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 삼성에 우호적인 입장 보일 상황 아니야…재벌개혁 큰 틀에서 움직일듯"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삼성전자 이사회가 지주회사 전환을 사실상 공식화한 가운데,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등 각 계열사 대관팀이 활발하게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전언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9일 오전 이사회에서 배당확대, 지주회사 전환 등 내용을 담은 '중장기 주주가치 제고 방안'을 확정해 공개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머잖아 인적분할을 통해 지주회사로 전환(삼성전자 홀딩스지주사-삼성전자 사업회사)하고, 향후 삼성전자 홀딩스와 삼성물산 합병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율이 0.77%에 불과한 데다, 특수관계인 등 우호지분을 다 합쳐도 18.1% 수준에 그치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이 안정적인 경영권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현재 증권가에서 추산하고 있는 1:0.64458 분할비율로 삼성전자 홀딩스-삼성전자 사업회사의 인적분할을 단행하고, 홀딩스 지분과 사업회사 지분을 교환한다면 이 부회장은 약 29.8%에 이르는 삼성전자 사업회사 지분을 확보할 수 있다. 또한 이 과정에서 그는 자사주(12.78%)를 삼성전자 홀딩스에 귀속시킴으로써 의결권을 부활, 지배력을 공고히 할 수 있다.
그리고 자신이 최대주주로 있는 삼성물산과 삼성전자 홀딩스의 합병이 성사될 경우, 이 부회장은 약 40%대에 이르는 삼성전자 홀딩스 지분율을 보유할 수 있게 된다.
이어 통합삼성홀딩스(삼성전자 홀딩스+삼성물산)가 삼성생명을 중간금융지주사로 두게 되면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는 사실상 마무리된다. 비금융지주, 금융지주를 모두 거느리는 명실상부 삼성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서게 되는 것이다.
문제는 여소야대로 구성된 20대 국회가 이 부회장의 손을 들어주느냐 마느냐에 있다는 게 재계의 일반적인 견해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 소속 의원들은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로드맵에 강력한 제동을 걸 수 있는 법안들을 잇달아 발의했다. 민주당 제윤경 의원의 '공정거래법 개정안', 같은 당 박용진 의원의 '상법개정안' 등이 대표적인 예로, 각각 '지주사 전환 시 자사주 소각 의무화', '인적분할 시 자사주 분할신주 배정 금지'를 골자로 한다.
만약 두 법안 중 하나라도 국회를 통과한다면 이 부회장은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자사주 활용이 어려워져, 회사 돈 외에 자신의 재산으로 천문학적인 비용을 쓸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
지난 2일 공정거래위원회가 연내 도입 추진 의사를 밝힌 중간금융지주회사제도의 앞날도 미지수다.
앞서 거론한 바와 같이, 삼성은 통합삼성홀딩스(삼성전자 홀딩스+삼성물산)이 삼성생명을 중간지주사로 거느리는 지배구조를 꿈꾼다. 현행법상 비금융지주인 통합삼성홀딩스는 금융회사인 삼성생명을 중간지주사로 둘 수 없는 상황이지만, 공정위가 중간금융지주회사제도를 추진한다면 삼성은 이 같은 지배구조 개편이 가능해 진다.
그러나 공정위가 해당 제도를 내놓는다 해도 20대 국회가 이에 동조하지 않을 경우, 삼성의 지배구조 개편 로드맵은 사실상 성사되기 어렵다.
삼성 미래전략실 등 각 계열사 대관팀들이 삼성전자의 '중장기 주주가치 제고 방안' 발표 전후로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이유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야권 의원의 한 핵심 측근은 지난 29일 서울 여의도 모처에서 <시사오늘>과 만나 "삼성 측이 국회와 공정위를 수시로 드나들고 있다. 오는 6일로 예정된 이재용 부회장의 청문회 출석 준비를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경영권 승계 관련 입법로비가 주목적인 것 같다"고 전했다.
실제로 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지난 24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삼성 미래전략실 관계자들이 국회를 다녀갔다는 사실, (그런) 이야기가 돌고 있다"며 "권력 순위 1위가 최순실이라면 권력 0순위는 삼성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직도 로비를 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정치권과 재계에서는 20대 국회가 삼성과 이 부회장의 로드맵을 그대로 수용하진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야권의 한 관계자는 30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여러 가지 정황들을 살펴보면 지금은 정치인들이 삼성에 우호적인 입장을 보이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자칫 잘못했다가는 본인마저 최순실 게이트 덫에 빠질 수도 있으니까, 꼭 삼성이 타깃은 아니지만 재벌개혁이라는 큰 틀에서 움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동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그룹 전체 지배구조 개편은 여러 법안 통과 여부 등 금산분리와 관련된 불확실성을 감안해야 한다"며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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