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전기룡 기자)
1일 낮, 경복궁역에 도착하자 무수히 많은 인파가 눈에 띄었다. 어떤 사람은 태극기를, 어떤 사람은 자유한국당기를 든 채 ‘제15차 탄핵기각 총궐기 국민대회’가 진행되는 세종대로 사거리를 향해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태극기 들지 않으면 촛불이다”

태극기집회 초입에서 기자를 맞이한 건 태극기를 나눠주는 노파였다. 태극기를 들고 다니는 게 부담스러워 거절하자 노파는 기자를 향해 “태극기를 들지 않으면 촛불이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함께 들고 있던 태극기 뭉치를 기자에게 흔들며 길을 막기도 했다. 집회를 처음 방문한 기자로서는 당혹스러운 시작이었다.

어렵게 광화문 방향으로 빠져나오니 멀리서 군가가 들려왔다. 익숙한 노래 소리와 함께 주변을 살펴보니 군복을 입은 참가자들이 눈에 띄었다. 자신을 육군 3사 출신이라고 밝힌 70대 노인은 “나라를 지키는 마음으로 왔다. 특검을 포함해 대통령을 탄핵시키려는 세력이 있다. 이에 조금이라도 군인의 뜻을 알리고자 거리에 나오게 됐다”며 집회에 참여하게 된 취지를 설명했다.
군가가 끝나자 국기에 대한 경례 방송이 들려왔다. 이어 애국가 1절부터 4절까지의 제창도 이뤄졌다. 그러나 일부 집회 참여자는 군가, 국기에 대한 경례, 애국가로 이어지는 집회 절차에 의문을 표했다.
집회 장소에 우연히 들렀다는 김모 씨(26·여)는 “태극기 집회에서 군가, 국기에 대한 경례, 애국가를 부르는 것이 사실 이해가 되지 않는다. 집회에 참여하시는 분들 대다수가 박근혜 대통령과 국가를 동일시 여기는 것 같다. 좋지 않은 말일 수 있겠지만, 솔직히 이곳에 계신 어르신들 대다수가 박 대통령을 맹신하고 있는 거 같다”며 속내를 내비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도를 넘어서는 언행이 오고 갔다. 청계천 일대에서 만난 한 시위 참가자는 자극적인 플랜카드를 든 채 “문재인을 죽여야 한다. 박지원을 죽여야 한다. 박원순도 죽여야 한다”고 소리치고 있었다. 더불어 지나가는 다수의 시민들 역시 “빨갱이를 죽이자”고 제창하는 모습을 보면서 기자는 눈살을 찌푸릴 수 밖에 없었다.
“우리가 몇 주만 빨랐다면···”
오후 늦게, 비가 내리면서 인산인해(人山人海)를 이뤘던 태극기집회 현장도 마무리됐다.

귀가 중 우연히 인사를 트게 된 장모 씨(62·남)씨는 “젊은 사람들이 시위에 참여하는 게 늘어 기분이 좋다. 솔직히 태극기(집회)가 촛불(집회)보다 몇 주 늦어져서 주목을 덜 받았던 거지, 대통령을 지지하는 세력은 이전부터 많았다”며 이날 진행된 집회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거리 행진을 하던 박모 씨(71·남) 역시 “촛불은 줄었는데 태극기는 매번 늘고 있다. 나라의 근간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 이렇게 나온 거 같다. 방금 친구들에게 자랑하기 위해 기념사진도 찍었다. 집회를 통해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목소리를 낼 수 있어 기분이 좋다”고 털어놨다.


좌우명 : 노력의 왕이 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