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변상이 기자)
"사드는 처음에 대중들이 들으면 미사일 일종이니까 '군 관련이 알아서 할 부분이다' 이렇게 생각할 수 있다. 그렇게 봐서는 안 된다. 사드를 한반도에 배치한다고 하면 조그만 무기 하나를 들여오는 것이 아니라 미국의 MD 시스템에 우리가 들어가게 된다. 실제로 우린 미래에 중국과 가까이 할 수밖에 없지 않나. 이런 상황에서 자칫 미국의 시스템을 받아들이면 중국과의 수교가 끊어지는 위험부담이 있는 것이다." -2014.10 <시사오늘> 김진명 인터뷰 일부-
2014년 소설가 김진명은 소설 <싸드>를 긴급하게 내놨다. 집필 중이었던 <고구려> 연작을 멈출 정도로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했기 때문이다. 작가가 언급했듯 중국과의 수교가 끊어지는 위험부담이 지금, 대한민국에 현실화됐다.
기자는 당시 떨리는 마음으로 작가 인터뷰를 진행했던 기억이 선명하게 떠오른다. 작가는 충분히 한반도에서 일어날 위기를 예견이라도 한 듯 지금 대한민국은 중국으로부터 사드 직격탄을 제대로 맞고 있는 꼴이 됐다.
당시 예측하지 못했던 변수가 있다면 롯데그룹이다. 롯데그룹은 지난해 정부에 사드 부지를 제공하겠다는 의견을 밝히며 지난 2월 우리 국방부와 부지 교환 체결을 확정했다.
롯데의 이같은 결정은 중국의 화(火)를 사기 충분했다. 국내 거대한 유통기업이 사드 부지를 제공했다는 이슈로 그칠 수 없는 이유는 중국 관광객·중국 현지 사업이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롯데는 중국 내에 마트 99개 외 슈퍼 13개 백화점 5곳 등 120개 유통 계열사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현재까지 중국내 롯데마트 55곳이 당국으로부터 영업정지를 당하며 이미 절반 이상 운영이 정지된 상황이다.
사드 보복이 지속된다면 롯데가 떠안게 될 피해규모는 최대 10조 원에 달할 것이란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최근 관련업계에 따르면 롯데는 현재 중국 내 유통을 비롯해 제과·화학·관광 등 한 해 약 3조2000억 원 규모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데, 계속되는 중국의 사드 보복에 사업이 올스톱 될 가능성도 점쳐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하지만 이 모든건 단연 롯데에만 국한되는 일이 아니다. 롯데를 대하는 중국인의 감정이 ‘반한 감정’으로 확산돼 국내 유통업계가 모두 긴장하고 있는 상태다. 백화점·면세점·TV홈쇼핑까지 중국과 연계된 상품 및 관광사업이 중단되는 상황에 이른다면 이는 곧 국내 경제손실로 이어진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반한 vs. 반중’ 감정 확산…죄 없는 자국민만 피해
사실 우리나라 주요 관광지(서울 중심으로)는 ‘요우커(중국인 관광객)’들을 위한 공간이라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중국인들로 북적인다.
면세점 업계의 경우 요우커가 차지하는 비중은 70%로 면세점 업계 1위인 롯데면세점의 지난해 매출은 6조 원 가량이다. 70%인 4조2000억 원이 중국 관광객을 통해 벌어들였다는 것인데, 현재 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전반적인 면세업계가 모두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서울의 명동거리 같은 경우에는 백화점 주변에 특히 더 많은 관광객이 몰리지만 주변 골목상권(전통시장·길거리 등)에는 관광객을 상대로 생계를 이어가는 상점도 여럿 있다. 대기업 뿐만 아니라 중·소상공인들의 매출 피해도 무시 못하는 상황인 것이다.
업계의 크고 작은 피해가 계속된다면 국내 관광객들의 ‘반중 감정’이 커진다는 것도 우려되는 점이다. 단기간 동안 중국 정부의 도 넘는 사드 보복 규제가 이어지면서 국내에서도 점차적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고 있다.
보통 3월은 중국 여행의 성수기로 여겨지지만 올해는 그렇지 못하는 분위기다. 여행업계에 따르면 지난주까지 3~4월 출발 예정인 중국 여행과 관련해 취소 및 현지 안전에 대한 문의가 평소 2~3배 늘었다.
하나투어의 경우 지난주 소비자들의 중국 여행과 관련된 문의가 이어진 가운데 3~4월 출발 예정인 소비자 중 4%가 취소를 결정했다. 인터파크투어는 현재까지 여행을 취소하는 경우는 크게 늘어나지는 않았지만, 평소 대비 중국 상품 관련 문의가 2~3배 증가했다.
중국 여행상품이나 항공권을 판매하는 G마켓이나 11번가에는 중국 여행에 대한 안전을 우려한 상담 전화가 평소대비 3배 이상 증가했다.
롯데홈쇼핑의 경우 최근 일주일(2월27일~3월5일) 간 중국 관련 여행상품 매출은 급격하게 줄었다. 사드 보도 초기인 2일에 판매했던 ‘중국 대련 2박3일 여행상품’과 4일 ‘상해 3박4일 여행상품’ 주문건수는 평균 대비 50% 이상 급감했다.
롯데 뿐 아니라 홈쇼핑 업계 전반적으로도 중국 여행 상품을 동남아·유럽 등지로 변경하며 대체 상품을 내놓았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사드 이슈로 인해 중국여행에 대한 고객들의 불안감으로 관련 여행 상품 취소율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며 “롯데 뿐만 아니라 유통업계 전반적으로 사드 이슈에 피해를 최소화 하기 위해 중국 관련 상품을 자제하고 있는 분위기다”고 귀뜸했다.
그러면서 “중견·대기업 뿐만 아니라 중국관광객 덕을 보는 주변 남대문·명동 거리의 경우 자영업자들의 피해도 우려된다”며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관광 사업 전반적인 리스크를 최소화 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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