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2017년 정유년(丁酉年) '닭의 해'가 눈앞으로 다가왔다. 닭띠 재계인사들 가운데 누가 새해 아침 힘차게 홰를 치며 크게 울 수 있을지 자연스레 이목이 쏠린다. <시사오늘>이 닭띠 재계인사들을 짚어봤다.
삼성물산, 최치훈·김신·김봉영 대표이사…'수탉 트로이카'
이서현發 실적 부진·최순실·지주사 전환 뚫고 '재도약'할까
닭띠 재계인사들이 3두체제를 이루고 있는 기업이 있다. 1957년 9월생 최치훈 대표이사, 1957년 1월생 김신 대표이사, 1957년 1월생 김봉영 대표이사가 이끌고 있는 국내 건설업계 1위 삼성물산이다.
이들 3인의 '수탉'에게 2016년은 희망을 꿈꿀 수 있는 한해였다.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2016년 1~3분기 누적 영업손실 712억5377만 원을 기록했다. 표면적으로는 좋지 않은 성적이지만 각 분기별 실적을 살펴보면 점차 안정세에 접어들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삼성물산은 지난해 3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총 8532억 원에 이르는 적자에 시달렸다. 그러나 지난 2분기 영업이익 1180억 원을 올리면서 반등에 성공했고, 지난 3분기에는 영업이익 1867억 원을 기록하면서 높은 영업이익률(5.1%)을 보였다.
물론, 지난해 최대주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돕기 위해 고의적으로 저(低)실적을 내서 주식 가치 하락을 도모, 제일모직과의 합병 비율을 낮춘 것이라는 의혹이 있는 건 사실이다. 그럼에도 단 1년 만에 이 같은 실적 회복을 이뤘다는 것은 '수탉 트로이카'의 능력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대목으로 보인다.
삼성물산에 있어 2017년은 올해 실적을 밑거름으로 삼아 재도약을 모색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다. 업계의 전망은 밝다.
오진원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현안 프로젝트가 종료되고 고마진 매출이 증가한 건설 부문 증익이 실적 호조를 견인했다"며 "고마진 사업 매출 증가가 예상되기 때문에 실적 호조가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재계의 한 핵심 관계자도 지난 14일 <시사오늘>과 만난 자리에서 "삼성물산이 2016년을 꽤 무난하게 보냈다. 대규모 영업손실을 만회했으니 이제 치고나갈 일밖에 남지 않았다"며 "내년에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것 같다"고 말했다.
문제는 내년에 '변수'가 많다는 것이다.
우선, 그룹 오너가(家) 이서현 사장이 이끌고 있는 패션부문의 실적 부진이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올해 영업이익은 1분기 70억 원에서 2분기 10억 원으로 추락하다가, 급기야 3분기에는 영업손실 140억 원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했다.
내년 전망도 어둡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특히 이서현 사장이 직접 출범해 전사적으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는 SPA 브랜드 에잇세컨즈(8seconds)가 경쟁사에게 밀리는 형국이라는 게 발목을 잡는 눈치다. 현재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직원들에게 권고사직을 제안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역시 삼성물산에게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직전, 홍완선 전 국민연금공단 본부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회동을 최치훈 대표이사가 중재했다는 증언이 홍 전 본부장의 입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발(發) 그룹 지주사 전환 문제 또한 삼성물산에게 호재가 될지, 악재가 될지 미지수다.
LG전자, 닭띠 3인방 정도현·안승권·이상봉
LG화학과 손잡고 시너지 효과 낼 수 있을까 '주목'
LG전자(엘지전자)의 닭띠 3인방 행보에도 이목이 쏠린다. 정도현 대표이사(1957년 4월생), 안승권 사장(1957년 10월생), 이상봉 사장(1957년 7월생)이 그 주인공들이다.
이들의 직책을 살펴보면, LG전자가 앞으로 어떻게 새해 사업을 풀어나갈지 가늠해 볼 수 있다. 정 대표이사는 LG전자에서 CFO(최고재무책임자)를 맡고 있다. 회사의 미래가치 창출을 위한 방향성과 투자 전략을 제시하는 막중한 자리다. 안 사장은 기술개발과 경영지원을 총괄하는 CTO(최고기술경영자)를, 이 사장은 B2B(기업간 거래) 부문장을 역임하고 있다.
닭띠 3인방이 LG전자의 자금, 기술, 미래성장 동력을 움직일 수 있는 위치에 있는 것이다.
더욱이 LG그룹(엘지그룹)은 지난 1일 임원 인사를 단행해 조성진 H&A(생활가전)사업본부장을 LG전자의 대표이사로 임명했다. 그는 '세탁기 박사'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오랜 현장경험과 탁월한 전문지식을 갖춘 인사다.
조 대표이사는 평소 생활가전 사업과 B2B를 연계해 핵심 생활가전 부품 판매를 확대해 나가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해 왔다. 최근에는 모그룹이 신사업으로 정한 자동차 전장부품(VC) 사업뿐만 아니라, 스마트 생활가전, IoT 기반 신기술 산업, 생활 로봇 사업 등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 사장과 이 사장, 그리고 조 대표이사는 36년 동안 LG전자에서 동고동락한 인물들이다. 여기에 회사 자금을 책임지는 정 대표이사가 이들과 힘을 합친다면, LG전자는 2017년 상당한 성장세를 보일 전망이다. 정 대표이사는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되는데, 연임이 확실하다는 관측이 주를 이룬다.
또한 LG그룹의 자동차 전장부품 사업의 핵심인 배터리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LG화학(엘지화학)의 요직에 또 다른 닭띠 3인방이 자리를 잡고 있기 때문에 그룹 계열사와의 시너지 효과도 기대해볼만 하다.
1957년 12월생 김명환 사장이 LG화학 배터리연구소장을 맡고 있으며, 유진녕 기술연구원장 사장, 이웅범 전지사업본부장 사장 역시 1957년 7월생 닭띠다.
업계 일각에서는 향후 LG그룹이 각 계열사에 포진된 자동차 전장부품 관련 사업부를 그룹 핵심 계열사인 LG전자로 끌어와, 통합 VC본부를 만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에 대해 LG그룹의 한 관계자는 최근 <시사오늘>과 만난 자리에서 "한 사람의 시나리오에 불과하다"는 애매모호한 답변을 했다. 그룹의 중역 가운데 LG전자 아래 통합 VC본부를 계획하고 있는 인사가 있음을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다.
김재율 대림산업 대표이사…연임 가능성 '활짝'
대림산업 석유화학 부문을 지휘하고 있는 김재율 대표이사는 정유년 닭의 해를 맞아 활짝 웃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내년 상반기 무렵 임기가 만료되는데, 연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대림산업 석유화학 부문은 2016년 1~3분기 누적매출액 1조2593억 원, 영업이익 2116억7000만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동기보다 매출은 283억 원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464억4300만 원 증가한 수치다. 영업이익률도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약 5~6% 가량 상승했다.
이는 올해 들어 저유가 기조가 지속되면서 석유화학 제품 가격이 안정됐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나, 전반적으로 김 대표이사의 역량을 높게 평가하는 분위기다.
글로벌 석유화학 산업 기조가 상승세에 있다는 점이 김 대표이사의 연임에 힘을 싣고 있으나, 미국발(發) 금리 인상에 어떻게 대처하느냐 여부가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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