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삼성전자는 2016년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고 6일 발표했다. 갤럭시노트7 폭발 사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등 산적한 악재에도 시장의 예상치를 훌쩍 뛰어넘는 실적을 거둔 것이다.
이와 관련, 업계에서는 병상에 누워있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아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살린 셈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1~4분기 매출액 201조5400억 원, 영업이익 29조2200억 원을 올렸다. 2015년 대비 매출은 0.44%, 영업이익은 10.64% 증가한 것이다.
이는 2016년 4분기 성적에 힘입은 실적으로 보인다. 당초 시장에서는 지난해 4분기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8조2900억 원 규모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해당 분기 매출 53조 원, 영업이익 9조2000억 원을 기록했다. 2015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이 무려 49.84%나 뛰었다.
삼성전자의 깜짝실적을 견인한 힘은 '반도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DRAM 가격 상승, 3D NAND 비중 증가 등 글로벌발(發) 반도체 시장 호조로 예상보다 좋은 성적을 거뒀다는 것이다.
실제로 현재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가운데 절반 이상인 4조7000억 원 가량을 반도체 부문에서 올린 것으로 추정한다. 반면 모바일 부문, 디스플레이 부문, 생활가전 부문 등은 각각 2조5000억 원, 1조3000억 원, 7000억 원 수준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3분기에도 반도체 부문은 삼성전자의 전체 영업이익 중 86% 이상을 책임지면서 갤럭시노트7 폭발 사태에 따른 피해를 희석시킨 바 있다.
결과론적이지만 반도체가 없었다면 삼성전자는 2016년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을 공산이 컸다. 때문에 증권가에서는 '누운 이건희가 이재용을 살렸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온다.
이건희 회장은 1974년 부친 이병철 회장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사비를 털어 한국반도체를 인수했다. 이어 불과 6개월 만에 기흥반도체공장을 세워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결국 삼성전자는 1993년 당시 반도체 부문 세계 1위였던 일본 업체들을 뛰어넘는 제품을 출시해 정상 자리에 올랐고, 반도체 부문은 삼성그룹의 핵심 사업으로 자리매김했다. 현재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을 견인하고 있는 DRAM, 3D NAND는 모두 2006년 이건희 회장이 직접 진두지휘했던 '차세대 메모리 육성 사업'의 결과물이다.
이후 이건희 회장은 반도체 부문을 중심으로 모바일 부문, 디스플레이 부문, 자동차 부문(현 르노 삼성) 등 사업을 다각화하는 데 전력을 기울였다. 안정적 수익 창출을 위한 포트폴리오를 세운 것이다. 이 포트폴리오는 그의 아들 이재용 부회장에게 그대로 이어졌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6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이건희가 이재용을 살린 셈이 아니겠느냐. 포트폴리오의 힘으로 볼 수 있다"며 "이재용 부회장으로서는 부담스러울 거다. '이재용이 이건희만큼 삼성을 이끌 수 있을까'라는 세간의 의문에 확실한 답을 줘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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