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오, ‘당권잡고 내친김에 대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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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오, ‘당권잡고 내친김에 대권까지?’
  • 전홍태 기자
  • 승인 2009.06.29 15: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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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득계 밀어내고 이재오계 당 요직 차지
10월 재보선 기점으로 이재오 전면 나설듯
당 장악후 박근혜와 ‘대권’놓고 일합겨뤄나?
정치권이 시끄럽습니다. 미디어법과 관련해서 한나라당은 ‘강행’, 민주당은 ‘저지’를 주장하며 대치하고 있습니다.

이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지지율 역전 등 정치권의 지형변화가 예상되면서 더욱 시끄러운 것 같습니다.

이런 복잡한 구도 속에서 세간에서 가장 궁금하게 생각하는 것은 한나라당 내 역학구도와 민주당의 미래겠지요. 그리고 또 하나. 과연 친노정당의 신당이 나올 것인지도 초미의 관심사입니다.

이상득계 초반 당내 주도권 잡아
 

 
우선 한나라당내 역학구도부터 살펴보기로 합시다.

 
지금까지 한나라당 내 키(Key)는 누가 쥐고 있었을까요? 대부분의 언론에서는 ‘친이’와 ‘친박’이라는 말을 써가며 주도권 다툼을 벌이고 있다고 쓰고 있습니다. 또한 친이 내부도 친이상득계와 친이재오계가 신경전을 벌인다고 하지요.

이 말은 틀린 얘기가 아닙니다. 이상득 의원의 절친한 친구로 알려진 박희태 대표는 지난 2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재오 전 의원의 귀국’에 대해 형식적으로 답했습니다. 당시 인터뷰 내용을 그대로 실어봅니다.
 
-이재오 전 의원이 귀국해 당의 구심점이 돼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재오 의원의 행보에 대해서는 직접 들은 바 없습니다. 귀국을 하느냐 마느냐. 언제 어떻게 하느냐, 언제 정치를 재개하느냐는 이 전 의원이 결정하는 겁니다. 남들이 옆에서 왈가왈부할 문제가 아닙니다.”

-이 전 의원이 3월 말 귀국한다는 풍문이 돕니다.

“그런 것은 잘 모릅니다.”

-친박쪽 인사들 뿐만아니라 친이쪽에서도 이 전 의원의 귀국을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잘 모르겠지만, 지금은 어려운 난국입니다. 이재오 전 의원을 비롯해 모든 정치 인사들이 경제살리기에 합심 동참해야 합니다.”
 
실제로 이 전 의원은 3월 귀국하는데 친이상득계의 견제로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보입니다.
때문에 이 전 의원은 미국을 방문하는 친이상득계 의원들에게 “이상득 의원과의 오해는 모두 풀었다. 귀국하게 되면 형님으로 모실 생각이다”고 밝혔다고 합니다.

자, 여러분 이제 기억력을 되살려보십시오.

각자 의견이 다를 수 있지만 아무래도 이상득 의원이 주도권을 쥐고 당을 관장하고 있었다고 보면 무리일까요?

지난 4.29 재보선을 보면 잘 알 수 있습니다. 경북 경주 국회의원 재선거에서 정종복 한나라당 후보는 친박근혜를 표방하고 나온 무소속 정수성 후보에게 일격을 당했습니다.

당시 당내 의견은 “정종복 전 의원을 재공천하면 승산이 없다”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종복 후보는 한나라당 공천을 받았습니다. 누가 정 후보 공천에 영향력을 행사했을까요.

정종복 후보는 이상득 사람으로 불립니다. 때문에 이상득 의원이 정종복 공천을 밀어붙였다는 말들이 돌았습니다.

진실여부와는 상관없이 당선가능성이 없는 인물에 ‘공천딱지’를 행사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당 내에 확실한 ‘파워’가 있겠지요.

이를 두고 당 내에선 ‘S 파워’라고 수근 거렸습니다. 그 S파워가 흔들리는 조짐이 나타났습니다.

원내대표 경선전 거치며 이상득계 ‘몰락의 시작’



 
지난 5월 21일 치러진 원내대표 경선에서입니다. 당시 박희태 대표는 이명박 대통령과 정례회동을 통해 ‘김무성 원내대표 카드’를 들고 나왔습니다. 이 과정에서 이상득 의원이 관여했을 것이라는 풍문이 나돌기도 했습니다.

 
아무튼 김무성 원내대표 카드는 박근혜 전 대표가 “원칙이 아니다”며 거부권을 행사하는 바람에 공중에 떠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러면서 한나라당 내 새로운 원내대표는 치열한 ‘경선’전으로 바뀌고 말았습니다.
경선전은 이재오계로 알려진 안상수 의원과 친박(본인은 중립주장)계인 황우여 의원간의 양파전으로 흘러갔습니다.

필자는 경선전에 앞서 황 의원과 인터뷰를 할 기회가 있었는데 ‘친박인사가 아니냐’는 질문에 황 의원은 “나는 친박인사들과 친하다. 때문에 정확히 말하면 친친박이다”고 말한바 있습니다.

아무튼 경선 중반 황우여 의원이 정통 친박을 대표하는 최경환 의원을 정책위의장 러닝메이트로 선정했습니다. 때문에 선거전은 친이와 친박간 대결로 압축됐습니다. 결과가 뻔할 듯보였습니다.

당 내 다수를 확보하고 있는 친이계의 승리가 확실시됐습니다.

하지만 경선 사흘을 남겨놓고 안상수 후보측은 ‘보이지 않는 손’을 주장합니다. 물론 보이지 않는 손은 이상득 의원을 일컫는 말입니다.

이상득 의원이 친이 강경파이자 이재오계인 안상수 의원의 원내대표 선출을 바라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 의원이 당내 화합을 위해 친박계로 분류되는 황우여-최경환 조를 밀기로 했다는 겁니다. 이 때문에 한때 황우여-최경환 조의 승리가 확실하다는 예측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참담했습니다. 경선1차투표에서 황우여-최경환 조는 47표에 그쳤습니다. 2차결선투표에서 황우여-최경환 조는 159표 중 62표를 얻었고, 안상수-김성조 조는 95표를 잡아 당선됐습니다.

그렇다면 ‘보이지 않는 손’이었던 이상득 의원은 왜 힘을 발휘하지 못했을까요?

이상득 의원은 초반에 자신의 의중이 ‘황우여-최경환’에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때문에 선거 사흘을 앞두고 황-최 조의 지지율이 급속히 올랐다고 합니다.

이재오계 당 안팎 요직 차지하며 ‘주도권’ 잡아

이에 안상수-김성조 조는 ‘보이지 않는 손’이라며 이상득 의원을 간접적으로 지명하며 이재오 전 의원이 선거에 직접 나서줄 것으로 요청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당 내 막강한 힘을 보유하고 있던 이상득 의원의 지지를 받은 황-최 조가 원내대표 경선에서 왜 패했을까요?

이에 대해서는 두 가지 추측이 가능합니다.

첫 번째는 당 내 반발입니다. 이상득 의원 중심으로 당이 흘러가단 ‘죽도 밥도 안된다’는 판단에 따라 친이계가 대거 안상수를 향해 표를 던졌다는 추측을 해 볼 수 있습니다.

친이계로 분류되는 당 내 한 초선 의원은 이에 대해 “이상득 의원이 정종복 의원을 무리하게 공천해 당 내 반발을 샀다. 또한 무리하게 ‘김무성 원내대표 카드’를 들고 나왔다. 하지만 친박쪽에 아무 것도 얻지 못했다. 그런데 원내대표 경선에서 또다시 친박 인사를 지지하라는 오더가 떨어졌다. 하지만 이는 무리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전했습니다.
이와 별개로 여의도에서 많이 회자되는 얘기는 안상수 의원이 ‘사퇴카드’를 들고 이상득 의원과 담판을 졌다는 얘기입니다.

정치권의 한 인사는 필자에게 이런 말을 들려줬습니다.

“안상수 의원은 강경파다. 그가 ‘사퇴카드’를 들고 이 의원과 담판을 진 것으로 안다. 만약 ‘황-최’ 조를 밀 경우 원내대표 경선 전에서 중도 사퇴함과 동시에 ‘이상득 퇴진론’을 벌이겠다고 압박한 것으로 안다.”

결국 결과는 안상수 의원의 승리로 끝났습니다. 이는 단순한 승리만이 아닙니다. 이상득 의원의 퇴진으로 확산됐습니다.

이 의원은 6월3일 2선후퇴를 선언했습니다.

그는 당 최고위원 회의에서 “앞으로는 당과 정치현안에 관여하지 않고 지금보다 더욱 엄격하게 처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나타난 뚜렷한 현상은 이재오 전 의원계의 약진입니다.

안상수 원내대표를 비롯해 장광근 의원이 사무총장에, 진수희 의원은 여의도 연구소장에 발탁됐습니다.

이들은 모두 이재오계의 핵심으로 분류되는 정치인입니다.

그렇습니다. 이제 당의 주도권은 이재오 전 의원한테 넘어간 듯보여집니다. 하지만 이 전 의원에게도 숙제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 전 의원은 원외라는 한계가 분명히 있습니다. 때문에 이 전 의원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10월 재보선에 출마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반드시 승리해야 주도권을 계속가져 갈 수 있습니다.

또 하나, 언제까지 뒤에서만 머무를 수는 없습니다. 당당히 전면에 나서야만 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당권이겠지요.

이 둘이 충족될 때 차기 대선전에서 박근혜 전 대표와 한번 겨뤄 볼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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