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김현정 기자)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귀국해 대선주자로서 본격적인 활동에 나서면서, 국내 행보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반 전 총장 측은 당분간 민심탐방에만 집중하겠다는 입장이다. 여기에는 자신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한 전략이 녹아있다는 분석이다.
그동안 대선에 대한 언급 자체를 아껴왔던 반 전 총장은 지난 12일 인천공항에서 열린 귀국인터뷰에서 사실상 대권 도전을 선언했다. 그는 “한국을 하나로 묶어 세계 일류 국가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라면 제 한 몸 불사를 각오가 돼 있다고 말씀드렸다”며 “그 마음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 전 총장은 대선 준비를 위한 카드로 ‘정치 개혁’과 ‘국민 통합’을 꺼내들었다. 그는 패권과 기득권으로 가득한 정치권이 바뀌어야 한다며 “나라는 갈가리 찢어지고, 경제는 활력을 잃고, 사회는 부조리와 부정으로 얼룩져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현재 한국 상황은 총체적 난관”이라며 “정권교체가 아닌 정치교체를 이루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국민들이 하나로 모이게 되는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며 “부의 양극화 및 이념·지역·세대 간 갈등을 끝내야 한다. 국민 대통합을 반드시 이뤄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반 전 총장이 여전히 대권에 도전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다고 지적한다. ‘선거는 조직 싸움’이라는 정치권의 오랜 격언을 고려했을 때, 탄탄한 조직력과 자금이 마련돼 있지 않은 반 전 총장이 ‘정치 고수’들과 경쟁하기는 시기상조기 때문이다.
이런 약점을 의식한 듯, 반 전 총장은 정치적 노선을 분명히 하는 것에 주력하기보다 국민들에게 의미가 담긴 곳을 방문하며 민심을 듣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특정 성향의 유권자들이 아닌 다수 중도층의 마음을 얻으려는 행보라는 분석이다.
우선 반 총장은 귀국 당일부터 민심탐방을 위한 행보를 시작했다. 그는 귀국 메시지 발표 이후 ‘시민과의 만남’을 위해 공항철도를 이용해 서울역으로 이동했다. 그곳에서 많은 환영인파와 인사를 나누며 ‘친서민 행보’를 위한 시동을 걸었다.
귀국 이튿날인 13일 오전에는 서울 동작구에 위치한 국립 현충원을 방문, 이승만·박정희·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의 묘역을 돌며 넋을 기렸다. 어느 한 쪽 이념에 치우치지 않고 좌우 진영을 모두 아우르겠다는 ‘통합’의 의지로 풀이된다.
이후에는 자택이 위치한 사당동 인근 식당으로 자리를 옮겨 청년들과 오찬 자리를 가졌다. 참석자가 청년 취업 문제에 대해 토로하자 반 전 총장은 “청년 취업 문제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유엔사무총장으로 재직 시에도 항상 이 부분에 중점을 두고 관심을 가졌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는 짙게 칠해진 ‘보수적인 이미지’를 상쇄하고 대신 ‘친근한 후보’라는 인상을 구축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반 전 총장의 귀국 직후 국내 행보에 대해 이날<시사오늘>과 통화한 한 정치전문가는 "조직과 자금에서 열세인 반 전 총장으로서는 대중의 지지를 통해 이를 극복해야 한다"면서 "귀국 후 반 전 총장의 행보는 이를 염두에 둔 것 같다"고 전했다.
또 다른 정치권 인사는 “본격 행보를 시작하면 보수층의 결집을 가져올 수도 있어 지지율에 변수가 많을 것”이라며 “당분간은 민심 탐방을 하며 상황을 지켜본 후 뜻이 맞는 정당과 연대를 선택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좌우명 : 행동하는 것이 전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