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2017년 국내 건설업계의 해외수주 성적을 두고 전문가들의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지난해 처참한 실적이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과 올해에는 반등에 성공할 공산이 크다는 견해가 공존하고 있는 것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2016년 우리나라 건설사들이 거둔 해외수주고는 총 33조7000억 원(282억 달러)으로 2015년 54조 원(461억 달러), 2014년 73조 원(660억 달러)에 비해 절반 내외로 뚝 떨어졌다. 이는 10년 전인 2007년 33조 원(398억 달러)보다도 100억 달러 이상 낮은 성적이다.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이미 업계의 시선은 올해 실적에 쏠려있다. 전망은 둘로 나뉜 눈치다.
비관론
우선, 해외수주고의 하락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지난해 해외수주고 급감은 중동 국가 재정악화에 따른 국제 유가 하락 여파라는 게 지배적인 견해다. 중동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국내 건설사들의 기형적인 수주 구조로 인해, 국제 유가 하락이 해외수주의 근간을 흔들었다는 것이다.
문제는 국제 유가 하락 요인이 올해에도 여전하다는 데에 있다. 실제로 세계 2위 산유국 이라크 남부 바스라 유전지대의 지난해 12월 원유 수출량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고, 최근 북미 지역 유전기업들은 채굴장비 수를 점차적으로 늘린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산유국들의 원유 생산 증가 가능성이 높아지는 모양새다.
또한 중동 지역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해외수주 실적이 확연하게 낮아지고 있다는 점도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해외건설종합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지난해 중동 지역에서 거둔 해외수주고는 12조7972억 원(107억 달러)으로, 2015년 대비 36% 감소했다. 아시아 지역, 북미 지역 역시 30% 이상 추락했으며 중남미 지역은 4분의 1(1/4) 수준으로 떨어졌다.
최근 국내 대형 건설사 CEO들이 신년사들 통해 모험 대신 안정을 택하겠다고 내세운 점도 부정적인 전망에 힘을 싣는다.
박창민 대우건설 사장은 지난 2일 신년사에서 "외형적 성장은 우리의 목표가 아니다. 내실을 갖춰야 한다. 재무안전성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며 내실경영을 선언했다. 이해욱 대림산업 부회장은 2017년 최우선 과제로 "손실 제로(0) 리스크 관리"를 들기도 했다.
이와 관련, 업계의 한 관계자는 10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해외수주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총알'이 필요한데 올해 국내 주택사업 전망이 어둡기 때문에 '총알' 수급에 어려움을 겪을 것 같다"며 "지난해보다는 해외수주고가 늘긴 하겠지만 그 폭이 크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낙관론
반면, 올해에는 해외건설수주가 대폭 증가할 것이라는 긍정적인 견해도 제기된다.
우선, 정부 차원의 대대적인 해외건설수주에 대한 지원이 예정돼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최근 국토교통부는 해외수주고 부진의 대책을 모색하기 위해 해외건설협회, 플랜트산업협회, 국내 15대 대형 건설사들과 함께 '해외건설수주 플랫폼'을 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해당 기구를 통해 해외 인프라 부문 수주에 대한 업계 내 공론화가 예상된다.
또한 국토부는 지난 5일 신년 업무보고에서 '글로벌인프라벤처펀드'를 설립해 올해 100억 원, 앞으로 4년 간 총 1000억 원을 투자, 해외건설수주에 나서는 기업들의 편의를 돕겠다고 밝혔다.
국제 유가가 상승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앞서 거론한 바와 같이 하락 요인만 있는 게 아니라 상승 요인도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국제 유가 상승과 정부의 해외건설수주 지원이 시너지 효과를 창출한다면, 2017년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수주고가 개선될 여지가 상당하다는 것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지난 9일 '건설동향브리핑'에서 "유가의 상승 요인과 하락 요인이 상존하고 있지만 점진적으로 회복될 가능성이 높다"며 "변동성이 확대된 국제 유가 상승을 전제로 올해 해외건설시장은 전년보다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시장 환경 개선과 더불어 개별 기업 역량 강화와 정부 차원의 건설 외교 확대, 금융 지원 강화 등이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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