든든한 우군 확보로 지배구조 탄탄
노조와의 관계 설정도 긍정적 전망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전기룡 기자)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의 연임이 사실상 확정됐다. 이에 업계 안팎에서는 윤 회장이 KB금융의 실적 향상에 지대한 공을 세웠다는 점, KB금융사태를 봉합했던 전례가 존재한다는 점 등을 근거로 기대감을 표하는 분위기다.
KB금융지주 확대 지배구조위원회(이하 확대위)는 지난 14일 밤 윤 회장을 심층평가 대상자로 확정했다. 확대위가 윤종규, 김옥찬, 양종희 총 3인을 회장 최종 후보자군(Short List)으로 선정했으나 김옥찬, 양종희 후보가 인터뷰를 고사함에 따라 윤 회장이 단독 후보로 선출된 것이다.
이에 따라 확대위는 오는 26일 제3차 회의를 개최하고 윤 회장에 대한 심층평가를 실시하게 된다. 심층평가가 종료된 뒤에는 논의와 투표를 통해 윤 회장의 연임 여부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하나, 은행과 비(非)은행의 콜라보레이션 강화
윤종규 회장의 연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림에 따라, 그가 정착시킨 ‘CIB 협업체계(이하 CIB)’도 힘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KB금융지주는 통합 KB증권 출범 이전인 2015년부터 CIB 활성화를 위해 은행·증권 등 계열사간 협업 체계를 구축해 왔다. 아울러 그 일환으로 지난해 3월에는 한국국토정보공사 부지를 매입함으로써 ‘여의도 KB금융타워’를 설립할 기반 역시 마련했다.
CIB의 대표적인 성과로는 4000억 원 이상의 공모규모를 지닌 제일홀딩스 상장(IPO)을 거론할 수 있다. 제일홀딩스 IPO건을 확보하기 위해 KB증권은 우수한 IPO 전문인력을 제일홀딩스에 상주시키고 기업실사 및 IPO전략을 도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KB국민은행도 지난 2015년 하림그룹의 STX팬오션 인수 당시 인수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꾸준한 신뢰관계를 구축했다.
뿐만 아니라 기업공개가 증권만의 영역이 아님을 강조해온 윤 회장이 직원들과 함께 고객사를 대상으로 직접 발로 뛰며 KB금융의 신뢰도를 제고한 것도 주효했다는 후문이다.
당시 KB증권 최성용 ECM본부장은 “금번 IPO 빅딜 레코드 획득을 계기로 대기업 IPO 참여를 위한 교두보가 마련됐다”며 “앞으로도 KB금융지주 내 적극적인 CIB 협업을 바탕으로 탑-티어(Top-Tier) 플레이어로 성장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둘, 체제 갖춘 윤종규號, 확고한 지배구조 토대로 질적 성장 꾀한다
윤종규 회장은 지난 3월 열린 ‘제9기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임기 만료가 예정된 사외이사 5인과 비상임이사 1인을 재선임함으로써 지배구조를 더욱 공고히 했다.
당시 재선임된 사외이사는 최영휘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 유석렬 전 삼성카드 사장, 이병남 전 LG경영개발원 인화원 원장, 박재한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김유니스경희 이화여대 교수 등이며 비상임이사는 KB국민은행 경영지원그룹 이홍 부행장이다.
아울러 총선출마를 이유로 사임한 최운열 전 사외이사의 공석은 스튜어트 솔로몬 전 매트라이프생명보험 회장으로 채웠다. 솔로몬 사외이사를 제외하고는 모두 윤 회장과 사실상 임기를 함께 하고 있기에, 연임을 목전에 둔 윤 회장으로서는 든든한 우군을 확보한 셈이다. 나아가 연임 확정 후에는 윤 회장에게 있어 리딩뱅크로 나아가기 위한 조력자가 될 것으로 점쳐진다.
뿐만 아니라 KB손해보험과 KB캐피탈을 완전자회사로 편입시켜 지배구조를 강화한 것도 리딩뱅크로 발전하기 위한 초석이라 풀이된다. 지난 4월 KB금융은 이사회를 개최하고 KB손보·캐피탈 보통주식에 대해 공개매수를 실시했으며, 그 결과 지난 2분기부터 KB손보·캐피탈 경영실적이 그룹 연결재무제표에 포함돼 양적인 성장을 이끈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15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KB금융은) KB손보와 캐피탈을 완전자회사로 편입하면서 신한금융과의 격차를 줄였다”며 “지금까지 증권, 손보, 캐피탈 등 비은행 부문이 강화돼 왔기에, 향후 강력한 지배구조를 바탕으로 생보 등의 비은행 부문에도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셋, KB사태 봉합했던 윤종규···노사갈등 봉합하나?
윤종규 회장이 악화된 노사 관계 회복에 앞장서겠다고 언급한 것도 온기류가 점쳐지는 대목이다.
윤 회장은 이날(15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혼자 가면 빨리 갈 수 있지만 멀리 가려면 함께 가야 한다”며 “아직 제 정성이 부족했다고 생각하기에 더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KB금융 노동조합 협의회(이하 KB노협)는 지난 13일 윤 회장을 업무방해죄 및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영등포 경찰서에 고발했다.
또 KB노협은 수 차례 기자회견을 열고 회장선임절차에 대해 ‘날치기 인사’, ‘회전문 인사’ 등의 용어를 사용하며 강도 높은 비판에 나서기도 했다.
다만, 이 같은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긍정적인 전망이 점쳐지는 데는 과거 윤 회장이 ‘KB사태’를 수습한 이력이 존재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당시 윤 회장은 임영록 전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전 KB국민은행장의 불명예 퇴진이 야기된 ‘KB사태’를 해결하고자 외부 컨설팅 업체에 의뢰한 것은 물론, 지배구조 관련 규정 제정 및 개정 작업을 마무리하는 등 소방수 역할을 톡톡히 해내왔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윤 회장이 KB금융의 위기 때마다 구원투수 역할을 수행했다”며 “윤 회장의 그간 행보로 미루어 볼 때 연임 확정 전 노조와의 대화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좌우명 : 노력의 왕이 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