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윤슬기 기자)
박근혜 대통령 3차담화를 통해 정치권이 탄핵과 퇴진으로 갑론을박하는 형국이지만 ‘개헌’을 매개로한 정계 개편과 대선 구도 재편 흐름 또한 빨라질 모양새다.
2일 정치권에 따르면 야당의 탄핵소추안 발의가 임박하면서 그간 잠잠했던 개헌 논의도 재점화 되고 있다. 그동안 정계에서는 개헌에 대한 요구가 끊이지 않았지만 야권을 중심으로 탄핵안 발의 준비에 들어가면서 개헌논의가 ‘탄핵 이후’로 넘어갔다. 때문에 향후 대선 판도와 권력구조개편 중심의 개헌론이 주요 의제로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국회에서도 탄핵 이후 개헌특별위원회 구성에 바로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정세균 국회의장과 여야3당 원내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 논의를 끝낸 후 국회 개헌특위 구성문제를 논의하기로 했다
“김무성 전 대표, ‘개헌론’에 탄력…개헌으로 연대 가능성?”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 정국에서 제일 처음 개헌론에 불을 지핀 것은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다. 김 전 대표가 최근 개헌 의지를 밝히면서 다시 ‘개헌론’이 힘을 받았다. 특히 김 전 대표가 대선출마 선언을 포기하고 ‘킹메이커’를 자임하면서 개헌을 바탕으로 다양한 정게개편 시나리오가 나오고 있다.
김 전 대표는 지난 23일 기자회견을 통해 “최순실 사태보다 100배 중요한 게 개헌. 현행 대통령 선거는 민주주의 대통령을 뽑는 게 아니라 왕을 뽑는 제도”라며 “내각제 요소를 가미한 연정이 필요하다. 계파 패권주의는 권력을 나눠 먹으려는 것으로 결국 부정부패로 이어진다”고 강조하며 ‘개헌’을 토대로 정치권 새판 짜기 구심점이 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또한 “지금 7명째 대통령이 5년마다 한 번씩 비극을 반복하고 있다”며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끝으로 다시는 국민에게 괴로움을 끼치면 안 되고, 그 문제 해결 방법은 개헌”이라며 개헌에 의지를 피력했다. 즉 대통령에게 권력이 집중된 현행 5년 단임 대통령제를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김 전 대표를 비롯한 새누리당 비주류 쪽에서는 본격적으로 개헌 논의를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 비주류 모임 비상시국회의 대변인격인 황영철 의원은 25일 “국민들의 하야, 탄핵 요구 목소리와 함께 대한민국 국가 운영시스템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며 "헌법을 개정하는 내용 등을 포함해서 국회가 이런 노력을 진지하게 하기 위한 노력에 착수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개헌’으로 헤쳐모여…제3지대 정계개편 시작되나?”
‘개헌’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것은 여당 뿐만 아니라 야당에서도 상당하다.
야권에서 개헌론의 선두주자는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다. 김 전 대표는 지난 7월 말 대표직을 내려놓은 뒤 여야를 넘어서 개헌연대를 강조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 6월 27일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도 김 전 대표는 “우리나라는 거국 이래 줄곧 대통령제를 해왔지만 제왕적 대통령들만 국민들이 목도했다”며 “대통령제의 맹점은 별로 능력이 없는 사람이 패거리만 잘 거느리면 최고 권력을 쥘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사람들이 계속 대통령이 되면서 국가 발전이 이제 한계점에 도달했다”고 말하며 ‘내각제 개헌’을 주장했다.
지난 30일에도 시민단체들의 주최로 대전에서 열린 ‘개헌’ 세미나에 참석한 바 있다. 특히 이 세미나를 주최한 시민단체들이 반기문 총장에 대한 지지성향이 강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개헌’을 고리로 ‘반기문-김종인 연대설’이 정치권에서 회자되고 있다. 즉 민주당 내 개헌에 우호적인 비문(비문재인) 세력들이 제3지대 합류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친박(친박근혜)-친문(친문재인)을 제외한 여야 비주류가 제3지대에 모인다는 ’제3지대 정계개편 시나리오‘도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개헌’을 축으로 하는 제 3지대 정계 개편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선택이 관건이다. 최순실 게이트로 지지율이 급락한 새누리당으로 갈 가능성이 사실상 낮아지면서 개헌을 매개로 김무성 전 대표나 김종인 전 대표와 손 잡을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관측이다. 반 총장의 선택에 따라 개헌을 매개로 ‘정치권 새판짜기’가 가능할 것인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개헌론’과 관련해 2일 <시사오늘>과 만난 민주당 소속의 한 친문(친문재인)계 국회의원은 “개헌은 원래 늘 쟁점화 될 수 있었던 대형이슈다. 즉 사안의 중대성이 워낙 큰 만큼 오늘내일 당장 해결할 수 있는 시급한 사안이 아닌데 개헌이 자꾸 거론되는 것 자체가 정치적 전략이 아니겠느냐. 현재는 무엇보다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이든 퇴진이든 결정되는 것이 우선 과제”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개헌이라는 이슈의 파급력과 중요함을 고려해 이처럼 정국이 혼란한 상황에서 논의하기보다 체계적인 계획을 가지고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개헌이 당리당략의 수단이 되어서도 안 된다”며 “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분노로 시작된 민심을 고려할 때, 지금처럼 여론의 관심이 정치에 쏠린 적은 없다. 개헌론을 통해 잠깐 관심이 집중될 수는 있지만 개헌을 진행하기 위해선 여론의 의사도 중요한 만큼 보다 구체적인 방안으로 개헌을 완성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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