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수사를 맡은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16일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 일가에 뇌물을 건넨 혐의, 국회 청문회 위증 혐의 등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의 이 같은 방침에 국내 재계, 경제단체, 그리고 일부 언론에서는 또 다시 경제 위기설을 들먹이는 모양새다. 오너 부재로 인한 글로벌 대표기업 삼성그룹의 경영차질이 한국 경제 전반에 치명타가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기자는 경제 위기설의 전제부터 잘못됐다는 생각이다. 이 부회장이 구속된다고 해서 흔들릴 삼성이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로 삼성의 오너 부재는 처음 있는 일이 아니다. 1966년 故 이병철 회장은 '사카린 밀수사건'에 대한 책임을 지고 15개월 동안 경영전면에서 물러난 바 있다.
이재용 부회장의 부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2008년 '삼성 비자금 사건' 때 배임·조세 포탈 혐의로 기소, 집행유예 판결을 받고 2년 간 공백기를 보냈다.
당시에도 국내 재계와 일부 언론들은 삼성의 위기로 인해 한국 경제가 급속히 위축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하지만 삼성은 결코 흔들리지 않았고, 되레 성장했다. 이번에도 같은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故 이병철 회장, 이건희 회장에 비해 이재용 부회장의 대내외 영향력은 상당히 적다는 게 중론이다. 오너 리스크에 따른 악영향도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삼성이 앓는 소리를 하고 있는 것은 이 부회장의 공백 때문이 아니라, '이건희표 유비무환(有備無患) 경영철학'의 부재 때문 아닐까.
이건희 회장은 처음 삼성그룹 총수 자리에 올랐을 때부터 2014년 심근경색으로 쓰러질 때까지 항상 '위기의식'을 강조해 온 경영가였다.
그의 지휘 아래 삼성은 막연한 기대심리에 의지하지 않고,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위기를 염두에 두고 이에 대비했다. 여타 국내외 대기업과는 다른 삼성만의 강점이었다.
그러나 이번 파문에서는 삼성의 이 같은 강점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보이지 않는 위기도 아니었다. 삼성에게는 이를 대비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있었고, 기회도 있었다. 또한 국민 앞에 반성하고 참회할 수 있는 자리(국회 청문회) 역시 있었다.
그 모든 '시간'과 '기회'를 포기하는 결단을 내리고, '자리'마저 박차고 나간 사람은 과연 누구일까. 삼성의 강점은 왜 발휘되지 않았을까.
어쩌면 삼성에게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은 '오너 리스크'가 아니라 '위기의 해소'가 될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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