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 우대’ ‘서민 홀대’ 두 얼굴의 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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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 우대’ ‘서민 홀대’ 두 얼굴의 은행
  • 박세욱 기자
  • 승인 2009.04.30 11: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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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 금리 깎아 부자들에게 고금리 우대
시중 은행들이 같은 예금상품이라도 맡긴 돈에 따라 금리를 큰 폭으로 차등 지급하고 있다.
은행들이 거액의 자산가들에게는 우대 금리를 제공하면서도 서민들에게는 대출 및 예금 금리를 오히려 깎고 있어 눈총을 사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상당수 은행들에서 두루 나타나고 있다. 실적에만 치중한 은행권이 서민을 홀대한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은행들은 저신용자에 대한 대출 지원에 발벗고 나서겠다고 선언했지만 창구의 문턱은 좀처럼 낮추지 않고 있다.
 
▲     © 시사오늘

지난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HSBC 은행이 ‘다이렉트 저축예금’ 상품의 금리를, 4천만 원 이하에 대해서 종전 1.4%에서 1.0%로 0.4% 포인트 낮췄다. 반면, 5천만 원 초과는 종전 1.6%에서 2.0%로 0.4% 포인트 높였다. 예전 0.2% 포인트였던 금리 차이가 1% 포인트로 확대된 것이다. 은행들이 예금 가입규모에 따라 금리를 차등 적용하면서, 서민들의 금리를 깎아 거액 자산가들에 고금리 혜택을 부여하고 있는 것이다.
 
SC제일은행도 마찬가지다. SC제일은행의 ‘마이드림 통장’은 100만 원 미만과 5천만 원 이상 예치금의 금리가 각각 0.1%와 2.5%로 무려 25배나 차이가 난다. 또 발행한 수표에 포인트 이자를 주는 ‘플러스알파 통장’은 1천만 원 미만이 0.1%인 데 비해 3억 원 이상 예치금의 금리는 2.0%로 20배나 높다.
 
▲     © 시사오늘

또한 우리은행의 ‘키위정기예금’은 5천만 원 이상에 최고 3.75%, 1천만 원 미만에 3.45%를 제공하며, 기업은행의 ‘실세금리정기예금’도 3천만 원 이상에 최고 3.34%, 3천만 원 미만에 3.10%를 제공하고 있다.

PB늘리고 수익 떨어지는 지점 통폐합
 
결국 은행들의 VIP 고객 유치 경쟁은 일반 영업점 축소로 이어지고 있다. 부자 고객 전용 프라이빗 뱅킹(PB)영업점은 늘리면서, 수익이 덜 나는 일반 영업점은 잇따라 통폐합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PB 지점을 1~2년 안에 100여 개 늘리고, 일반지점을 30여 개 통폐합할 방침이다. 현재 우리은행은 PB고객에게 거래 실적 등에 따라 일반 정기예금 금리보다 0.3%포인트 더 높은 금리를 얹어주고 있다.
 
▲     © 시사오늘
신한은행도 PB 서비스를 특화해 확대한 반면, 수익이 덜 나는 일반 영업점 104개를 최근 인근 점포와 통합했다.
이렇듯 은행들은 거액 자산가들에 대한 서비스를 점차 확대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프라이빗 뱅킹(PB) 서비스인 ‘골드앤드와이즈’의 대상을 금융자산 5억 원이나 30억 원 이상으로 제한하는 등 대다수 은행이 거액 자산가에게만 PB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 2월 PB고객 그룹을 ‘웰스매니지먼트(WM)그룹’으로 개편하고 예금 10억 원 미만 고객에 대해서도 특화된 영업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은행 관계자는 “PB고객이 은행 수익의 80%가량을 기여하다보니 신경을 더 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형은행, 저신용자 대출 실적 부진
 
이렇게 은행들이 우량 고객 확보에만 신경 쓰다 보니 일부 신용대출 금리가 주택담보대출 금리보다 낮은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퇴직금이 담보되는 공무원들에게는 신용등급과 관계없이 우대 금리를 적용해 주지만, 주택대출의 경우 높은 가산 금리를 붙이기 때문이다.
 
▲     © 시사오늘
금융감독원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달 1일부터 지난 16일까지 시중 8개 은행들의 저신용자 대출인 ‘희망홀씨대출’ 취급실적은 8천799명, 450억 원으로 예상치를 밑도는 부진을 보였다. 기존 실적을 포함한 저신용자 대출 실적도 연간 목표의 13%에 그치고 있다.
 
농협(202억 원)과 전북은행(184억 원)은 상대적으로 대출금액이 많았지만, 하나은행(29억 원), 부산은행(6억 원), 광주은행(6억 원), 대구은행(2억 원), 국민은행(8억 원) 등은 대출실적이 부진했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은 각각 4월 20일과 22일에서야 저신용자 대출을 취급하기 시작해 집계에 포함되지 않았다. 고객 기반이 넓은 대형 은행들의 실적이 전북은행의 4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     © 시사오늘
은행들은 저소득층의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금감원과 함께 7등급 이하의 저신용자 전용 대출상품을 개발했으며 1년 동안 기존 저신용자 대출 실적을 포함해 약 24만 명에게 총 1조3천600억 원을 10% 후반 금리로 대출하기로 했다.
 
하지만 기존 실적을 포함한 은행권의 저신용자 대출잔액은 1천796억 원(3만638명)으로 목표치의 13.2%에 그치고 있다.
이렇듯 부실을 우려한 시중 은행들이 몸을 사리면서 서민들에게 문턱을 낮추겠다는 은행들의 공언은 좀처럼 지켜지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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