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물오리를 구출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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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물오리를 구출하라'
  • 글 이성촌 구조대장/정리 박근홍 기자
  • 승인 2016.06.18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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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촌 구조대장의 출동 이야기(5)>"야생동물들아, 미안해"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글 이성촌 구조대장/정리 박근홍 기자)

이른 삼복더위에 도시의 동물들도 하나둘 새끼를 낳아 기르기 시작하는 어느 여름의 초입 ‘띵똥’하고 출동 신호가 울려 퍼진다. 오늘도 고양이 새끼들 구조로 하루를 시작하는구나 생각하는 순간, 난데없이 ‘오리를 구출하라’는 지령이 떨어졌다.

무슨 오리를 구조하라는 건지 다들 의아해 하면서 구조대원 3인이 청사에서 그리 멀지않은 연희교회 쪽으로 방향을 잡고 출동차에 몸을 옮겼다.

현장에 도착해 보니 어린아이부터 할머니까지 많은 사람들이 커다란 스테인리스 대야를 쳐다보며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었고, 하늘 위에는 물오리 한 마리가 불안한 듯 이곳저곳으로 날개를 파닥이며 날고 있었다.
 
대야 안에는 새끼 물오리 아홉 마리가 ‘꽥꽥’ 거리며 동동 떠다니고 있었다. 신고자는 길을 잃어 방황하는 새끼오리를 잡아서 대야에 넣어놨다며 어떻게 해야 새끼들을 살릴 수 있느냐고 대원들에게 물었다.

“야생오리들이기 때문에 새끼들만 구조하면 다 죽습니다. 어미하고 같이 포획해서 자연에 방사해야 합니다. 주변에 계신 분들은 어미가 새끼들에게 접근할 수 있도록 조금 떨어져 주세요.”

▲ 구조된 야생오리들 ⓒ 은평소방서

우리들은 어미를 새끼들에게 유인할 방법을 강구한 끝에, 드디어 묘안을 떠올렸다. 대야에 담겨있는 물오리 새끼들을 퇴로가 막혀있는 빌라 현관에 넣어놓고, 어미가 들어갈 수 있도록 현관문을 살짝 열어놓는 계획이었다.

마을 주민들과 대원들이 현관에 있는 새끼오리들로부터 멀리 떨어져 어미의 동태를 주시한지 5분 정도 흘렀을까. 새끼들의 안위가 걱정돼 주변을 맴돌던 어미오리가 드디어 빌라 현관 계단 아래에 착륙했다.

뒤뚱대며 계단을 오르는 어미오리. 주변을 잠시 경계하더니 잡힐지도 모른다는 두려움보다 새끼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야생의 모성본능에 이끌려 현관문 안으로 들어갔다.

어미가 현관으로 들어가기를 학수고대하던 대원들은 망설임 없이 열려있는 현관문을 닫았고, 주민의 안내를 받아 지하주차장을 통해 안쪽입구에서 현관으로 진입해 어미오리를 생포하는데 성공했다.

“이야!” 주변에서 이 장면을 지켜보던 주민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신고하신 나이 지긋한 할아버지는 “우리나라에서 이놈들 살릴 사람은 당신들밖에 없어. 꼭 살려주쇼”라고 대원들에게 말씀하셨다.

“어미하고 같이 있으면 아마 잘 살 겁니다. 바로 홍제천에 방사할 테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우리는 수심 가득한 얼굴로 어미오리와 새끼오리들을 지켜보고 있던 신고자를 안심시켰다. 꼭 살려달라는 신고자와 주민들의 간절한 목소리를 새기고, 현장 인근 홍제천으로 곧장 이동했다.
 
인간의 탐욕에 의해 파괴된 도시에서 구조돼, 조금이나마 자연에 가까운 모습으로 복원된 홍제천에 방사되는 물오리들을 보며, 야생동물 구조의 뿌듯함보다 그들에 대한 연민과 미안함이 여름날 아스팔트의 아지랑이처럼 내 마음 한구석에 피어올랐다.

▲ 홍제천에 방사된 어미오리와 새끼오리들 ⓒ 은평소방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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