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당선] 장미대선도 깨지 못한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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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당선] 장미대선도 깨지 못한 것들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7.05.10 04: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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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치 악습인 네거티브·지역주의·세대갈등 재현돼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 대한민국 제19대 대통령에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당선됐다 ⓒ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대한민국 제19대 대통령에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당선됐다. 문 당선인은 40%가 넘는 득표율을 기록하며 이변 없이 청와대 입성 권한을 얻었다. 특히 그는 20% 초중반의 득표율을 보인 2위 그룹을 멀찌감치 따돌리며 대선 전부터 강조했던 ‘압도적인 지지’를 등에 업고 대통령직을 시작하게 됐다.

그러나 문 당선인이 압승을 거둔 이번 대선에서도 한국 정치의 고질적 병폐는 여전히 힘을 발휘했다. 우선 후보들 사이의 네거티브 전쟁이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와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는 ‘검증’이라는 미명하에 상대 후보를 비방하기 바빴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가 ‘미래’를 강조하며 정책 대결을 요구했지만, 수준 낮은 공방을 멈추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효과도 있었다. 문 당선인은 이른바 ‘송민순 회고록’ 사건에 휘말려 보수층으로의 외연 확장에 실패했다. 안 후보는 ‘안찍박(안철수 찍으면 박지원이 상왕 된다)’이라는 단어가 등장한 이후 상승세에 급제동이 걸렸다. 근거 없는 비방을 쏟아내고, 이것이 재생산돼 상대 후보의 발목을 잡는 네거티브 공세는 이번 선거에서도 어김없이 힘을 발휘했다.

지역주의 구도도 여전했다. 여느 때와는 달리, ‘정권교체’ 프레임 속에서 치러진 이번 선거는 지역주의적 성격이 약화될 것으로 예측됐다. 실제로 선거전 중반까지는 문 당선인과 안 후보가 전 지역에서 50 대 50 싸움을 벌이며 지역주의 타파에 대한 기대감을 심어주기도 했다.

하지만 홍 후보가 ‘동남풍론’을 제기하며 지역주의 바람을 불어넣자, 영남과 호남 사이의 경계가 다시 짙어졌다. 홍 후보는 “영남이 결집하면 대통령에 당선될 수 있다”며 지역주의를 부추겼고, 일부 유권자들도 이에 응답했다. 다른 후보들도 사정은 다르지 않았다. 문 당선인과 안 후보는 ‘호남 후보’임을 끊임없이 어필했다. 유 후보는 ‘TK(대구·경북)의 적자(嫡子)’임을 내세워 바람몰이를 시도했다.

결국 이번 선거에서도 호남은 문 당선인과 안 후보를, 영남은 홍 후보를 ‘밀어주는’ 구도가 형성됐다. 문 당선인이 영남에서도 선전하며 과거보다 지역주의 구도가 옅어진 것은 사실이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지역주의 극복’이라고 말하기에는 아쉬운 결과다. 호남에서 홍 후보는 한 자릿수 득표율에 그쳤고, 문 당선인 역시 TK에서 20% 초반 득표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그나마 지역주의는 약화되는 기미가 보였다. 반면 세대갈등은 오히려 더 심화됐다. 제18대 대선에서 ‘주의’ 신호가 떨어졌던 세대갈등은, 제19대 대선에서 ‘경고’ 수준까지 격상됐다.

제18대 대선에서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후보는 2030세대에서 35%가량의 표를 받았다. 문재인 당시 민주통합당 후보 역시 60대 이상으로부터 25%가 넘는 지지를 얻었다. 그러나 이번 대선에서 홍 후보와 안 후보는 2030세대에게 20%의 득표율조차도 확보하지 못했다. 문 당선인 역시 60대 이상에서 25%에 못 미치는 득표율을 기록했다.

심지어 실질적 세대갈등은 숫자가 드러내는 것 이상으로 심각했다. 불합리한 사회 시스템의 개혁을 원하는 청년층과, 카리스마 리더의 지휘 아래 ‘한강의 기적’을 이뤄냈던 노년층은 선거기간 내내 크고 작은 충돌을 일으키며 불안감을 자아냈다. 때문에 세대갈등은 “통합대통령이 되겠다”고 공언한 문 후보가 가장 먼저 풀어내야 할 과제로 지목된다.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대통령실 출입)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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