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와 김영삼 영수회담, 그리고 똥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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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와 김영삼 영수회담, 그리고 똥파리
  • 윤명철 기자
  • 승인 2016.08.23 14: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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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의 성공과 실패는 권력형 똥파리의 퇴치 여부에 달려 있다”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윤명철 기자)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측근 인사인 노병구 전 한국마사회 부회장은 자신의 저서 <김영삼과 박정희>에서 YS와 박정희 전 대통령이 1975년 5월에 청와대에서 가진 여야 영수회담 당시 비화를 밝힌 바 있다.

YS는 박정희를 만나 국민이 직접 대통령을 선출하는 민주회복을 강력하게 요구했다. 박 대통령이 “김 총재님, 저 창밖을 보십시오. 지금 이 넓은 청와대 뜰의 쓸쓸한 모습이 마치 깊은 산중의 절간 같지 않습니까”라며 “마누라는 총에 맞아 죽었습니다. 마누라도 없는 이곳에서 어린 자식들만 데리고 혼자 살고 있는 내가 무슨 욕심이 더 있겠습니까. 나는 지금 김 총재님께 굳게 약속을 하려고 하는데 이 내용에 대해서는 사나이와 사나이의 명예를 걸고 비밀로 해주십시오”라고 말했다.

신민당 총재였던 YS는 “말씀을 해보십시오.”라고 답했다.

박정희 대통령은 “나는 절간 같은 이곳에 더 이상 미련이 없습니다. 대통령 직선제와 민주화를 내가 하겠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알려지면 권력 지향적인 ‘똥파리’(당시 박정희 대통령의 주변과 공화당 실세들을 지칭)들이 새로운 가능성을 향해 요동을 칠 것입니다. 이런 가능성도 막고 주변 사람들을 설득하며 준비할 시간이 필요합니다. 나에게 시간을 좀 주십시오. 민주화는 꼭 해놓고 물러나겠습니다”고 답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김 총재께서 지금 나가시더라도 민주화에 대한 우리 두 사람의 이 약속은 발표하지 마시고 무덤까지 가지고 가기로 약속을 하십시다”고 당부했다.

YS는 박 대통령과의 약속을 지켰다. 야당 일각에선 두 사람이 밀약을 맺은 것처럼 호도했지만 YS는 사나이와 사나이의 명예를 걸고 약속을 지켰다. 그러나 박정희 대통령은 약속을 10·26사태로 지킬 수가 없었다. 야권 인사들마저 박 대통령의 진정성은 믿었지만 본인의 서거로 약속을 지킬 수 없었던 점을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

우리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언급한 ‘똥파리’의 존재에 대해 주목할 필요가 있다. 매 정권마다 출현하는 권력 지향적인 똥파리는 국가를 망치는 해충 중의 악충이다. 권력의 화신이자 용인술의 대가였던 박정희 대통령마저도 ‘똥파리의 요동’ 가능성을 언급할 정도면 똥파리가 가진 엄청난 파워를 가늠할 수 있다. YS도 대통령이 되고 난 후, 똥파리 관리를 제대로 못해 아름답지 못한 퇴장을 할 수 밖에 없었지 않았는가?

어제 박근혜 대통령은 북한 엘리트 출신들의 잇따른 탈북과 방명을 언급하며 북한 정권의 균열 가능성을 예측했다. 하지만 대한민국도 일부 엘리트의 비리 의혹으로 보수 정권의 균열 가능성이 더 높아지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현존하는 똥파리를 제거하지 못한다면 그 결과는 뻔하지 않겠는가? 정권의 성공과 실패는 실재하는 권력형 똥파리의 퇴치 여부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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