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윤슬기 기자)
내년 대선을 앞두고 경제 정책을 둘러싼 두 야당의 입법전쟁이 치열하다. 서로 앞다퉈 경제 아젠다를 제시하며 경제정책 이슈 선점을 위해 기선잡기 경쟁을 벌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문재인 전 대표의 ‘소득주도 성장론’을 기반으로 한 ‘경제민주화’를 내놓았고, 국민의당은 안철수 전 대표의 ‘공정성장론’을 필두로 했다. 두 정책은 ‘양극화 해소’라는 공통된 출발점을 갖고 있지만, 지향하는 방향에는 미묘한 차이가 존재한다. 더민주는 분배를 먼저 앞세웠고 국민의당은 성장에 무게를 두는 모양새다.
경제심판론을 내세우며 원내 1야당 자리를 차지한 더민주는 내년 대선에서도 ‘경제민주화 이슈’를 더욱 부각시킬 전망이다. 대기업과 부자들의 혜택을 규제해 서민 위주의 민생정책을 꾸리겠다는 복안이다. 그동안 더민주는 새누리당이 주장하는 경제활성화 법안이 대기업만 대변하고 경제적 약자에 모든 부담을 떠넘긴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해왔다.
이에 따라 문재인 전 대표가 주장한 ‘분배’를 강조한 ‘소득주도 성장론’을 바탕으로 김종인 전 대표의 ‘경제민주화’를 본격적으로 제시할 전망이다.
문 전 대표가 주장한 소득주도 성장론은 임금인상을 통해 소비를 확대하고 내수 진작을 유도하는 선순환경제정책을 의미한다. 즉 저소득층의 소득을 끌어올려 내수를 촉진시키고 이를 바탕으로 성장을 한다는 게 핵심이다. 구체적 내용으로 △복지확충 △공공부문 고용확대 △최저임금인상 △동일노동·동일임금 도입을 담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출범한 사회적경제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김경수, 서형수 의원은 지난 17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더불어 잘 살 수 있는 경제를 만들겠다”며 △사회적경제기본법 △공공기관의 사회적 가치실현에 관한 기본법(사회적가치기본법) △사회적경제 기업 제품의 구매촉진 및 판로지원에 관한 특별법 등 3개 법안을 발의했다. 사회적경제위원회는 지난 2014년 사회적 경제정책 협의회에서 출발해 문재인 대표 시절 위원회 형태로 출범했다.
이 법안의 핵심은 사회적 경제발전기금을 조성해 협동조합, 마을기업, 사회적 기업 등을 지원하는 게 핵심이다. 또한 지역 등 공동체 기반의 경제를 활성화하고자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특히 사회적경제기본법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사회적 기업 제품을 일정비율로 의무적으로 구매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와 함께 더민주는 경제민주화법안 11개를 정기국회 중점 법안으로 선정하며 경제민주화 법안 통과에 사활을 걸고 있다.
구체적으로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발의한 ‘상법 개정안’, 최운열 의원이 발의한 ‘공정거래법 개정안’, 박영선 의원의 ‘집단 소송법 제정안’ 등이다.
특히 김종인 전 대표가 발의한 상법 개정안은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집중투표, 이사‧감사위원 분리선출 등 소액주주가 대주주를 견제할 수 있는 수단을 강화하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정채위원회 의장도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경제를 살리는 한편 국민의 안전하고 행복한 삶을 위해 경제민주화법안 통과에 당력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더민주의 경제정책에 대해 전반적으로 분배를 중시한 당의 정책 기조에 실용측면을 더했다고 평가했다. 과거 분배만을 강조했던 정책 방향에서 더 확장해 국민 생활에 밀접한 공약을 제시해 경제정당으로서 이미지를 확실히 다지겠다는 분석이다.
반면, 더민주가 ‘분배’에 중심을 둔 ‘경제민주화’가 특징이라면, 안철수 전 대표를 중심으로 한 국민의당은 ‘공정성장’에 무게를 두고 있다.
즉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 등 공정경쟁을 해치는 일을 규제하고, 중소기업이나 저소득층의 경쟁력을 향상시키는 데 중점을 뒀다.
구체적인 내용은 국민의당 정책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정책집에 “재벌, 대기업은 공정한 시장 질서를 해치고 장기 균형성장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며 소유지배구조 개선, 금산분리 강화, 불공정행위의 민·형사책임 강화 등을 내걸었다. 특히 벤처기업, 사회적 기업, 자영업자 등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지원과 생태계 구축을 강조했다.
이에 따라 국민의당 1호 법안으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인 공정성장법을 발의했다. 이는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가 지속적으로 강조한 ‘공정성장 3법(독점규제 및 공정거래법, 벤처기업육성특별조치법, 국세기본법)’을 수정 및 정리한 것이다. 사실 공정성장법은 안 전 대표가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제시한 화두로 독과점을 규제하고 벤처기업 활성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목적을 갖고 있다.
안철수 전 대표는 “아직도 우리사회가 공정하지 못해 중소기업이 대기업이 될 수 없다”고 강조하며 “공정한 제도 하에서 혁신이 일어날 수 있고 성장분배의 선순환이 이뤄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공정성장법을 통해 공정위의 권한과 독립성을 강화해 공정한 제도 하에 ‘혁신성장’과 ‘분배의 선순환구조’를 지향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안 전 대표의 공정성장론의 핵심요소는 △혁신성장동력 △공정분배 △생산적 복지로 이중 ‘혁신성장’을 위해서는 시장구조 혁신과 신산업전략 및 북방경제 등이 기본 축이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특정 전문분야에 대한 집중 투자를 통해 대기업은 글로벌 전문대기업으로, 중소기업은 ‘히든챔피언’ 강소기업으로 가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당 김성식 정책위의장도 “일감 몰아주기 규제 강화가 제일 중요하다”며 “대기업이 빠져나갈 수 있는 예외 조항을 줄이겠다”고 말했다.
7일 두 야당에 경제정책에 대해 야권의 핵심관계자는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안 전 대표가 제시한 경제 아젠다는 지난 대선보다는 확실히 논리가 강화된 느낌이다. 이제 경제정책에 대해 확실하게 자기 색을 보이고 있는 것 같다”며 “다만 이상적인 이 경제정책을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보다 현실성 있는 구체적인 방안도 병행돼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경제민주화이든 공정경제론이든 어쨌든 내수를 진작시키고 경기를 활성화하고자 하는거 아니겠느냐”며 “경제가 어렵다는 공감대가 충분하기 때문에, 내년 대선 정국에서는 확실한 경제적 비전을 보여주는 정당이 유권자들의 확실한 지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일하는 국회라고 공언했던 만큼 경제정책을 구체적으로 실현시키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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