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변상이 기자)
취업준비생들의 목을 조여오는 상반기·하반기 공개채용 시즌에 주목해야 할 부분이 있다. 바로 사회적 취약계층을 위한 특별전형이다. 4월 20일 ‘장애인의 날’ 을 맞아 유통 기업들의 장애인 채용전형 공고에 대해 살펴봤다.
먼저 신세계그룹의 장애인 일자리 창출 행보가 눈에 띈다. 신세계 주요 계열사인 이마트는 지난해를 장애인 채용 확대의 원년으로 삼고 일자리 창출에 앞장서고 있다. 기업 규모에 걸맞게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자 하는 경영진들의 철학이 엿보인다. 올해 역시 장애인 채용 확대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신세계 계열사인 이마트는 총 5차수에 걸쳐 장애인 특별 채용을 진행하며, 채용규모는 지난해(280여명)보다 늘어난 300명 수준이 될 전망이다. 또 이마트는 올해 초 장애인 고용 직무 확대를 위해 한국장애인고용공단과 연계해 발달장애인을 위한 온라인 PP(Picking&Packing)센터 신규 직무를 개발했다. 발달장애인 근로자도 패킹 업무가 가능하다는 결론이 도출됐기 때문이다.
지난 3월 27일부터 4월 14일까지 3주 동안 이마트 성수점, 청계천점 등 4개 지시범점포에서 발달장애인을 대상으로 온라인 PP센터 패킹 직무 맞춤훈련을 실시했으며 소정의 절차를 거쳐 정규직으로 채용할 예정이다.
패킹 업무는 고객이 온라인으로 주문한 상품을 해당 고객의 바스킷에 담는 작업이다. 온라인 쇼핑이지속적으로 늘어남에 따라 필요한 신규 인력에 대해서는 장애인 맞춤훈련 프로그램을 통한 채용 확대를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이마트는 장애인 고용에 앞장서는 것은 물론 장애인 근로자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장애인 근로자가자립할 수 있는 조직문화를 조성해 나가기 위한 활동도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신규 채용된 장애인 근로자를 대상으로 본사 주관 입문교육도 실시하고 있으며 신규 입사자의 조기 적응을 위해 각 점포의 인사담당자가 멘토가 돼 근무간 애로사항을 듣고 적극 조치하는 멘토링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스타벅스 역시 장애인이 서비스직에 부적합하다는 사회적 편견을 깨고 2007년부터 장애인 채용을 시작해 2012년에는 한국장애인고용공단과 고용증진 협약을 체결하고 체계적인 장애인 바리스타 양성을 위한 직업훈련에 앞장서고 있다.
현재는 청각·지적·정신 등 총 190명(법적 장애인 근로자수는 330명)의 장애인이 전국 매장에서 근무하고 있다. 이중 중증은 140명, 경증은 50명으로 현재 34명의 장애인이 중간관리직 이상에서 근무하며 차별 없는 동등한 승진 기회를 부여하고 있다.
꾸준한 장애인 특별전형을 시행해온 롯데그룹의 채용도 주목된다. 롯데는 장애인 채용을 확대하고 열린 채용 원칙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올해 상반기 장애인 특별전형에서는 롯데그룹 계열사 별로 다양한 직무군에서 채용을 실시한다.
다만 생산관리, 기계시공, 카드·보험사 업무 등 정규직 채용이 주를 이루는가 하면, 영업,경영, 차량관리, 고객상담 등 업무는 계약직이 주를 이뤘다. 이들은 채용후 직무에 따라 1~3년 후 평가과정을 거쳐 정규직 전환의 기회를 얻을 수 있다고 채용공고에 명시됐다.
직무 역량 맞지 않아…장기근속 기회 적어
대기업들의 열린 장애인 채용이 확대되고 있지만 이들을 위한 복지환경과 장기 근속에 관한 시스템이 미비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채용 범위는 넓어졌다해도 실제로 일반전형과는 다르게 직무 분야에서 한정된 조건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장애인 전형 채용에 도전한 하 씨(29)는 “기술학교를 졸업하고 관련 부서에서 2년정도 일했지만 정규직 전환이 되지 않아 현재는 무직이다”며 “기업마다 채용을 확대하고 있지만 하고싶은 직무에 도전할 기회는 적다. 그러다보니 장기 근속도 무너지게 돼 안타깝다”고 전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정부와 기업 간 노력이 중요하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정부가 사회취약계층인 장애인 고용을 활성화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과 일자리 시장에서 채용 뒷받침이 함께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업체마다 매년 채용시 장애인 고용 확대를 늘리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며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열린채용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직무역량, 장기근속 등 부족한 개선점에 대해서는 장기적인 시간이 필요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와 기업들이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재 100인 이상 민간기업에겐 장애인 의무고용률 법이 적용된다. 지난해 2.7%에서 올해 2.9%로 높아졌으며, 2019년에는 3.1%로 오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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