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업계 멤버십 영업 압박에 불만 목소리 고조…"실효성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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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업계 멤버십 영업 압박에 불만 목소리 고조…"실효성 없다"
  • 전기룡 기자
  • 승인 2016.09.14 17: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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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전기룡 기자)

#1. 지난 8월 말 A씨(31, 남)는 계좌이체 한도를 높이기 위해 은행을 방문했다. 짧은 점심시간을 할애해 방문한 만큼 신속한 업무처리를 기대하고 있었다. 하지만 A씨는 계좌이체 한도에 대한 은행 업무를 완료하고도 담당 은행원에 붙들려 있을 수 밖에 없었다. 해당 은행원이 오랜 시간 A씨를 붙잡고 은행 멤버십 가입을 권유했기 때문이다. 결국 A씨는 은행원의 성화에 못 이겨 멤버십에 가입하기는 했으나 불편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2. 동호회에서 활동 중인 B씨(30, 남). 요즘 그는 같은 동호회 회원 C씨(34, 남)가 부담스럽기만 하다. C씨가 하루가 멀다 하고 자신이 근무하고 있는 은행의 멤버십 회원 가입을 부탁하기 때문이다. 급기야 C씨는 동호회 커뮤니티 사이트에 멤버십 회원 가입을 부탁하는 장문의 글을 남기기도 했다. C씨의 글에서 절박함을 느끼기는 하지만 B씨는 쉽사리 회원 가입을 하지 못하고 있다. C씨가 근무하는 은행이 자신의 주거래 은행도 아닐뿐더러 메리트 마저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 은행업계의 멤버십 영업 압박에 대해 원성의 목소리가 높다. ⓒ뉴시스

최근 은행업계의 멤버십 영업 압박에 대해 원성의 목소리가 높다. 핀테크 기술을 활용한 첨단 ‘플랫폼’ 마련이라는 취지에도 불구하고, 영업 부문에서만큼은 여전히 아날로그적 모습을 고수하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해 10월 KEB하나은행은 통합 멤버십 서비스인 ‘하나멤버스’를 선보였다. 이어 지난 6월30일과 7월1일 신한금융지주와 우리은행 역시 각각 ‘신한FAN클럽’과 ‘위비멤버스’를 출시하며 멤버십 경쟁에 뛰어든 상황이다.

멤버십 서비스의 취지는 좋다. 비대면 고객들이 증가하는 추세 속에 금융서비스와 생활서비스를 접목시킨 통합 플랫폼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각 계열사별로 흩어진 포인트를 모아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제도 역시 마련됐다.

하지만 문제는 단기간에 가입자수를 늘리려다 보니 행원들에게 주어지는 영업 압박이 과중하다는 점이다. 

▲ 단기간에 멤버십 가입자수를 늘리려다 보니 행원들에게 주어지는 영업 압박이 과중하다는 지적이다. ⓒ제보자

13일 A은행 관계자는 기자와의 만남에서 “모 은행의 경우 멤버십 가입 실적이 미달인 부서에 대해 벌금을 걷으라고 지시했던 적이 있다”며 “멤버십 회원 확보에 열을 올린다는 점은 이해하지만, 다만 행원들로의 영업 압박으로까지 이어지다 보니 부담이 큰 것은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B은행 관계자 역시 “모바일 앱을 통해 회원 가입을 할 경우 행번을 입력하는 란이 존재한다”며 “이를 통해 개인별 유치 실적을 집계하고 공개함으로써 행원들을 압박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이 같은 영업 압박 덕인지 멤버십 서비스에 가입하는 회원 수는 급속도로 늘고 있다. 하나멤버스의 가입자 수는 650만명을 넘어선 가운데 신한판클럽과 위비멤버스 역시 각각 250만명과 140만명에 달하는 가입자를 확보한 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업 경쟁은 식을 줄 모르고 있다. 다수의 시중은행들이 멤버십 사업을 모바일 금융시대의 생존 전략으로 여기는 가운데, 시장 선점에서 밀릴 경우 도태될 수 밖에 없다는 위기감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기존에 출시됐던 서비스들과 달리 타 은행이나 타 카드사 가입자도 아무런 제약 없이 가입할 수 있다는 점도 영업 압박이 과중해지는 원인이다.

다만 은행업계 관계자들은 과도한 영업 압박에도 불구하고 실효성은 미진하다는 입장이다.

은행업계 관계자는 “앱 설치 후 회원가입을 한다고 해도 탈퇴할 시 실적은 무효가 된다”며 “따라서 몇몇 행원들은 회원가입한 고객들이 탈퇴를 하지 못하도록 멤버스 앱을 그 자리에서 지워버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 역시 “직원들을 동원해 전사적으로 영업하던 것은 일종의 관례였다”며 “다만 고객 분류 노하우나 데이터베이스 구축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단순 가입자수를 채우기 위한 영업이 어떠한 실효성이 있는지는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 네이버를 통해 ‘하나멤버스’, ‘신한판클럽’, ‘위비멤버스’를 검색해보면 연관 검색어로 ‘탈퇴’가 추천된다는 점에서 실효성에 대한 지적은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한편, 지난 7월19일 금융감독원은 국민·하나·신한·우리 등 4대 금융지주 부사장들을 불러 멤버십 포인트 서비스에 대한 과다경쟁을 자제할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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