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제20대 총선의 최대 피해자는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였다. 김 전 대표가 내세운 ‘오픈 프라이머리’는 친박계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좌초했고, 공천 과정에서는 전권을 틀어쥔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에게 밀려 거의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다. 그럼에도 그의 지지율은 폭락했다. 한때 ‘대세론’까지 형성했던 김 전 대표의 현재 지지율은 5% 수준. 더 이상 그는 유력 대권주자로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새누리당 일각에서 ‘그래도 김무성’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김 전 대표가 보유하고 있는 자산이 큰 까닭이다. 우선 김 전 대표는 새누리당 내 최대 계파 수장이다. 혁신비상대책위원회에 홍문표·김영우 의원을 진입시켰을 뿐만 아니라, 김성태·김학용·권성동·김용태·황영철 의원 등 원내에 김무성계로 분류되는 인사만 10명이 훌쩍 넘는다. 당내 차기 대권 주자로 거론되고 있는 유승민 의원이나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마땅한 세력을 형성하지 못하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또한 김 전 대표는 새누리당에 몇 안 남은 ‘정통파’로 꼽힌다. 전통적으로 새누리당은 영남을 기반으로 보수 세력을 대변해왔다. 그러나 현재 새누리당에서 차기 대권 후보로 꼽히는 인물은 모두 ‘확장형’에 가깝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은 지역적으로 충청 공략을, 유승민 의원은 사상적으로 중도보수층을 노리는 노선 확장형 카드다.
문제는 새누리당 내에서 ‘텃밭’ PK와 보수층의 결집 없이 대선을 치르는 데 대한 ‘공포감’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여권의 한 핵심 관계자는 21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영남과 보수층이 등을 돌리고 있는데 중원만 공략한다고 해서 대선을 승리로 이끌 수 있겠느냐”며 “집토끼가 떠나는데 산토끼 쫓다가는 이도저도 안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스스로를 오랜 새누리당 지지자라고 밝힌 한 60대 남성은 “유승민은 보수 후보가 아니다”라며 “그럴 거면 당을 옮기지 왜 굳이 새누리당에 남아 있는지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이러다 보니 정치권에서는 한때 김 전 대표의 최대 약점이던 ‘우파 캐릭터’가 오히려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것이 아니냐는 예측도 나온다. 부산 출신이자 보수 성향이 강한 김 전 대표는 새누리당에서 유일하게 영남과 보수 유권자를 결집시킬 수 있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충청도 출신인 반 총장과 경제적으로 진보적 노선을 추구하는 유 의원과 달리, 김 전 대표는 새누리당의 전통적 지지층인 영남과 보수 지지층에 모두 어필할 수 있는 카드다. 만약 새누리당이 대선 전략을 ‘집토끼 사수’로 잡는다면, 총선 패배 이후 권토중래(捲土重來)를 노리고 있는 김 전 대표가 최적의 후보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이에 대해 여권 핵심 관계자는 “YS 밑에서 정치를 배운 김무성 전 대표는 그 누구보다 물러설 타이밍과 나설 타이밍을 잘 알고 있는 인물”이라며 “어떤 형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김무성 전 대표는 자신이 가진 장점을 바탕으로 승부수를 던지려고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좌우명 : 인생 짧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