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국감⑤/항공]국감 단골메뉴 항공사 ‘안전불감증’, 올해도…‘고질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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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국감⑤/항공]국감 단골메뉴 항공사 ‘안전불감증’, 올해도…‘고질병’
  • 장대한 기자
  • 승인 2017.09.18 09: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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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장대한 기자)

오는 10월 중순 시작되는 국정감사를 앞두고 항공업계가 벌써부터 긴장하는 눈치다. 항공사들은 지난해 국감에서 업계 내 만연한 안전불감증을 지적받으며 한바탕 곤욕을 치렀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에도 항공기 지연 증가, 기내 불법행위 등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문제들은 또 한 번 국감을 통해 수면위로 떠오를 전망이다.

지난해 국감 반면교사 삼을까…항공기 '정비 이월' 해결책은 요원

▲ 인천 국제공항 출국장에 여름 휴가 여행객들이 붐비는 모습. ⓒ 뉴시스

우선 항공사들의 고질적인 안전 문제를 살펴보기 위해서는 지난해 국감을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지난해 국감에서는 국적 항공사들의 '정비 이월' 문제부터 시작해 항공 인력들의 음주단속 적발 사례, 항공기 지연율 등의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이중 정비 이월은 항공기 탑승객의 안전과도 직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수많은 질타를 받았다. 정비 이월은 항공기 외피 등 일부 고장이 생기더라도 안전에 문제가 없다면 최소장비목록(MEL)과 배열이탈목록(CDL)에 근거해 정비를 미루고 비행하는 것을 뜻한다.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국적 항공사들의 정비 이월은 지난 2016년 1~8월 사이에만 9670건이 발생, 전년 동기 대비 18%의 증가세를 보였다. 특히 정비 이월 규모는 지난 2014년 1만917건에서 2015년 1만2280건으로 12.5% 증가한데 이어 2016년에는 8개월 사이 1만 건에 육박하며 매년 증가세를 기록했다.

이 의원은 "국적 항공사들이 항공기 결함을 인지했음에도 중대한 결함이 아니라는 이유로 항공기를 정상 운항시키는 정비 이월이 매년 증가하고 있다"며 "항공당국이 철저한 항공기 정비 관리와 감독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최인호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목소리를 높였다. 국내 최대 국적항공사인 대한항공만 살펴보더라도 매년 7월 기준 정비 이월 비행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2012년 7월 456건에 달했던 대한항공의 정비 이월 건수는 매년 오름세를 보이다 2016년 7월에는 782건으로 크게 늘었다. 5년새 71.5% 늘어난 셈이다.

저비용항공사의 처지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제주항공은 2012년 7월 28건이던 정비이월 비행이 2016년 7월에는 110건으로 4배 늘었다. 같은 기간 에어부산은 정비 이월 비행이 33건에서 150건으로 5배 늘어나며 그 심각성을 알렸다.

최 의원은 "정비 이월의 주요 목적이 지연·결항 최소화라는 점을 미루어 볼 때 정비 이월 비행 증가에 따른 항공기 지연율은 당연히 줄어야 한다"며 "하지만 항공기 지연은 2014년 714회에서 2015년 840회로 늘어나 전혀 무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비 이월의 급증 원인을 철저히 분석해 항공기 안전에 영향을 미치는 일이 없도록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때문에 올해 국감에서는 정비 이월의 근본적인 해결책 마련을 위한 항공정비(MRO) 사업에 대한 지적이 나올 수 있다는 평가다. 항공 MRO 산업이란 항공기 정비와 수리사업, 개조사업을 뜻하는 용어로 항공사가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중정비, 비행 전후로 실시하는 운항정비 등이 포함된다.

국회입법조사처가 발간한 '2017 국정감사 정책자료'에 따르면 국내 MRO 사업은 초기 단계로, 저비용항공사의 경우에는 대부분의 중정비를 해외 전문 MRO 기관에 맡기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해외에 정비를 위탁하다 보면 그 기간이 보름에서 한달까지 소요, 항공기 운용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이는 정비 이월을 부추기는 요인으로도 자리하고 있다.

이에 국토부는 지난 2016년 12월 LCC 전용 정비고를 인천공항에 신축하는 등 항공정비산업 육성에 나서고 있지만 해당 산업 발전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체계적인 국가 항공정비지원체계와 범부처적인 지원 계획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항공기 지연율 증가세 멈춰섰지만, 피해 보상은 '소홀'

지난해 국감에서는 항공기 지연(예정된 시각 대비 30분 이상 초과 이착륙) 문제도 이슈로 부각됐다. 항공사들의 잦은 비행 지연은 탑승객들의 불편 초래는 물론 다음 연결편에도 영향을 미치는 '항공기 접속' 문제로까지 이어지기 때문이다.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국공항공사와 인천공항공사에서 받은 국감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6년(인천공항 1~8월, 그 외 공항 1~7월 통계) 국내선 항공기 지연율이 전년 대비 87% 급증했다고 전했다. 국내선 항공기 지연율이 2015년 10.4% 수준에서 2016년 19.5%로 두 배 가량 뛴 것이다.

특히 항공기 지연의 주요 원인은 전편 항공기의 지연이 다음 연결편에 영향을 미쳐 지연되는 항공기 접속이 94%로 가장 많았다는 점에서 운영·관리문제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반해 불가항력적 요소인 기상 악화의 비중은 1.46%에 불과했다.

안 의원은 "지난해 10대 중 1대 꼴로 발생했던 비행기 지연이 올해 들어 5대 중 1대 꼴로 두 배 가량 늘어났다"며 "공항별, 항공사별로도 지연율이 많은 차이가 남에 따라 그 원인을 규명하고 점차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올해 들어서는 항공기 지연율이 개선 추세에 놓인 것으로 나타난다. 국토부가 발표한 '2017년 1·2분기 항공교통서비스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2분기 국내선 지연율은 11.56%, 11.66%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3.48% 포인트, 9.87% 포인트 감소했다. 지난해 지연율 19.5%와 단순 비교해도 8% 포인트 낮아진 것이다. 이는 지난해 국토부의 항공기 지연운항 개선 방안책이 유의미한 결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그럼에도 진에어의 경우에는 1·2 분기 기준 3년 연속 가장 높은 국내선 지연율을 기록하고 있으며 평균을 상회하는 17~18%대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지속적인 관리가 요구되는 상황이다. 또한 항공기 접속으로 인한 지연 비중이 여전히 1분기 91.8%, 2분기 94.1%로 나타났다는 점은 공항 운영의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이 시급함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더불어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항공교통 관련 피해구제 건수는 올해 1·2분기 각각 203건(전년 동기 대비 91.51% 증가), 170건(4.49% 감소)으로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는 점도 문제로 지목된다. 이중 지연·결항으로 인한 피해접수는 지난해 1분기 27건에서 올해 1분기 42건으로 두배 가까이 늘었다. 2분기에는 지난해 54건에서 올해 41건으로 줄었지만 여전히 지연·결항이 주요 피해 원인으로 자리잡고 있어 항공사의 전향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취소항공권의 대금환급 지연으로 인한 피해도 지난해 상반기 138건에서 올해 231건으로 67.4% 늘었고, 탑승장·항공편 등 관련 정보 미제공으로 인한 피해도 같은 기간 5건에서 15건으로 늘어나 고객 서비스 개선이 요구되는 실정이다.

항공 인력 음주단속 적발에 기내 난동, 흡연 등 안전 '구멍'

▲ 대한항공 승무원들이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객실훈련센터에서 기내 난동승객 제압술 훈련 시연을 하는 모습. ⓒ 뉴시스

지난해 국감에서는 항공기 안전을 책임지는 조종사와 정비사들의 음주 문제를 비롯해 승객들의 폭언, 흡연, 소란 등 불법행위에 대한 강력한 규제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당시 박찬우 자유한국당 의원은 "2010년 이후부터 지금까지 조종사 3명과 정비사 1명이 음주단속에 적발됐다"며 "항공인력의 음주는 여느 사고와 달리 대형참사로 이어지기 때문에 적극적인 음주단속 대책 마련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정용기 자유한국당 의원도 "성추행, 폭행 및 협박, 음주, 흡연, 폭언 소란행위 등 항공보안법상 불법행위 사건이 2012년 1월부터 2016년 6월까지 1441건 발생했다"며 "항공기내 불법행위는 승객, 승무원은 물론 국민들의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할 수 있어 항공보안법의 법적 구속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세부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러한 지적에도 불구하고 기내 불법행위는 올해에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9월 12일 이학재 바른정당 의원이 공개한 국토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8월 기내 불법행위가 305건으로 집계, 한달 평균 38건의 불법행위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한해 발생한 455건의 월 평균치와 비슷한 수치다.

이 의원은 "항공기 안전과 승객·승무원의 생명까지 위협할 수 있는 기내 불법행위가 증가하고 있다"며 "기내 난동 행위에 대한 솜방망이식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올해 국감에서는 기내 난동에 대한 법적 대책 마련과 함께 항공사들의 대응 매뉴얼 확보, 규정 준수 등에 대한 확인이 이뤄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기내 난동의 책임을 항공사에게 전가시키는 듯한 지금의 대책들이 한계를 지닐 수 밖에 없다는 반응이다.

황호원 항공대 항공교통물류우주법학부 교수는 지난 2월 열린 '기내난동 법적대책 마련을 위한 토론회' 자리에서 "항공사의 대응책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어 승객 인권을 비롯한 과잉 진압에 대한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서비스 품질에 민감한 항공업 특성상 승객들의 눈치를 봐야하는 상황에서 기내난동을 즉각 제압하지 못하면 항공사에 과징금을 물게 하는 것은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용근 경찰교육원 교수도 칼럼 기고를 통해 "지금의 기내 난동을 막기 위해서는 업계의 상시 교육훈련을 통해 실질적인 대응과 기내 사법권 행사를 가능케 하는 시스템을 갖추는 일이 우선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담당업무 : 산업부를 맡고 있습니다.
좌우명 :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대로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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