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짜깁기 음반은 실패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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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짜깁기 음반은 실패하지 않는다
  • 김선호 음악 칼럼니스트
  • 승인 2017.04.27 15: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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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호의 지구촌 음악산책(13)> 에미 후지타(Emi Fujita)와 다이아나 크랄(Diana Krall)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김선호 음악 칼럼니스트)

이른바 컴필레이션 음반(Compilation Album)의 사전적 해석은 '한 음악가 또는 여러 음악가의 노래를 특정 분류에 따라 모은 음반'을 말한다. 그래서 다른 말로는 '편집 음반'이라고도 하는데, 쉽게 말해서 짜깁기 음반이란 뜻이다.

이 짜깁기 음반을 보다 폭넓게 본다면 대략 8가지 부류로 더 세분할 수 있다. 이 중에서 대표적인 것은 여러 음악가의 히트곡을 뽑아서 만든 컴필레이션이다. 팝송을 예로 들자면 비틀즈의 'Yesterday' 이글스의 'Desperado' 등과 같은 곡처럼 지나가는 강아지가 들어도 알 수 있는 노래를 모아서 다시 부른 음반이다. 어쩌면 이것은 히트곡 다시 부르기 쯤으로 볼 수도 있다. 사실 과거에 당대 최고의 인기를 얻었던 노래를 다시 부른다면 부르는 가수도 어쩌면 모험일 수도 있다. 자신의 곡도 아닐 뿐더러 팬들은 히트했던 당시의 폭발적인 인기와 곡 분위기를 정확히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물어물 불렀다가는 고속도로 휴게소로 쫓겨 가는 음반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동양권에서도 이런 가수는 각 나라 별로 꽤 많지만 그저 자국에서 인기가 있었을 뿐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리고 음반도 국제적으로 엄청나게 판매한 가수는 그다지 많지는 않다. 그런데 묘하게 일본에 국제적으로 잘 알려진 컴필레이션 가수가 하나 있다. 에미 후지타(Emi Fujita)라는 가수이다. 이 가수는 애초 남편과 듀엣으로 시작했다. 하지만 일본어 노래나 본인의 곡이 있기는 해도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그녀가 유명해지게 된 것은 그냥 흘러간 옛날 팝송을 이것저것 모아다가 동양적 분위기로 아주 곱게 불러서 크게 알려지기 시작하면서부터이다. 어찌 들어보면 앳된 소녀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또 노래를 하는 가수가 다소 호흡이 짧은 듯 느껴지기도 할 뿐만 아니라 중간에 간혹 음정이 불안해서 반음 정도 플랫(b)이 되는 경우도 있다.

▲ 에미 후지타 음반들ⓒ김선호 음악 칼럼니스트

에미 후지타의 대표 음반은 2003년에 낸 <Camomile Extra>라는 음반인데 곡들은 앞서 말한대로 흘러간 팝송이다. 대표적인 수록곡으로는 'Desperado' 'Unchained Melody ' 'Moon River' 등 14곡이다. 아무튼 국제적이라는 것은 때로 의미가 있다. 서양의 팝송 애호가들이 일본 엥카의 국민가수 미소라 히바리(美空 ひばり, Misora Hibari)는 몰라도 에미 후지타는 안다는 면에서 그렇다. 이 음반은 이른바 장사가 잘 되서 시리즈로 마르고 닳도록 엄청 우려먹었다. 조금 다른 유명 팝송을 집어넣어서 2004년에는 <Camomile Blend> 2006년에는<Camomile Classics> 2010년에는 <Camomile Smile>을 냈다. 하지만 '형만한 아우 없다'고 나머지들은 맨 처음 것만큼의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키지는 못했다.

에미 후지타 대표 음반 ‘카모마일’

다음으로 소개할 컴필레이션 음반은 Diana Krall 이라는 가수의 'Wallflower'이다. 그런데 제목인 'Wallflower'는 왜 'Wall'과 'Flower'를 붙여서 썼을까? 그 이유는 붙여진 합성어이기 때문이다. 즉 '벽의 꽃'이란 낱개의 단어를 떼지 않고 붙여서 쓰면 '무도장에서 파트너가 없어서 벽에 홀로 있는 여자'라는 뜻이 된다. 참 재미있는 표현이 아닐 수 없다.

▲ Diana Krall 'Wallflower' 음반 표지 ⓒ김선호 음악 칼럼니스트

1964년생인 Diana Krall 은 본래 캐나다 출신 재즈 가수이다. 보스턴의 버클리 음대를 졸업하고 1993년부터 본격적으로 재즈 가수의 길로 들어섰다. Diana Krall은 재즈계에서는 여성 보컬로 비교적 알려진 가수이자 피아니스트이다. 그래미상을 5차례나 수상했고 주노상을 여덟 번이나 받았으니 대형 재즈 가수인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그녀가 재즈계 뿐만 아니라 일반에게 알려지게 되는 것은 바로 2015년 컴필레이션 음반을 내면서 더욱 대중성을 얻게 되지 않았나 싶다. 앞서 그녀가 낸 여러 장의 음반이 있지만 대중적으로 알려진 것은 'Wallflower'이다. 이 음반은 이글스의 'Hotel California' 'Desperado' 엘튼 죤의 'Sorry seems to be the hardest word' 와 같은 명곡들을 재즈 풍으로 다시 불러서 낸 것이다. 허스키한 목소리로 차분히 부르는 재즈는 정말 재즈이면서도 재즈 같지 않다. 아무튼 듣는 이로 하여금 편안함을 주고 또 천천히 빠져들게 만든다. 그래서 컴필레이션 음반은 나름 의미가 있는 것이다. 그래도 이 음반에는 자신의 곡 ‘Wallflower'가 하나 들어있다.

▲ 1964년생인 Diana Krall 은 본래 캐나다 출신 재즈 가수이다.ⓒ김선호 음악 칼럼니스트

 
 

김선호 / 現 시사오늘 음악 저널리스트

- 한국외국어대학교 문학사
- 성균관대학교 대학원 문학석사
- 월드뮤직 에세이<지구촌 음악과 놀다> 2015
- 2번째 시집 <여행가방> 2016
- 시인으로 활동하며, 음악과 오디오관련 월간지에서 10여 년 간 칼럼을 써왔고 CBS라디오에서 해설을 진행해 왔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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