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기구 통해 인재 양성해야"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최정아 기자)
북악정치포럼이 열린 지난 17일 저녁 국민대 본부관 401호. 이날은 유독 빈자리를 찾기 힘들만큼 특강을 들으려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이날 마이크를 쥔 주인공은 바로 이광재 여시재 원장(전 강원도지사)였다. 故노무현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안희정 충남도지사와 함께 ‘좌희정 우광재’로 잘 알려진 그가 민간싱크탱크 ‘여시재’ 원장으로 연단에 선 것이다. 이번 포럼에서 이 원장은 ‘대한민국을 혁신하는 두 가지 도전’이란 주제로 강의를 이어나갔다.
“대한민국을 혁신하려면 무엇을 해야할까?”
이 원장이 강의 서두에 던진 질문이다. ‘혁신’이란 말이 곳곳에서 유행어처럼 번지고 있지만, 정작 혁신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답하는 이는 드물다. 그렇다면 이 원장의 답은 무엇일까. 그는 사람들의 땀이 응축된 ‘도시’에서 그 단서를 찾고 있었다. 매연이 들끓었던 미국 뉴욕이, 또 인구 500명에 불과했던 할리우드가 세계 현대미술과 대중문화를 이끌 수있었던 이유도 바로 혁신과 창조력 때문이었다.
“신은 자연을 만들고 인간은 도시를 만들었다. 우리의 땀이 도시에 응축된 결과가 바로 문명이다. 얼핏보면 도시는 철근 덩어리에 불과해 보이지만, 인간의 생활방식이 녹아져있다. 농업 문명시대엔 일의 터전인 땅 옆에 집이 붙어있었다. 그런데 일의 터전과 집이 분리되기 시작한다. 오늘날은 어떤가. 수많은 직장인들이 자기 인생의 10~15%를 ‘출퇴근’에 낭비하면서 살고 있다. 그렇다면 이 시점에서 ‘이런 생활방식이 영원할까?’란 질문을 던지고 싶다. 우리 사회는 ‘창조력’을 통해 역사를 만들어갔다. 정말 힘들게 출퇴근 하는 자동차가 100대 있다면, 이 중 대부분은 (출퇴근 시간을 제외하고) 주차하는데 시간을 보낸다. 이제는 ‘출퇴근 자동차 공유 시스템’으로 가고 있다.”
“세탁기가 인터넷보다 인류에 더 큰 기여를 했다”는 주장을 내세웠던 경제학자 장하준 교수처럼, 이 원장도 미국 천재 발명가 토머스 에디슨을 주목하고 있었다. 에디슨은 1878년 전기조명회사 GE를 세웠다. 이후 전구를 시작으로, 토스터기, 전자레인지, 냉장고, TV, 세탁기, 식기세척기를 연달아 만들었다. 이에 대해 이 원장은 ‘왜 전구 다음으로 토스터기를 발명했나’라는 질문을 던졌다.
“농경사회에선 부부가 함께 논밭에 가서 일한다. 두 부부가 출퇴근을 같이하는 셈이다. 그럼 밥은 누가 해먹나. 토스트기가 있다면 빨리 출근할 수 있다. 빨래는 세탁기가 하게 됐다. 산업혁명 이후 노동의 형태가 달라졌다. 가정을 유지하고 발전하기 위해 GE가 가전(家電)시대를 연 셈이다. 그렇다면 ‘포드’는 어떠한가. 포드는 자동차를 만들어 전국민의 ‘마이카(my car)’ 시대를 열었다. 한 단계 진화된 형태의 가전제품과 자동차가 나올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자동차는 자율주행시대에 접어들었고, 가전제품도 더욱 똑똑해지고 있다. 이제 냉장고가 ‘우유 유통기한’을 알려주는 날이 온다. 기술의 혁명은 새로운 생활양식을 가져온다. 자율주행시대가 오면 자동차 안은 금방 사무실로 바뀔 것이다.”
이 원장은 ‘4차 산업혁명’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4차 산업혁명은 말그대로 WWW(World Wide Web)이다. 각자가 따로 떨어져 있으면 아무것도 아니지만, 연결된다면 유의미해지는 세상. 이를 가능케 하는 것이 4차 산업혁명이다.
“아프리카, 남미, 미국 등 세계의 지식과 지식이 서로 만난다. 지식대폭발이다. 인터넷에 있는 지식의 양이 2배씩 늘어난다. 지식이 무한대로 폭발하는 것이다. 연결된 개인이 인류역사를 만드는 주체가 된다. 1인 미디어가 부상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두 번째로는 플랫폼이 필요하다. 페이스북, 알리바바, 우버가 세계적인 공장을 가지고 있나. 아니다. 이것이 연결된 플랫폼이다. 예를 들면 3년 내 은행(의 공간)이 거의 사라진다고 한다. 은행의 공간이 바뀌고 있다. 이미 원격진료는 현실화되고 있다. 스마트 시계를 통해 혈류량을 체크한다. 병원이 바뀌고 있다. 우리 누구나 교사가 될 수있다. 온라인 강의 사이트가 수천개다. 학교가 바뀌고 있다.”
도시는 인간 창조력의 산물이다. 이러한 4차 산업혁명의 신기술을 통해 도시를 만든다고 상상해보자. 이 원장이 ‘스마트 시티’ 건설을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세계 최강의 전사회사를 가진 나라가 바로 우리 한국이다. 지난 30년간 가장 많은 도시를 만들어본 나라다. 에디슨의 GE엔 건설사가 없다. 하지만 삼성은 건설, SDS, 엔지니어 등의 계열사를 가지고 있다. 이에 대해 비판의 의견도 물론 있지만, 반대로 이것이 미래사업으로 가는 경쟁력일 수도 있다. 게다가 한국은 IT기술이 매우 발달한 나라이며 미래 가능성이 열려있는 아시아 국가다. 문재인 대통령 또한 스마트 도시를 건설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피렌체도 인구가 8만명에 불과하다. 하지만 유럽이 자랑하는 르네상스를 만들어냈다. 실리콘밸리도 그러했다. 인구가 많고 적은 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혁신성 여부의 문제다.”
혁신을 위해선 인재가 필요하다. 뛰어난 인재는 좋은 교육을 받고 성장한다. 이 원장이 교육과 적절한 인재양성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는 이유다.
“중국의 경우, 대학 진학 전까지 각 학생의 활동발달사항이 국가에 기록된다. 이후 이 엘리트4만명이 적재적소에 배치된다. 한국은 엘리트 양성 시스템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관료, 민간, 기업, 시민단체 등 일정한 수를 선발해 국가 전략을 교육시켜 지도자로 양성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헌법 기구상 인재위원회도 있었으면 한다. 헌법 기구를 통해 인재를 철저히 양성‧훈련하는 것이다. 교육도 생각해봐야한다. 한국의 미래는 교육이다. 한국은 초등학교부터 의무교육이다. 이 말은 가장 많은 성장을 하는 0세부터 8세까지 적절한 교육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 시기에 영재들에게 최고의 교육과 선생을 보내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본다. 교육은 투자이자 기회다.”
혁신의 근본적인 이유를 생각해보면 답은 간단하다. ‘행복하기 위해’,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서일 것이다. 이 원장은 ‘행복’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히며 강연의 끝을 맺었다.
“하버드 대학에서 ‘행복’을 주제로 연구했다. 불우한 사람과 부유한 사람들을 75년간 조사한 결과, 인간이 행복을 느끼는 이유는 ‘관계’였다. 우리의 목표는 이웃의 아픔을 이어가고 행복을 늘리는 것이다. 조그만 뾰루지가 나면 모든 신경을 그 뾰루지에 쏟는다. 정당, 지역과 상관없이 피를 나눠줄 수 있는 뜨거운 심장을 가지길 바라며 모두가 행복하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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