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2017년 국회 국정감사가 오는 추석을 전후로 막을 올릴 전망이다. <시사오늘>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국감 後(후)' 기획을 준비해, 국감 당시 의원들의 지적을 받았음에도 어떠한 개선·시정 노력을 하지 않는 기관과 기업들의 작태를 고발했다.
취재를 진행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기류가 국회 의원회관에 흐르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취재 과정에서 기자와 만난 한 여권의 핵심 관계자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올해 국감은 지난해 나왔던 자료들을 짜깁기해서 뿌리려고 한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된 피감기관·기업들만 대충 언급해 주면 되지 않겠느냐. 그게 새 정부에 힘을 실어주면서, 지방선거에도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다."
야권의 한 국회의원 보좌진도 아래와 같이 내다봤다.
"정무적인 것들이 너무 많아서 정신이 없다. 전문 보좌관들도 국감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당권 경쟁에, 내년 지방선거 공천 문제까지 껴 있다. 다들 이번에는 적당히 하자는 식이다."
심지어 또 다른 여권의 한 국회의원 보좌진은 이와 같이 언급하기도 했다.
"우리 쪽 인사를 수장으로 앉힐 만한 공기관·공기업들을 집중해서 저격할 계획이다. 아직 임기가 많이 남은 공공기관장들도 국회가 작정하고 때리면 어쩔 도리가 없을 것이다."
아무리 우스갯소리라도 정도를 지나친 모양새다. 국민의 녹을 받으면서, 국민을 위해 봉사해야 하는 공공기관장 인사에 여론몰이를 이용해선 안 될 일이다.
여야를 가릴 것 없이 국감을 대비한 준비를 소홀히 하고 있는 데에서 나아가, 이를 당리당략과 정치공학적인 차원으로 이용하려는 의중까지 품고 있는 꼴이다.
선거가 아무리 중요한들, 당파 싸움이 아무리 중요한들, 국회 본연의 업무인 의정활동보다 중요할 수 있겠는가. 더욱이 국감은 의원들이 국민을 대신해 피감기관·기업을 꾸짖는 자리다. 한 치의 소홀함이 없이 수행해야 한다. 의원들을 비롯한 20대 국회 구성원들의 각성이 필요하다.
아울러, 피감기관·기업들에게도 이전보다 더한 자성과 성찰이 요구된다. '적폐의 시대'가 지나고 '적폐청산의 시대'가 도래했다. 국민들의 호된 회초리에 부응하지 않는 과거를 답습하며 도태될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시대 흐름에 맞춰 거듭날 것인지 현명하게 고민해야 한다.
이번 국회 국정감사는 문재인 정부의 출범 이후 첫 국감이다. 국민들이 입법부와 피감기관·기업을 여느 때보다 주의 깊게 지켜볼 것이다. 부디 '수상(殊常)'하지 말고 '소상(昭詳)'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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