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오지혜 기자)
헌법재판소의 '김영란법'에 대한 위헌 여부 결정이 이틀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사회 각계층이 술렁이고 있다. 법안 내용 자체에 논란의 여지가 있을 뿐더러, 합헌으로 시행 가능성이 높아지면 사회 전반에 상당한 여파가 있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은 지난 2011년 6월 당시 김영란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이 국무회의에서 처음 제안한 것으로, 공직자·언론인·사립교원, 그리고 그 배우자가 부정한 청탁이나 금품을 받으면 처벌하는 게 골자다.
앞서 김영란법은 당시 '스폰서 검사' 사건 등 공직자의 부정비리가 연이어 터지면서 입법 필요성이 제기됐지만, 법무부 등 정부부처의 반대로 1년 뒤에야 국무회의를 통과, 국회에 제출됐다.
국회에서도 법의 적용 대상이 광범위하고 위헌 소지가 있다는 이유로 법안 상정에만 4개월이 걸렸지만, 지난 2014년 세월호 참사의 배경에 '관피아'가 있다는 여론이 확산되면서 압도적인 찬성으로 본회의를 통과했다.
그러나 본회의 통과 이틀 만인 지난해 3월 5일, 대한변호사협회와 한국기자협회 등 4곳에서 헌법소원을 냈다.
관련 쟁점은 크게 네 가지로 요약된다.
우선 언론인과 사립교원 등 공직자가 아닌 민간인이 적용 대상에 포함됐다는 점이다. 청구인 측인 변협은 다른 민간 영역은 제외하고 언론과 교육으로만 한정한 것은 헌법상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부정청탁의 개념이 명확하지 않아 죄형 법정주의에 위배될 수 있다는 점도 쟁점이다. 죄형 법정주의란, 범죄와 형벌을 미리 법으로 정해야 한다는 형법상의 기본 원칙이다.
그러나 김영란법의 경우, 공직자가 부정한 청탁을 받아도 '사회상규'에 어긋나지 않으면 처벌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어, 그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이다.
배우자가 금품을 받았을 때 신고를 의무화한 조항은 연좌제를 금지한 헌법 13조에 배치되며, 배우자 신고를 강제한다는 점에서 헌법상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밖에도 '식사비 3만 원, 선물 5만 원, 경조사비 10만 원' 등 상한 액수가 법률이 아닌 시행령에 명시된 점이 포괄위임금지 원칙에 위배되는지도 쟁점이다. 대통령령인 시행령에 수수 허용 금품의 구체적 액수를 위임하는 경우 정부가 임의대로 처벌할 여지를 남겨둔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헌재가 오는 28일 '합헌' 결정을 내리면 김영란법은 예정대로 9월 28일부터 시행된다.
그러나 헌법소원 청구 대상 조항 하나라도 '위헌'이나 '헌법불합치' 결정이 나오면 국회에서 후속 입법이 이뤄질 때까지 시행일이 미뤄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헌재의 위헌 여부 결정에 이목이 쏠린 이유는 김영란법이 시행될 경우, 상한 액수와 관련된 농축산업계 등 산업 전반에 큰 타격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전남 시장·군수협의회는 26일 김영란법 적용 대상에서 농·축·수산물을 제외할 것을 요구하는 내용의 결의문을 채택했다.
협의회는 결의문에서 "입법 취지에 대해 공감하나 사회적 약자인 우리 농어민들까지 피해를 줘서는 안 된다"면서 "법률에서 규정하는 선물의 범위에서 농축수산물과 그 가공품을 반드시 제외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앞서 한국은행은 지난 14일 기준금리를 연 1.25%로 동결하면서 김영란법이 시행될 경우의 영향을 반영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헌재 결정 등 변수가 남아있지만, 김영란법이 시행된다면 민간 소비에 분명히 어느 정도 영향을 줄 것"이라면서 "보완 논의의 결과에 따라 영향의 정도가 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좌우명 : 本立道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