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우리 아이가 갇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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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우리 아이가 갇혔어요"
  • 글 이성촌 구조대장/정리 박근홍 기자
  • 승인 2016.07.24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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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촌 구조대장의 출동 이야기(10)>아찔했던 차량 시건개방 출동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글 이성촌 구조대장/정리 박근홍 기자)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날이었다. 어느 때와 같이 정신없고 분주하게 구조대 아침교대점검과 근무교대를 끝내고 나니 사무실에는 잠시나마 평온이 찾아왔다. 잠시 휴식을 취하고 차량과 장비점검을 실시하러 차고로 내려가고 있는데, 갑자기 출동 벨이 울려 퍼졌다.

구조버스 시동이 걸리고 대원들이 탑승했다. 차고로 내려가던 나는 다시 사무실로 뛰어가 출동지령지를 가지고 마지막으로 버스에 올랐다. 차량 시건개방 출동이었다.

대원들 사이에서 “또 누가 자동차키를 차안에 놓고 내려서 신고했나 보네”라는 말이 들렸다. 차량 시건개방은 수도 없이 출동한 건이어서 별로 긴장이 되지 않았다. 다른 대원들도 나와 같은 표정 같아 보였다.

상황파악을 위해 신고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차’, 목소리를 듣고 긴박한 상황임을 직감했다.

“차안에 우리 아이가 갇혔어요.”

사이렌을 울리고 대원들은 바삐 장비를 챙겼다. 현장에 도착해 보니 신고자로 보이는 어머니가 울고 있었고, 차안에 갇힌 아이도 울고 있었다. 강한 햇볕 탓일까, 아이 얼굴은 땀범벅이 돼 있었다.

대원들 역시 땀을 뻘뻘 흘리면서 심각한 표정으로 장비를 이용해서 차량 문을 조작했다. 경력 많은 한 대원은 반대편으로 이동해 차량 문을 조작했다. 2~3분가량이 지났을까. ‘딸깍’하는 소리와 함께 차문이 열렸다.

신속히 아이를 안고 상태를 살폈다. 조금 놀랐을 뿐 아무 이상이 없다는 걸 확인하고 어머니에게 건넸다. 어머니는 아이를 부둥켜안고 세상이 떠나가듯 ‘엉엉’ 소리 내 흐느꼈다.

그렇게 수십 분을 울고 계셨던 어머니, 문득 정신이 드셨는지 우리를 쳐다본다.

“119아저씨들 너무 감사합니다! 보상은 어떻게 해야 되는지요?”

“아이를 아무 사고 없이 건강하게 키워주시는 게 우리에게는 보상입니다. 앞으로도 무슨 일이 생기면 언제든 불러주십쇼.”

그제야 어머니도, 우리 대원들도 웃을 수 있게 됐다. 어머니에게 마지막을 인사를 건네고 현장에서 조용히 사라졌다.

귀서하면서도 대원들은 이번 출동에 대해 계속 대화를 나눴다. 어느 대원이 “애가 얼마나 놀랬는지 얼굴이 빨개져서 우는데, 창문을 다 깨버릴 뻔했네. 그래도 빨리 열어서 다행이지”하며 웃음기 섞인 진중한 농을 던졌다.

그의 말대로 무더운 날씨에 모자가 모두 패닉에 빠진 상태였기 때문에, 자칫 위급 상황으로 이어질 수도 있었다. 여운이 많이 남는 아찔한 사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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