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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회찬,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보다 국가 지향점 합의가 중요”
<강의실에서 만난 정치인(99)>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
2017년 04월 07일 (금) 송오미 기자 sisaon@sisaon.co.kr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송오미 기자)

대한민국은 작년부터 지금까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여파로 여전히 몸살을 앓고 있다. 이 사건의 몸통으로 지목된 박 전 대통령은 헌법재판소 재판관 8명의 '만장일치'로 파면된 후 구속됐다. 박근혜 정부에서 최고의 실세라고 여겨졌던 최순실 씨,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정호성 전 대통령부속비서관 등 박 전 대통령의 최측근들 대부분은 구속 돼 조사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리더십이 부재한 가운데 한국에서는 연일 '청년실업률 최고치 경신', '정규직-비정규직 격차 증가', ‘경제성장률 침체’ 등 좋지 않은 소식만 들린다. 이 가운데 제19대 대통령을 뽑는 5‧9 선거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지금,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는 지난 4일 국민대학교 북악정치포럼에서 현재 한국이 처한 상황을 되짚고, 문제점을 지적하며, 해법을 제시했다.

   
▲ 이처럼 리더십이 부재한 상황에서 한국은 연일 '청년실업률 최고치 경신', '정규직-비정규직 격차 증가', ‘경제성장률 침체’ 등 좋지 않은 소식만 들린다. 이 가운데 제19대 대통령을 뽑는 5‧9 선거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지금,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는 지난 4일 국민대학교 북악정치포럼에서 현재 한국이 처한 상황을 되짚고, 문제점을 지적하며, 해법을 제시했다. ⓒ 시사오늘

“최악의 대통령이었지만, 국민들의 대응은 최고였다”

노 원내대표는 작년 박 전 대통령 탄핵 정국 당시 광화문 촛불광장에서 보여준 시민들의 성숙한 의식을 언급하며 강의를 시작했다.

“박 전 대통령 파면은 본인에게도 그렇고 국민들에게도 정말 불행한 사태다. 최악의 대통령이었지만, 여기에 대한 국민들의 대응은 최고였다. 다중의 위력이 발휘됐는데, 평소에 잘 안 움직이던 거대한 권력을 움직였다. 우리는 놀라운 광경을 체험한 것이다. 그런데 왜 광화문에 모인 백만 명은 청와대로 가지 않았느냐. 이게 특이한 점으로 지적돼야 한다. 이것은 그냥 저절로 잘 돌아가지 않는 정치권‧국회‧정당‧법원‧검찰 등 이런 부분들을 고치기 위해 시민들이 일상생활을 포기하고 촛불하나 들고 추운 광장에 모여 자기들의 요구를 분출한 것이다. 즉, 다중의 힘으로 요구를 극대화하고 그 요구가 제도적으로 수렴되게끔 한 것이다. 백만 명 모였으니 청와대 넘어가서 대통령 끌어내자가 아니라 백만 명 모였으니 특검해라, 탄핵해라 등을 외치면서 제도적 집행을 요구한 것이다.

“불공정·불평등이라는 인화물질 가득한 한국 사회에 최순실 모녀가 불씨”

그는 지금 한국이 겪고 있는 사태를 단순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아닌 한국 사회에 내재된 불평등과 불공정으로 촉발된 ‘경제적 사건’이라고 강조했다.

“매년 1월, 스위스에서 다보스포럼이 열린다. 올해 다보스포럼이 열렸던 시기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특검 조사가 시작하고, 헌재가 재판을 언제까지 끌고 갈지 가늠하기 어려웠던 상황이었다. 촛불시위도 계속되고 있었다. 이때 다보스포럼에서 세계 빈부격차 퇴치운동을 아주 체계적으로 벌이는 국제기구인 ‘옥스팜(Oxford Committee for Famine Relief)’의 위니 비아니마(Winnie Byanima) 총재가 연설을 했는데, 비아니마 총재는 ‘현재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촛불시위의 배경은 경제적 불평등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표출된 경제적 사건이지 정치적 사건이 아니다’라고 이야기를 했다. 즉, 정치 집단 간의 갈등과 대립에서 벌어진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저변에 깔린, 특히 경제적 불평등으로 지칭되는 누적된 불만 속에서 이 사건이 터진 거라고 했다. 이 분석에 전적으로 공감을 한다. 여기에 한마디 더 붙인다면, 한국의 불평등은 단순한 불평등이 아니라 불공정을 통해 확산된 불평등이라고 할 수 있다.

최순실 딸인 정유라 어록 중에 ‘돈도 실력이야. 능력 없으면 너희 부모를 원망해’라는 말이 있지 않나. 많은 국민들이 분노했다. 우리는 이 말이 거짓말이라서 분노한 게 아니었다. 불행히도 이 말이 사실이었기 때문에 우리는 분노했다. 이미 이 사건 이전부터 우리 사회는 알게 모르게 이런 문제의식을 갖고 있었다.

한국의 노인자살률이 십년 전부터 세계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원인을 보면 80% 이상이 경제적 이유다. 국민소득이 만 달러일 때는 노인 자살률이 심하지 않았는데, 국민 소득이 2배가 된 지금 왜 노인들이 자살하느냐 이게 문제다. 국민소득은 높아졌지만, 내부 소득격차는 점점 심화됐다. 그 속에서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람들이 자꾸 늘어나는 게 현실로 확인되고 있는 것이다. 만약에 이 불평등이 그냥 불평등이면, 극단적으로 이야기해서, 누구는 열심히 일 했고 누구는 나태해서 격차가 벌어졌으면 어쩔 수 없는 거다. 그러나 한국의 불평등에는 2가지 심각한 문제가 내포돼 있다. 하나는 다른 나라보다 불평등 정도가 날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고, 두 번째는 이 불평등이 불공정과 겹쳐졌기 때문에 사람들을 더 납득 시키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지금 한국이 겪고 있는 사태는 밖에서 볼 때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큰 사건이 됐지만, 사실은 이미 우리 사회는 불공정과 불평등이라는 인화물질이 가득한 사회였다. 여기에 최순실 모녀가 불씨를 던져서 순간적으로 폭발한 사건이 아닌가싶다”

   
▲ 이처럼 리더십이 부재한 상황에서 한국은 연일 '청년실업률 최고치 경신', '정규직-비정규직 격차 증가', ‘경제성장률 침체’ 등 좋지 않은 소식만 들린다. 이 가운데 제19대 대통령을 뽑는 5‧9 선거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지금, 정의당 노회찬 대표는 지난 4일 국민대학교 북악정치포럼에서 현재 한국이 처한 상황을 되짚고, 문제점을 지적하며, 해법을 제시했다. ⓒ 시사오늘

“한국에선 ‘유전무죄, 무전유죄’ 통념 여전”

노 원내대표는 국민들이 정부와 사법제도에 대해 불신하고 있다는 것을 지적하며, 대통령이 검찰총장과 대법원장의 임명권 가져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내년 6월 지방선거 때 개헌 국민투표를 하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시민들이 촛불광장에서 들었던 피켓에는 ‘대통령 퇴진’과 ‘이게 나라냐’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있었다. 대통령 퇴진은 실현됐다. 그러나 아직 ‘이게 나라냐’를 외친 함성 속에 있는 요구들은 거의 관철되지 않았다.

이 사태로 대선이 당겨져 한 달여 남았다. 현재 여론 조사로 간다면 정권교체 가능성 높다. 정권교체가 되면 ‘이게 나라냐’에 대한 물음은 해소될까. 나는 그렇게 안 본다. 이제 시작일 뿐이다. 정권교체는 그걸 해내기 위한 최소한의 필요조건 중에 하나를 충족시킨 것이다.

OECD가 실시한 ‘자국의 사법제도와 정부에 대한 신뢰도 조사’를 보면, 한국은 사법제도 부분은 꼴찌, 정부 신뢰도는 끝에서 두 번째 정도를 기록한다. 이러한 결과가 나오는 것은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통념이 여전히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과 국회의 권력과 권한을 분산시켜 국민과 지방에게 나눠줘야 한다. 특히, 대통령이 검찰총장을 임명하는데, 이 제도는 없애야 한다. 독일에서는 메르켈 총리가 검찰 총장을 임명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독일의 검사들은 수사할 때 메르켈 총리의 눈치를 안 보는 것이다. 또, 한국은 대통령이 임명하는 대법원장이 대법관을 임명한다. 한국에서 괜히 공수처(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를 만들자는 이야기가 나오는 게 아니다. 권력이 그만큼 불신 받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대통령 선거에 나오는 후보들은 개헌문제와 관련해서 자기입장을 확실하게 밝혀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리적으로 당장 개헌하는 게 가능하지 않기 때문에, 일단 어떤 내용으로 헌법이 바뀌어야 하는지 생각을 밝히고, 언제까지 바꾸겠다는 일정을 약속해야 한다. 내가 봤을 땐 아무리 늦춘다고 하더라도 약 일 년 후 내년 6월 지방선거 날에 국민투표를 하는 게 가장 합리적이라고 본다.”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보다 중요한 건 국가 지향점에 대한 합의 수준”

그는 마지막으로 한국 교육 시스템은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이는 ‘정규직-비정규직 임금 격차’로 연결된다고 지적하며, 불평등과 불공정의 문제 해결이 시급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회적 문제를 풀어나가는 사회적 합의와 세력화라고 말했다.

“불평등 문제의 근본적 해결방안은 교육이다. 교육은 그 사회가 필요한 노동력을 만들어 내는 과정이다. 부모 시대보다 경제적으로 어렵다고 하더라도 자식은 교육을 받는다면 완전히 새로운 기회를 얻을 수 있는 사회가 돼야한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어떤가. 최근 정부가 발표한 통계들을 보면, 한국의 교육은 불평등을 타파하는 게 아니라 불평등을 오히려 심화시키고 있다. 부가 승계되고 가난이 세습되는, 봉건사회에서나 일어나는 일들이 교육을 통해서 일어나고 있다. 교육을 혁명해야 한다.

그리고 임금문제가 있다. 한국의 고졸 직장인들은 대졸의 절반의 임금만 받는 게 현실이다. 일본 지방 신문에서 가장 많이 나는 기사는 그 지역 고등학교 졸업생들의 취업기사다. 우리나라는 고등학생이 취업했다고 하면 다들 ‘2류 인생이 되는 것 아니냐’며 걱정한다. 선진국에서는 고등학교 절반만 대학 간다. 물론, 모든 사람들이 평등하게 살 수는 없다. 그러나 우리처럼 정규직-비정규직 격차가 이렇게 크다는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다. 다른 나라는 중소기업에 가도 임금차이가 10% 이상 나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정규직의 60%를 채 받지 못 한다.

불공정이 불평등과 합해지면, 휘발성이 더 높아진다. 오스팜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재산 순위 하위 30%(1500만 명)를 다 합하면, 상위 18명 재산 합한 거랑 같다. 18명 중에 박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준 사람이 11명이다. 돈 주고 특혜를 받은 것 아니냐.

한국은 지난 30년 동안 꽤 많은 성취를 이루기도 했다. 그러나 불평등과 불공정의 문제가 너무 심각하기 때문에, 그 수준을 최소한 OECD 평균수준까지는 높여야 하는 게 우리의 시급한 과제가 아닌가 싶다.

중요한 것은 이런 과제를 19대 대선으로 등장하는 정부가 잘 해낼 것인가 하는 문제다. 한 정부가 5년 동안 이런 문제들을 다 해결하기는 어렵다. 정권이 바뀌더라도, 정권의 향배에 따라서 이런 문제가 왔다 갔다 해서는 안 된다. 우리 한국사회가 처한 여러 가지 문제들을 어떤 방식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사회적 합의나 그런 세력화가 대단히 중요하다. 즉,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나라가 나아가야 할 방향의 합의 수준이라는 것이다.”

송오미 기자 sisaon@sisaon.co.kr이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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