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전기룡 기자)
은성수호(號)가 초기부터 다사다난(多事多難)한 모습이다. 창사 이래 처음으로 임원 전원으로부터 사표를 받는 등 강도 높은 체질 개선을 추진했지만, 채용비리 건에 휩싸이며 불안한 모습을 내비쳤기 때문이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수출입은행의 임원인사에 빨간 불이 켜졌다. 은 행장이 상임임원 3명과 본부장 6명을 비롯한 경영진 전원의 재신임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시기가 도래했음에도 불구하고, 김성택 부행장이 김용환 농협금융지주 회장에게 금융감독원 채용을 청탁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난항을 겪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수출입은행 경영진 전원은 지난달 16일 은 행장에게 사의를 표했다. 경영진의 일괄 사의 표명은 전례가 없는 일로, 이에 따라 현 경영진은 재신임을 받거나 차기 인사가 시행되기 전까지 업무를 수행하게 됐다. 당시 수출입은행 측은 “경영진이 새 은행장의 경영철학 실행과 선택의 폭을 넓혀주겠다는 취지에서 일괄적으로 사의를 표명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아울러 수출입은행은 이튿날(17일) 준법감시인 제도의 도입과 임원추천위원회(이하 임추위) 및 외부 평가기관이 참여하는 직원 채용제도를 마련하겠다며, 고강도 쇄신을 예고했다. 준법감시인은 사전적으로 법규 준수 여부를 점검하는 ‘내부통제 제도’를 의미한다.
이와 관련 한 금융권 관계자는 “수출입은행이 지난해 첫 적자를 기록한데다 국정감사에서 수 차례 ‘낙하산 인사’ 논란에 휩싸이지 않았냐”며 “그간 지적돼온 사항들에서 자유로워지기 위해 조직 쇄신에 나서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다만 일사천리(一瀉千里)로 진행될 것처럼 보였던 수출입은행의 쇄신 작업이었지만, 여전히 임추위는 본격적인 활동에 나서고 있지 않는 모양새다. 국정감사가 끝나는 10월 말, 혹은 11월 초부터 임추위가 운영될 것으로 점쳐졌지만 아직까지 공식적인 행보가 드러나지 않고 있기 때문.
따라서 일각에서는 ‘채용비리’로 몸살을 앓고 있는 수출입은행이기에 은 행장이 섣불리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또한 임추위 발동 후 임원 선임까지 2주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에 미루어 이들이 그리는 본격적인 인적 쇄신 역시 내년부터 본격화될 것이라고 관측하고 있다.
이에 대해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임추위 제도가 마련된 지 아직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았다”며 “임추위가 운영되기 위해서는 임원진의 사표 수리 여부를 결정한 후, 새롭게 선임해야 하는 임원의 명단과 수를 확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국정감사가 끝난 지 이제 일주일 여가 지났다”며 “임추위를 운영하는 시점을 명확하게 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새로 뽑을 임원 리스트가 나오는 대로 임추위가 운영될 것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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