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최정아 기자)
‘박근혜 정부 문건’ 파문이 일파만파 커지면서 여당 더불어민주당과 청와대가 검찰‧국정원 개혁에 속도를 내려는 모양새다. 하지만 보수정당 자유한국당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 불붙은 여론…靑, 검찰·국정원 개혁 동력 얻나
‘청와대 문건 파동’은 청와대 내부 공간을 재배치하는 과정에서 민정수석실, 정무수석실 등 행정요원 책상 아래 캐비냇에서 문건 총 1361여점이 발견된 사실이 알려지며 시작됐다. 청와대는 지난 17일과 18일, 양일에 걸쳐 사무 집기에 대한 전수조사를 벌이는 과정에서 발견됐다고 설명했다.
해당 문건의 내용은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지원’과 ‘문화계 블랙리스트’ 등 그동안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둘러싸고 불거져 나왔던 핵심 의혹들과 관련된 것들로,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지원 방안' 관련 메모와 ‘문화계 블랙리스트’ 문건 관련 자료, 김영한 전 민정수석의 자필 메모로 보이는 자료 등이 포함됐다.
이 가운데 '검찰이 2012년 국가정보원 정치개입 정황을 담은 문건을 대량 확보하고도, 수사하지 않은 채 원본 그대로 청와대에 이첩했다'라는 지적을 검찰이 19일 시인하면서, 상황은 더욱 청와대와 여당에 유리하게 돌아가는 분위기다. 실제로 지난 6월19일 출범한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 산하 ‘국정원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와 검찰개혁이 힘을 얻을 것으로 전망이 상당하다.
여기에 국정원‧검찰 개혁에 대한 지지여론도 높은 상황이다. <서울신문>이 창간 113주년을 맞아 여론조사 기관인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13~15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절반 가까운 응답자(46.4%)가 적폐 청산의 첫 번째 과제로 ‘검찰과 국정원 등 권력 적폐 해소’를 꼽았다. 그 다음으로는 불법 경영승계와 황제경영 등 이른바 재벌 적폐(13.1%), 언론 적폐(12.7%) 해소였다. 방산비리·종북몰이와 같은 안보 적폐(11.7%), 공무원 적폐(11.0%) 청산이 그다음이었다.
이에 추경, 정부조직법 등 여야 협치를 위해 국정원‧검찰 개혁에 대한 목소리를 강하게 못 냈던 여당도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기 시작했다. 민주당 표창원, 박주민, 진선미 의원이 ‘국정원 댓글 사건, 판도라를 열다’라는 주제로 토크콘서트를 개최한 한편, 국회 정보위원회 여당 간사이자 국정원 출신인 김병기 의원도 국정원 개혁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나섰다. 김 의원은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저항 세력이 있다면 그 대가가 어떤 건지 보여줄 것이다. 단언컨대 참혹한 결과를 맞을 것"이라며 "과거엔 국정원을 잘 모르는 외부 사람들이 개혁을 시도했지만, 나는 조직을 훤히 꿰고 있다"고 말했다.
◇ 한국당 보이콧…여야 대치 장기화될 듯
하지만 한국당의 반발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홍준표 대표는 지난 18일 페이스북에 “박근혜 정권의 국정 실패를 빌미로 어부지리로 정권을 잡은 문재인 정권이 작성자 불명의 서류 뭉치를 들고 생방송 중계리에 국민 상대로 선전전을 벌인다”라며 “5년마다 반복되는 정치 보복 쇼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나 보다”라고 반격했다.
홍 대표는 19일 열린 문재인 정부와의 당대표 오찬 회동에도 “정권 출범 후 첫 대면에서 서로 얼굴을 붉힐 수밖에 없다”는 이유로 나타나지 않았다.
앞서 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도 지난 18일 의원총회에서 청와대의 행보를 “사법부 재판에 개입하려는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처럼 상황이 심상치 않자 추가경정예산(추경)과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사이에 둔 여야 대치가 장기화 될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이와 관련 한 민주당 관계자는 <시사오늘>에 “(박근혜 정부 문건 파동으로) 한국당의 반발이 더욱 거세지지 않을까 싶다. 오늘(19일) 열린 예산결산특위 간사 회동도 파행된 만큼, 앞으로 (추경,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어떻게 진행될지 한치앞을 모를 상황이다”라고 전했다.
앞서 교섭단체 4당 예산결산특위 간사들은 19일 오전 회동을 갖고 추경안 절충점을 모색하기로 했지만,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줄줄이 파행’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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