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의 정치는 '책임회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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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의 정치는 '책임회피'인가
  • 박근홍 기자
  • 승인 2016.06.29 15: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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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막스 베버를 잘못 읽은 安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이번 일에 관한 정치적 책임은 전적으로 내가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모두 책임지고 대표직을 내려놓겠다. 정치는 책임지는 것이다. 막스 베버가 책임윤리를 강조한 것도 그 때문이다. 내가 정치를 시작한 이래 매번 책임져야 할 일에 대해서 책임을 진 것도 다 그 때문이다. 나와 국민의당은 앞으로 초심을 잃지 않고 주어진 길을 열심히 걸어가겠다"

(2016년 6월 29일, 국민의당 안철수 前 대표)

▲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 ⓒ 뉴시스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가 29일 리베이트 의혹에 대한 책임을 지고 당대표직에서 스스로 물러났다. 안 전 대표는 이날 사퇴의 변으로 독일의 유명 사회학자 막스 베버의 말을 인용하면서 "정치는 책임지는 것"이라고 했다.

기자는 안 전 대표의 말을 듣고 의아함을 감출 수 없었다. 그가 베버의 '책임윤리'에 대해 상당한 오해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안 전 대표가 진정 책임윤리를 제대로 이해했다면 사퇴를 뒤로 미뤘어야 했다는 생각이 든다.

안 전 대표는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없게 됐다. 책임윤리는 1919년 베버가 자신의 강연 내용을 정리해 책으로 집필한 <직업으로서의 정치>에 등장하는 용어로, 직업정치가는 자신의 행동에 따른 '결과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윤리원칙을 강조한다.

아직까지 리베이트 의혹에 대한 검찰의 수사결과가 나오지 않은 실정이다. 의혹에 연루된 김수민, 박선숙 의원의 혐의도 아직까지는 공식적으로 입증된 게 없다.

향후 이들의 혐의가 모두 사실로 밝혀진다면 그때 가서 안 전 대표가 또 어떤 책임을 질 것인지 궁금하다. 차기 대선출마 포기선언이라도 할 셈인가. 무혐의 처분을 받는다고 해도 안 전 대표의 책임론이 불거질 게 뻔하다. 잘못된 판단으로 당을 존립 위기에 처하게 했기 때문이다.

책임윤리가 아니라 '신념윤리'에 따른 결정을 한 게 아닌지 의구심마저 든다. 베버는 책에서 책임윤리와 대조를 이루는 개념으로 신념윤리를 들었다. 신념윤리는 신념에 충실한 행동을 하고 결과는 모두 하늘의 뜻에 맡기는 것을 의미한다. 베버는 선한 신념으로 행동하면 반드시 좋은 결과가 올 것이라고 믿는 정치인의 안이한 태도를 강하게 비판했다.

안 전 대표는 "정치는 책임지는 것"이라는 자신의 신념에 따라 당대표직에서 물러났다. 그 여파가 그와 국민의당에 어떠한 결과를 초래할지에 대해 심사숙고하고 내린 결정인지 의문이다. 안이한 판단이었다는 생각이다.

물론, 신념윤리의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어떠한 불리한 상황과 직면했더라도 자신의 신념과 대의를 위한 노력을 다한다는 것은 정치인에게 반드시 필요한 덕목 중 하나다.

그러나 지금 안 전 대표에게는 '신념'만 느껴질 뿐, '대의'가 엿보이지 않는다. 대의를 추구했다면 리베이트 의혹에 따른 당내 분란을 모두 수습한 뒤에 당대표직을 사퇴했어야 했다고 본다. "정치는 책임지는 것"이라는 신념을 내세웠지만, 결과적으로 수습책임을 다른 사람에게 전가한 꼴이 돼 버렸다.

안 전 대표의 정치는 책임지는 것이 아니라 책임을 회피하는 것인가.

기자는 베버가 책임윤리를 거론하기 이전에 열정·책임의식·균형감각 등 직업정치가의 자질을 강조했음을 안 전 대표가 기억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래야만 안 전 대표와 국민의당이 초심을 잃지 않고 주어진 길을 열심히 걸을 수 있지 않을까.

망중한을 즐기게 된 안 전 대표에게 베버의 책을 다시 한 번 정독하길 권장한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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