돼 있었는데, 쌍용건설이 수주를 따냄으로써 관갱생 분야의 강자임을 재확인하는 계기가 됐다는 게 쌍용건설 측의 설명이다.
이에 앞서 쌍용건설은 기업 정상화 이후 지난해 12월 두바이에서 3개 프로젝트, 총 16억 달러를 동시에 수주하는 성과를 올렸고, 올 초에도 싱가포르에서 도심지하철 TEL 308 공구를 2억5200만 달러에 수주했다.
이 같은 성과의 배경은 ICD가 주요 주주로 함께했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는 게 업계의 평이다. 싱가포르에서 정부 발주공사 참여를 위해 필요한 신용도를 최상위 등급(BCA A1)까지 회복시켜 줬고, 싱가포르 민간은행인 UOB(United Overseas Bank)와 최상위 신용등급의 수수료율을 적용받는 보증한도 약정도 체결했다.
향후 해외 건설시장에서의 호재도 상당하다. 2020 두바이 EXPO 관련 수주가 대표적이다. 김석준 쌍용건설 회장은 지난해 말 두바이 엑스포와 관련해 10억~20억 달러 규모의 공사를 수주할 것을 예상한 바 있다.
쌍용건설 관계자는 “ICD의 영향력과 투자를 바탕으로 전략 지역인 동남아시아는 물론 중동 GCC(Gulf Cooperation Council) 지역과 아프리카, 유럽까지 시장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쌍용건설은 국내 재개발과 재건축, 리모델링 등 도시정비사업과 민간 분양 사업도 본격 재개할 방침이다. 지난해 쌍용건설은 공공입찰 기업신용등급 ‘A-’를 획득했고, 주택도시보증공사와 건설공제조합, 엔지니어링공제조합 보증 업무도 정상화했다.
특히 주택도시보증공사는 쌍용건설 신용등급을 지난해 9월 기존 ‘BBB0’에서 ‘BBB+’로, 이달 25일에는 ‘A+’까지 상향 조정했다. 통상 ‘BBB+’ 이상 등급을 보유해야 보증공사로부터 보증을 받을 수 있다. 보증 없이 자체사업을 벌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것을 고려하면, 그 동안 수주가 제한됐던 일반분양 사업에 ‘숨통'이 트인 셈이다.
이를 기반으로 쌍용건설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둔촌 현대 3차 160가구(리모델링) △평촌 목련 3단지 902가구(리모델링) △등촌 1구역 518가구(재건축) △부천 괴안3D구역 794가구(도시환경정비사업) 등을 수주했다. 올해도 광주 양동 3구역에서 1179가구 규모의 재개발 사업을 수주하며 민간영업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부채비율과 신용도 회복이 향후 과제
다만 상대적으로 높은 부채비율이 쌍용건설의 부담 요인 중 하나다. 지난 1분기 쌍용건설의 부채비율은 278%에 달한다. 부채비율은 기업의 재무건전성이나 안정성을 나타내는 지표 중 하나로써, 부채총계를 자본총계로 나눈 값에 100을 곱한 수치다. 비율이 높을수록 자본 의존도가 높다는 것을 뜻한다. 통상 200% 안팎을 현실적인 수준으로, 250%를 넘어서면 불안정한 상태로 평가한다.
이자보상배율도 3년 연속 1미만을 기록해 우려를 자아낸다. 이자보상배율은 영업이익을 금융비용(이자비용)으로 나눈 값으로, 이 수치가 1보다 작다는 것은 한 해 동안 벌어들인 돈으로 이자조차 갚지 못한다는 뜻이다. 지난해 쌍용건설의 연결실적 기준 이자보상배율은 -29.65를 기록했다.
금융권 신용도 회복도 남은 과제 중 하나다. 쌍용건설은 법정관리 졸업 후 아직 끌어올리지 못한 금융권의 신용도로 인해 PF(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3년 법정관리 과정에서 ‘C’(투기등급)까지 떨어졌던 쌍용건설의 신용등급은 지난해 ICD에 매각된 이후 BB+까지 높아졌다. 그러나 집단대출 규제 이후 금융권이 대출에 있어 보수적인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탓에, 쌍용건설의 현재 신용도로는 대형 공사를 수행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평이다.
업계 관계자는 “올 초 제1금융권이 집단대출 규제를 강화한 이후 중견·중소건설사들은 국내 주택사업을 진행하는 데 난항을 겪고 있다”며 “국내 신용도가 받쳐주지 못하는 쌍용건설 역시 당분간은 대규모 분양 사업을 추진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지난해 주택도시보증공사의 등급 회복 이후 국내 민간 주택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고 대주주의 지원에 힘입은 재무구조 개선도 예상되고 있어, 금융권 신용도도 이른 시일 내에 회복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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