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전기룡 기자)
위성호 신한카드 사장이 차기 신한은행장으로 내정됐다. 유력한 행장 후보로 거론됐음에도 불구하고 매번 고배를 마셔야 했던 위 내정자로서는 2전3기만에 달성한 성과다.
7일 신한금융지주는 자회사경영관리위원회(이하 자경위)를 열고 위 내정자를 후임 신한은행장 후보로 단수 추천했다. 신한은행은 신한금융의 100% 자회사이기에 자경위에서 단독 추천하면 오는 8일 은행 임원추천위원회의 가부 판단을 거친 뒤 3월 주주 총회에서 최종 확정된다.
위 내정자의 행장 내정은 수 차례 도전 끝에 이뤄낸 성과라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앞서 위 내정자는 신한은행 입행 이후 요직을 역임하면서 2010년을 기점으로 차기 신한금융 후계구도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위 내정자는 신한금융 회장이나 행장 교체 시기마다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데 그쳤다. 실제 위 내정자는 행장 선임이 유력시됐으나 2010년에는 서진원 전 행장에게, 2015년에는 조용병 현 행장(現 신한금융지주 회장 내정자)에게 밀리며 번번히 고배를 마셨다.
지난달 진행된 차기 신한금융 회장 선거에서도 조 내정자와 경쟁했지만, 마지막 면접 과정에서 “지주의 성장을 위해서는 선배인 조용병 행장이 맡는 게 순리”라고 밝히며 자진 사퇴하기도 했다.
따라서 업계에서는 이번 인사를 놓고 위 내정자가 신한카드를 3년 6개월간 이끌며 축적해 온 성과가 빛을 발했다고 이야기한다.
위 내정자는 지난 2013년 8월 신한카드 사장직을 맡은 후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라는 악재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인 실적을 달성해 왔다.
실제 신한카드는 20%에 달하는 시장점유율을 기록하며 KB국민카드(14%), 삼성카드(11%)와 격차를 벌리며 리딩 기업으로 자리매김 했고, 지난해 3분기에는 전년 동기 대비 2.1% 증가한 5326억원의 누적 순이익을 기록한 바 있다.
다만 위 내정자가 행장으로서 나아가야 할 길은 순탄치 않아 보인다. 여전히 ‘신한사태’라는 꼬리표가 따라오는 것은 물론, ‘리딩 은행’ 자리를 지켜야 한다는 막중한 임무가 부여됐기 때문이다.
신한사태는 지난 2010년 라응찬 전 신한금융 회장·이백순 전 신한은행장 연합과 신상훈 전 신한금융 사장 간에 발생한 세력다툼이다. 당시 위 내정자는 신한금융 공보 담당 부사장을 맡으며 라 전 회장을 전폭 지원해 신한사태의 핵심 인물로 거론돼 왔다.
이에 업계 관계자는 7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신한사태가 수습됐던 2010년 말부터 위 내정자는 꾸준히 유력한 신한은행장 후보로 거론돼 왔다”며 “하지만 신한사태라는 꼬리표로 인해 위 사장은 두 번에 걸쳐 고배를 마실 수 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노조와 정치권에서도 신한사태를 언급하며 위 내정자의 행장 선임에 대해 반대 의사를 피력하고 있다.
지난 6일 신한은행 노조는 “은행발전을 위해 헌신하고 있는 1만5000여명의 직원과 고객은 아직도 신한사태의 아픔을 기억하고 있다. 이번 은행장 선임을 통해 앞으로 더 이상 지배구조 불안정과 신한은행의 조직문화가 흔들리게 해서는 안 될 것”이라며 신한사태 관련자인 위 내정자의 행장 선임에 대해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도 지난 5일 “신한은행은 내외부의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하고 열린 태도를 보여야 한다”는 논평을 발표함으로써, 신한은행이 관리하는 자산 규모가 300조원에 달하는 만큼 은행장 선임 절차에 있어 철저한 검증과 투명성이 확보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융정의연대 역시 위 내정자가 신한사태 발생 당시 위증과 위증교사를 행했다며 지난 1일 서울중앙지검에 고발장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정의연대는 정무위원회 소속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상임이사를 담당하고 있는 시민단체다.
이에 대해 자경위는 “신한은행 준법감시인을 통해 자세히 설명을 듣고 논의한 뒤 은행장 후보로 추천하는 데 문제가 될 만한 사항이 아니라는 점에 뜻을 같이했다”고 항변했다.
더불어 위 내정자는 최근 흔들리고 있는 리딩 은행 자리를 확고하게 다져야 한다는 과제에도 직면했다.
최근 업계에서는 KB금융지주 주(株)가 신한금융 株를 제치고 4년여 만에 최고가(最高價) 금융지주 株에 올라서면서, 신한은행이 리딩 은행 자리에서 도태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나아가 KEB하나은행과 민영화에 성공한 우리은행 역시 신한은행을 바짝 추격하고 있어 치열한 경쟁이 예견되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자경위는 “위성호 내정자는 신한금융지주 부사장, 신한은행 부행장, 신한카드 사장 등 다양한 경험을 통해 은행장으로서 요구되는 통찰력과 조직관리 역량을 고루 갖춘 인사”라며 “카드 사장으로 재임하면서 빅데이터 경영 선도를 통해 탁월한 성과를 창출해 경영능력이 입증됐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한편 위 내정자는 1958년 서울 출생으로 서울고와 고려대 경제학과를 졸업했으며, 1985년 신한은행에 입행해 신한금융 경영관리담당 상무와 부사장, 신한은행 자산관리그룹 부행장을 거쳤다. 이후 2013년8월에 신한카드 사장으로 취임해 현재까지 3연임 중이다.
좌우명 : 노력의 왕이 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