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장대한 기자)
환경부로부터 32개 차종 8만3000대의 인증 취소와 판매 금지 처분을 받은 폭스바겐이 여전히 잘못을 시인하기보다는 "유감이다. 안타깝게 생각한다. 대응방안을 모색하겠다" 등의 입장만 밝히고 있어 소비자들의 반감을 키우고 있는 모습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폭스바겐은 지난 2일 공식 홈페이지에 "환경부가 엄격한 처분을 내린 점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이번 결정을 면밀히 검토해 가능한 대응방안에 대해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인증취소 처분은 현재 해당 모델을 보유하고 있는 고객들의 운행과 보증수리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다. 신뢰 회복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원론적인 입장을 전달하는 데 그쳤다.
더불어 이러한 공식입장마저 홈페이지 팝업 창과 전면에 게시하지 않고 하단 한켠에 위치한 '폭스바겐 고객들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코너를 통해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에서 여전히 대한민국 소비자들에 꼼수를 부린다는 지적마저 나온다.
앞서 폭스바겐은 지난달 14일 환경부의 행정처분 예고와 관련해 게시한 글에서도 비슷한 상황을 연출한 바 있다.
중고차 시세 하락 우려에 대한 고객 문의 답변으로 "심려를 끼쳐 드린 데 대해 깊은 유감"이라는 표현 외에는 "현재 운행중인 차량의 안전이나 성능과는 무관한 사항이다. 청문회를 통해 제출한 인증서류 상의 문제라는 점을 충분히 설명하겠다"고 밝히는 수준이었을 뿐이다.
이에 업계는 폭스바겐 차량을 보유한 고객들이 입을 피해와 관련해 구체적 보상안을 빠른 시일 내 기대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이미 미국 소비자들에게 배출가스 조작 차량 1대당 최고 1만 달러의 배상금을 지불하기로 한 데 반해 국내에서는 반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함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폭스바겐 소송을 맡고 있는 하종선 변호사도 3일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 <한수진의 시사전망대>에서 "환경부가 판매 금지 등의 행정 처분을 내리긴 했지만 고객들 입장에서는 중고차 가격 폭락과 중고 매매 거래 자체가 성립이 안 돼 피해가 막심하다"고 전했다.
하 변호사는 "이러한 피해 보상을 요구하기 위해 폭스바겐을 상대로 국내 소비자 4542명이 집단 소송을 벌이고 있다"며 "이번주에 200여 명이 추가로 소송에 동참한 데다 소송 문의도 늘고 있어 추가적으로 소장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도 이번 사태와 관련해 폭스바겐을 질타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환경부의 처분이 그 동안 한국 소비자를 조롱해 오는 듯한 모습을 보였던 폭스바겐에 응당한 처벌"이라고 밝히며 "진심어린 사죄와 보상 약속 없이 어떻게든 고비를 넘겨보겠다는 속셈에 대해 퇴출은 물론, 끝까지 피해복구 책임을 이행토록 감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의 폭스바겐이 진정어린 사과에 나서 사태를 해결하기 보다는 법무법인 김앤장과 광장을 법무대리인을 필두로 해 환경부 행정처분에 대응하고 있다"며 "이러한 임시방편이 당장의 위기를 넘는데는 도움이 될 지 몰라도 향후 폭스바겐 브랜드에 대한 불신을 극복하는 데는 오히려 악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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