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3세 경영③]자존심 건 정의선, 제네시스·i30로 승계 ‘박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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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3세 경영③]자존심 건 정의선, 제네시스·i30로 승계 ‘박차’
  • 장대한 기자
  • 승인 2016.10.02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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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착화 된 제국화 극복 '관건'…소통으로 차기 리더의 진면목 보여야 할 때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장대한 기자)

▲ 제네시스 브랜드 출범을 알리는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의 모습. ⓒ 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그룹의 차기 리더인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경영 승계에 박차를 가하는 눈치다. 지난해 말 제네시스 브랜드 출범에 이어 최근에는 PYL 브랜드의 대표모델인 i30를 출시하는 등 광폭행보를 보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업 성공 유무에 따라 정 부회장의 미래가 달라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부친 정몽구 회장의 그늘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경영 포트폴리오를 남겨야만 경영 승계에 대한 세간의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제네시스 품에 안은 정의선, 경영 승계 '신호탄'

정 부회장의 경영 승계에 신호탄을 쏘아올린 첫 작품은 단연 제네시스 브랜드다. 지난 2015년 11월 출범한 제네시스는 고급 수입차 시장에 적극 대응하기 위한 현대차의 독립 브랜드로, 정 부회장이 직접 진두지휘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졌다.

당시 업계는 제네시스의 성공 여부가 책임자인 정 부회장의 경영권 확대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 봤다. 정 부회장 역시 제네시스를 알리는 공식 행사에 적극적으로 나서며 브랜드 홍보에 열을 올리는 모습을 보였다.

실제로 정 부회장은 제네시스의 글로벌 브랜딩, 마케팅 업무를 전담할 제네시스전략팀과 상품성 강화를 담당할 고급차상품기획팀을 신설하며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이 같은 배경 아래 2015년 12월 제네시스 브랜드의 첫 차량인 'EQ900'이 출시됐고, 브랜드에 대한 평가도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정 부회장에게는 다행히도 EQ900은 대형 고급 세단이라는 차급에도 불구하고 올해 8월까지 내수 누적판매량 1만9424대를 기록하며 순항 중이다.

연간 판매목표인 2만 대는 사실상 달성한 셈이라는 게 지배적인 견해다. 한 달 평균 판매량만 2400대 가량으로 올해 3만 대 가까운 실적을 거둘 것이라는 호의적인 전망도 나온다.

여기에 두 번째 모델인 G80이 지난 7월 본격 출시돼 제네시스 브랜드의 시장 안착에 힘을 보태고 있다. G80은 사전계약만 1만2000대가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으며, 출시된 이후 7월, 8월 기록한 내수 판매량은 각각 3200대, 2562대로 집계, 양호한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일각에서는 제네시스 론칭에 정 부회장을 부각시킨 것이 경영 승계를 위한 그룹 차원의 '정의선 띄우기'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정 부회장이 제네시스 브랜드를 통해 기존의 틀을 엎고 현대차의 새로운 신성장 동력을 확보했다는 점은 분명 높게 평가할 수 있는 대목으로 보인다.

PYL 흥행 참패 딛고 신형 i30로 자존심 회복 노려

제네시스로 자신감을 얻은 정 부회장의 질주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지난 9월 해치백 모델인 i30를 출시하면서 PYL 브랜드의 부활을 알렸다.

PYL 브랜드는 제네시스처럼 독립적인 브랜드는 아니지만 현대차 내 벨로스터, i30, i40 등과 같은 해치백, 왜건 모델들을 묶어 지난 2011년 선보인 제품군이다. 젊은 소비자를 겨냥한 만큼 그 뜻 역시 '프리미엄(Premium), 유니크(YouUnique), 라이프스타일(Lifestyle)'의 약자에서 따왔다.

정 부회장은 당시 PYL 브랜드 신설에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한 바 있는데, 기대와는 달리 흥행 참패를 겪으며 오점을 남겼다.

실제로 브랜드 출범이 이뤄진 다음해 PYL 차종들의 합산 판매량은 3만 대를 넘겼고 현대차는 브랜드 성공과 판매 호조를 기대했다. 하지만 2013년부터는 판매량이 줄곧 내리막길을 걸었다. 2014년에는 1만1700대, 2015년 6700대 수준까지 곤두박질쳤다.

그럼에도 정 부회장은 PYL 브랜드를 포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4년 가까운 시간을 투자해 신형 i30를 성공적으로 출시했다. 특히 신형 i30는 기존 가솔린 2.0 모델 대신 새롭게 가솔린 1.4 터보와 1.6 터보 모델을 투입하고 기존 디젤 1.6 모델과 함께 세 가지 모델을 운영해 고객 선택의 폭을 늘려 호응을 얻고 있다.

다만 내수시장 내 해치백 수요 저조가 여전해 난관이 예상되나, 현대차는 해당 브랜드 자체가 남들과는 차별화된 것을 원하는 젊은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절대적인 판매 수치만으로는 성패를 가늠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정 부회장은 자신이 총괄하고 있는 현대차 고성능 라인업 'N'의 첫 번째 모델에도 i30 외장을 채택한 'RN30'을 선보이면서 단기적 성과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대내외에 천명하기도 했다. 장기적 차원에서 현대차의 경쟁력을 키워나가겠다는 것이다.

업계는 정 부회장이 현대차의 미래가 될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키워나가고 있다는 점에서 자존심 회복은 물론, 경영 승계에 청신호를 밝히고 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 현대자동차는 지난 9월 해치백 모델 i30를 출시했다. ⓒ 현대자동차

현대차 마주한 '품질 논란', 정의선에 약될까 독될까?

다만 일각에서는 정 부회장의 경영 승계 작업은 그리 순탄치 만은 않을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최근 현대차에 제기되고 있는 내수 차별, 옵션 장사 등의 고객 불만은 물론 내부적으로 노조 파업을 겪는 등 내우외환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는 정 부회장이 등기이사 자리를 지키며 책임경영을 이어가는 한편, 일련의 프로젝트들을 통해 사업성과를 내는 등 경영 자질을 갖추고는 있지만, 정작 현대차가 당면한 과제들에 대해서는 전면에 나서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다.

특히 내부 고발자의 양심 고백을 통해 품질 논란마저 제기된 만큼, 정 부회장이 전면에 나서 부정적 이슈들에 대한 성실한 해명과 선제적 조치 등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어려운 경영 환경일수록 고객·직원들과 더욱 소통함으로써 차기 리더의 진면목을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한 업계 관계자는 9월 29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정 부회장은 업계에서 겸손하고 소탈하며 남의 얘기를 경청해 들을 줄 아는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며 "정 부회장 스스로도 오랫동안 누적돼 온 품질 문제들에 대해 개선 의지를 갖고 노력하는 부분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하지만 "현대차그룹 자체가 워낙 제국화 돼 있어 부정적 이슈가 밑에서부터 보고가 안 되고 자체 처리 되는 등 정보 차단의 가능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며 "그렇다고 정의선 부회장이 나선다 치더라도 이미 수십년 고착화된 시스템을 한 번에 바로 잡기에 무리가 있다. 조직을 하나하나 개편해야 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정의선 부회장은 정몽구 회장이 있기에 역할에 제한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향후 리더가 됐을 때 오너십을 가지고 장기적 관점의 계획을 세워 잘못된 시스템을 고쳐나간다면 현대차도 경쟁력을 더욱 키울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담당업무 : 산업부를 맡고 있습니다.
좌우명 :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대로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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