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변상이 기자)
하이브랜드가 롯데쇼핑을 유치한다는 이유로 임차인을 대상으로 불공정거래를 진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하이브랜드는 부동산 개발·컨설팅업체인 (주)인평이 운영하는 복합쇼핑몰로, 지난 2005년 양재동에 문을 열었다. 패션몰·오피스·리빙관 등 250여개의 다양한 브랜드가 입점해있다.
지난해와 올해에는 하이브랜드듀티프리(최대 출자법인명 인평)로 서울 시내면세점에 중소·중견기업 입찰에 도전했지만 연속 탈락하며 고배를 마신 경험도 있다.
올해 하이브랜드는 대한민국 경영대상 지속가능경영 평가에서 2년 연속으로 수상하는 기염을 토했지만 그 이면에는 임차인을 상대로 불공정거래를 일삼는 행위가 뒤늦게 드러나 논란을 피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시사오늘> 취재결과 사건의 발단에는 롯데쇼핑과의 직접적 연관이 얽혀 있었다.
사실 하이브랜드몰은 지난해 롯데쇼핑이 위탁경영을 검토하며 롯데백화점 하이브랜드 패션관을 임차해 도심형 아웃렛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한바 있다. 최근 프리미엄아웃렛 사업을 공격적으로 벌이고 있는 롯데백화점으로서는 하이브랜드몰의 위치가 최적의 입지로 판단됐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하이브랜드는 롯데쇼핑이 곧 유치될 예정이니 기존에 상가를 운영하고 있던 임차인을 상대로 롯데쇼핑과 거래가 성사될 수 있도록 부당한 계약서 작성을 요구했다. 임차인을 상대로 재계약을 파기하거나 불공정한 조건을 내건 것이다.
29일 임차인 A씨에 따르면 쇼핑몰 내 구분소유주들은 지난 7월 하이브랜드 측으로부터 롯데프리미엄아울렛 유치 사업건 관련 안내문(제14차)을 받았다.
내용은 이렇다. 롯데와의 프로젝트가 반드시 성사돼야 하니 구분소유주들의 계약서 동의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계약서 본 내용이 '비밀조항'이라는 이유로 알려줄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A씨는 "계약 당사자가 계약 내용을 모르고 동의를 한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 그 안에 어떤 이익과 불이익이 있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무작정 동의를 해야 하는 계약서라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며 "막무가내로 동의를 구하는 자체가 불공정거래이자 우리의(임차인) 피해를 전혀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고 울분을 토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롯데쇼핑 측으로부터 임차인이 운영해온 브랜드 본사와의 재계약이 성사되지 못하도록 압력을 가한 정황도 드러났다.
몇년간 운영해온 브랜드 N사로부터 재계약이 불가능할 수 있다는 통보를 받은 것. A씨는 운영 이후 매출이 떨어진 적도 없었다. 재계약을 해지해야 하는 이유 모를 상황에 대해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A씨에 따르면 롯데쇼핑 측에서 N본사에 계약을 해지하라는 지시가 있었다. N사 뿐 아니라 P브랜드 본사에 계약 점주들과 대리점 계약 해지를 요구하는 녹취도 기록돼 있었다.
A씨는 "매장 매출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고 재계약 당시 이런일이 없었는데 이제와서 계약을 해지한다고 하니 억울하다"고 호소했다.
더 큰 문제는 임차인들은 언제 롯데가 들어올지 모르기 때문에 상가를 공실로 둬야 했다. 기약없는 조건에 공실률이 높게 발생하고 그로 인한 월세 및 관리비 손실이 생겨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현재 2층에만 공실상가가 20여개가 있으며 각 매장 손실액도 전년대비 연매출 1억~2억원 이라고 전했다.
임차인들이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자 하이브랜드 측은 올해 12월까지 임대료와 밀린 관리비를 대납해주겠다는 계약조건을 내세워 구분소유주들에게 동의를 구했다.
<시사오늘>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롯데쇼핑이 하이브랜드 내 유치된다는 내용의 '경과설명회'가 10월 열렸다. 이는 구분 소유주들을 대상으로 임대조건을 조정하기 위한 설명회였다.
불공정거래라고 주장하는 임차인들은 롯데와의 계약 성사를 완성시키기 위한 하이브랜드 측의 꼼수라고 입을 모았다.
A씨는 "이곳에 입점해 있는 분들은 자영업자가 대다수다. 대형유통사인 롯데가 들어선다는 이유로 제 식구들에게 불공정거래를 유도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며 "사실이 아니라면 계약서 내용을 공개해야 한다. 비밀조항이라는 명목하에 계약 당사자들이 모르는 것 누구를 위한 계약서인지조차 구분이 안간다"고 분개했다.
그러면서 "롯데쇼핑과 하이브랜드가 이와 관련 무작정 모른다고만 주장한다면 존재하는 계약서와 녹취기록은 허위 자료인 것이다"라며 "힘없는 임차인들은 대기업들의 협업에 금액적으로 피해를 보게되고 이는 명백하게 소상공인을 약탈하는 행위다"고 지적했다.
계약서는 "임대차 계약의 종료일을 2017년 11월 09일까지로 연장하며, 본 계약 연장은 하이브랜드 패션관 전체에 대하여 대형유통사 입점이 확정된 상태에서 연장하는 것으로서, 연장된 계약기간 중이라도 대형유통사 입점일정이 확정되면 계약이 종료될 수 있음을 확인한다"라고 명시 돼 있다.
이는 보통 임대차 계약서 틀 외에 합의서라는 특약으로 추가됐다고 볼 수 있는 것으로써 불공정거래로 볼 여지가 상당하다.
그러나 상황이 이런데도 <시사오늘>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롯데쇼핑 측의 법무팀과 신사업개발팀은 하이브랜드 경영 전반에 관한 사업실체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하이브랜드(인평)와 롯데쇼핑 간 계약서가 존재했다.
현재 하이브랜드 측이 요구한 계약서에 동의를 한 구분소유주와 동의를 하지 않은 구분소유주간 갈등도 존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다른 임차인 B씨는 대형유통사 간 결론없는 협업에 소상공인들끼리의 싸움으로 번질까 우려스럽다고 전했다.
임차인 B씨는 "지금 상가를 운영해야 하는 상황에서 계약서에 동의한 구분소유주들과 안한 구분소유주 간 입장도 난처해 지고 있다"며 "월세와 관리비 등 돈이 급한 상황에서 동의한 건 이해가 되지만 추후 롯데가 유치되지 않을 경우 당장 내년부터 운영에 차질을 빚게 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시사오늘>이 입수한 하이브랜드 측과 임차인간의 녹취록을 보면 불공정거래 내용이 담겨 있다. 녹취록 일부를 공개한다.
a. 하이브랜드 측과 롯데 유치 시 계약 파기될 수 있다는 계약서에 동의하셨다고 들었다.
b. 어쩔 수 없었다. 공실로 두면 월세랑 관리비는 누가내나. 은행대출도 내야하는데 도저히 감당이 안되더라. 이런 고민을 안할 수 없는 상황에서 하이브랜드 측에서 조건을 내걸었다. 롯데가 공사하기 전까지 공실이어야 한다고. 뭐라도 운영하고 싶었는데 하이브랜드 측에서 못하게 했다.
a. 소유주가 알아서 계약하고 운영하겠다는데 못하게 하는게 말이 되나. 그럼 통장에 돈이 '롯데쇼핑' 측으로 찍히는지, '하이브랜드'로 찍혀 나오나.
b. 아무래도 롯데가 11월부터 들어와서 공사를 하겠다고 하니 그랬겠지. '하이브랜드' 이름으로 돈이 들어온다. 월세비가 그대로 들어왔다.
a.이런식으로 월세비 대납 조건으로 계약서 동의하는 소유주들이 꽤 있는 것 같다.
b.그렇다고 들었다. 우리 입장에서 당장 월세며 관리비며 당장 생활이 급한데 어떡해. 돈 준다는데...공실인 상태에서 관리비 내는 것 조차 부담이다.
이같이 하이브랜드 측은 구분소유주와 임차인 간의 녹취내용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모든 계약서와 임차인들의 불공정거래 주장에 대해 부인했다. 다만 지난해부터 롯데쇼핑이 하이브랜드 위탁경영에 관해 논의돼 왔지만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고만 답했다.
하이브랜드 관계자는 28일 본지와 통화에서 "계약서에 롯데쇼핑이 유치가 확정된다고 표기한 적은 없다. 누가 그런 거짓 주장을 했는지 모르지만 롯데쇼핑이 유치된다는 설명회를 진행한 적이 없다"며 "구분소유주들에게 월 임대료를 지급한 적도 없다"고 발뺌했다.
이와 관련 롯데쇼핑 측은 하이브랜드 유치와 관련 불분명한 의견을 전했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하이브랜드 입점관련은 아직 확실하게 정해진게 없다"며 "임차인 관리도 하이브랜드 쪽에서 개별상가별로 관리하는 걸로 알고 있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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