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유경표 기자)
한·중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갈등이 봉합 단계에 들어가면서 그간 된서리를 맞아왔던 국내 배터리 업계의 기대감이 부풀고 있지만, 미국의 전기차 세액 공제 폐지 방침이 새로운 악재로 떠올랐다. 또한 코발트 등 배터리 원료 가격의 급등으로 인한 수익 악화 가능성도 국내 업체들의 발목을 붙잡고 있다.
중국 정부는 사드 보복이 본격화된 이후 전기차 배터리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한국산 배터리 탑재 차량을 제외해 왔다.
올해 1월부터 지난달 말까지 9차례에 걸쳐 중국 정부가 발표한 친환경차 보조금 명단에서 199개사 2789개의 모델이 보조금 혜택을 받았지만, 이 중에서 LG화학과 삼성SDI의 이름은 누락됐다. 삼성SDI와 LG화학 등의 중국 현지 공장 가동률도 10~20% 이하로 하락한 상황이다.
최근 한국과 중국이 ‘한중 관계개선 협의문’을 공동 발표하면서, 사드를 둘러싼 양국 간 갈등이 해빙 무드에 접어들었다는 관측이 나오지만, 배터리 사업은 중국 정부도 눈독을 들이고 있는 분야인 만큼, 어디까지 규제를 완화해 줄 것인지가 관건일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서도 우리 배터리 업계에 대한 위험 신호가 감지된다. 미 연방정부가 친환경 에너지 정책과 전기차 육성을 위해 적용하던 구매 혜택을 없애기로 하면서부터다.
지난 6일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미국 공화당은 세금 개혁의 일환으로 전기차 구매 시 적용했던 2500~7500달러의 연방세액 공제 폐지안을 발표했다. 이 안이 미 의회를 통과한 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하면 내년부터 미국 내에서 전기차를 구매 시 적용됐던 혜택은 사라진다.
이로 인해 미국 전기차 업계에 상당한 타격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지난 2015년 7월 미국 조지아주가 전기차 구입 시 5000달러(약 550만원)의 세액 공제 정책을 폐기하자, 매달 1300대 꼴이었던 전기차 판매대수가 100대 이하 수준으로 뚝 떨어진 바 있다.
미국·중국 사이에서 '샌드위치' 신세 된 국내 배터리 3사
정작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은 우리나라의 2차 전지 제조업체들이다. LG화학은 쉐보레와 르노, 삼성SDI는 BMW, 폭스바겐 등에 전기차 배터리를 납품한다. 전기차 원가에서 배터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30%에 이른다.
최근 SNE리서치 발표에 의하면 올해 7월 기준 LG화학의 글로벌 배터리 점유율은 13.2%로 2위, 삼성SDI는 6.9%로 5위를 기록하고 있지만, 실적에 있어서는 ‘외줄타기’를 하는 형국이다.
올해 3분기 LG화학은 전지사업 부문에서 매출 1조1888억원, 영업익 181억원을 기록했다. 삼성SDI는 1조1679억의 매출액을 올렸지만, 수억원대의 영업손실을 입은 것으로 추정된다. 1385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SK이노베이션도 776억원의 영업적자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세계 최대 전기차 배터리 소비국인 중국이 한국산 배터리에 대한 규제를 언제 완화할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미국 시장마저 축소되는 위기가 현실화된다면 국내 배터리 업체들의 향후 실적에 큰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더해, 최근 코발트와 니켈 등 배터리 핵심 원료들의 가격이 급등하고 있는 것도 국내 배터리 업계의 고심거리가 되고 있다.
최근 런던금속거래소(LME)에 따르면, 코발트 현물 가격은 지난해 10월 톤당 2만8000달러였지만 지난 6일에는 무려 6만500달러로 1년 사이에 2배나 폭등했다.
이처럼 배터리 소재 가격이 폭등하는 배경에는 중국과 일본 등 경쟁업체들의 치열한 배터리 개발 경쟁이 자리한다는 분석이다. 특히 중국의 경우, 콩고에서 생산되는 코발트의 약 90%를 수입하고 있고, 리튬이 생산되는 남미 지역에 대규모 투자를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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