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안지예 기자)
중국의 한한령(限韓令·한류금지령)이 ‘K뷰티’로 상승세를 타던 국내 화장품업계에 찬물을 끼얹는 것 아닌지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아직까지 주요 업체에 직접적인 영향은 미미하지만 향후 대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방안 마련에 나서는 모양새다.
지난 7월 국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 이후 한류금지령은 이미 업계 내에 감지되고 있는 상황이다.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국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은 지난 7월 92만명, 8월 87만명, 9월 73만명, 10월 68만명 등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 정부의 통관심사와 품질관리 요건 등 한국 소비재기업에 대한 규제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이달부터는 화장품의 품질 안전성을 높인다는 이유로 신규 화장품안전기술규범도 만들었다. 이에 따라 납·비소·카드뮴 등 중금속 함유량을 기존 대비 대폭 낮춰야 하는 등 통관 절차가 더욱 엄격해졌다.
국내 로드숍브랜드 잇츠스킨은 지난 2014년 출시한 ‘달팽이 크림’의 주요 성분인 ‘뮤신’에 대한 중국 위생허가(CFDA)가 지연돼 중국 수출길이 막힌 상황이다. 잇츠스킨은 지난해 8월 중국 국가식품약품감독관리총국(CFDA)에 판매 허가를 냈지만 1년 4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승인을 받지 못했다. 보통 판매 허가 심사는 약 1년 정도 소요된다.
한한령 소식에 화장품 주가가 일제히 급락하기도 했지만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등 국내 주요 업체 실적에 큰 영향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까지 직접적인 타격은 없지만 업계는 판매 채널을 동남아시아, 북미, 유럽 등으로 넓히는 등 중국발 리스크 대응에 분주한 모습이다.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은 중동 시장에 눈을 돌리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현재 시장 조사가 진행 중이다. 앞서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9월 창립 70주년을 맞아 올해 중동, 오는 2017년에는 중남미 시장에 진출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은 “중동과 중남미 시장은 최근 중산층이 급증하고 아름다워지려는 욕구가 높아지면서 새로운 화장품 수요가 늘고 있다”며 ‘넥스트 차이나’를 발굴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LG생활건강은 더페이스샵을 내세워 중동 시장 공략에 나섰다. 지난 2006년 요르단, 2007년 아랍에미리트 진출을 시작으로 현재 사우디아라비아·오만·아르메니아 등 5개국에서 매장을 운영 중이다.
토니모리는 지난 5월 유럽 화장품 전문 매장 ‘세포라’에 35개 품목을 입점하면서 유럽 시장에 진출했다. 현지의 긍정적인 반응에 내년에는 색조 라인 제품도 추가 입점된다. 토니모리는 ‘세포라 효과’에 힘입어 올 상반기에는 지난해의 약 2배에 이르는 영업이익을 올렸다.
화장품 제조업체인 한국콜마와 코스맥스는 북미 지역을 두드리고 있다. 한국콜마는 지난달 30일 캐나다 소재 화장품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주문자개발생산(ODM) 기업인 CSR를 인수했다. 앞서 한국콜마는 지난 9월 미국 화장품 소싱업체 웜저사와 함께 미국 색조 화장품 ODM 기업 PTP(프로세스 테크놀러지 앤드 패키징)사도 공동인수했다.
화장품 제조자개발생산(ODM) 전문기업 코스맥스는 지난달 16일 캐나다 보건국의 화장품·일반의약품(OTC) 제조 부문 인증을 받았다. 캐나다에서 아시아 화장품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데다 한·캐나다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오는 2017년부터 관세 대부분이 철폐될 예정이어서 현지에서 한국 화장품의 경쟁력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화장품 업계의 해외 수출길 확대는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동시에 또 다른 시장을 개척하겠다는 전략으로 읽힌다. 최근 업계에 따르면 화장품의 대중국 수출의존도는 지난 2013년 22.1%에서 지난해 41.1%로 급증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관광객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날 만큼 한국 화장품 브랜드 품질 경쟁력이 갖춰져 있는 만큼 한류금지령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면서도 “중국 정책에 따른 리스크는 언제나 존재하기 때문에 다방면으로 시장을 넓히려는 움직임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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