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7월 14일 강원 속초시에서 미성년자를 꾀어내 성매매를 시킨 2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 남성은 ‘즐톡’을 통해 18살 A양과 속초·양양지역 남성들 간의 성매매를 알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해당 남성을 구속하고, A양을 여성보호 시설에 인계한 상태다.”
몇 달 전, 채팅앱의 존재조차 알지 못했던 대다수 사람들에게 큰 충격을 줬던 사건이다. 그러나 사실 채팅앱이 성매매 창구로 악용된 것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김승희 의원이 지난 6일 여성가족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청소년 성매매 건수는 최근 5년 사이 7배나 증가했다. 무엇보다도 청소년이 조건만남을 갖는 경로가 △스마트폰 채팅앱 37.4% △랜덤 채팅앱 23.4% △채팅 사이트 14% 순인 것으로 드러났다. 성매매 청소년 중 60.8%가 채팅앱을 통해 성매매를 경험한 셈이다.
단속도 예방도 어려운 채팅앱 성매매
이처럼 채팅앱이 성매매의 온상(溫床)이 된 것은 현실적으로 예방도, 단속도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우선 가장 좋은 예방책이라고 할 수 있는 운영사의 자정(自淨) 작용을 기대하기가 어렵다. 대다수 채팅앱은 메시지를 송신할 때 과금하는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메시지를 보내는 횟수가 많을수록 수익이 높아지는 시스템이다. 운영사가 자발적으로 본인인증이나 기기인증 등을 도입할 유인이 부족하다. 실제로 최근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성매매 관련 실태조사를 보면, 성매매 조장 앱 317개 가운데 87.7%가 본인인증이나 기기인증 없이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속도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은 △성매매를 알선, 권유, 유인 또는 강요하는 행위 △성매매의 장소를 제공하는 행위 △성매매에 제공되는 사실을 알면서 자금, 토지 또는 건물을 제공하는 행위 등을 ‘성매매 알선 등 행위’로 정의하고 처벌 규정을 만들어뒀다. 문제는 채팅앱의 경우, 처벌을 위한 증거를 잡기가 어렵다는 데 있다. 운영업체가 직접 성매매를 알선하지는 않는 데다, 대다수 채팅앱은 메시지를 보낸 쪽이 대화내용을 삭제하면 수신자도 메시지를 볼 수 없게 설계된 까닭이다.
법에 흠결이 있다면 새로운 법안 제정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조차도 쉽지 않다. 채팅은 어디까지나 ‘사적 영역’이므로, 성매매를 막는다는 목적으로 채팅 내용을 들여다보는 것은 ‘자유 침해’ 논란을 불러일으킬 공산이 크다. 지난 9월 〈시사오늘〉과 만난 한 정책담당 보좌관은 “여성단체에서 채팅앱에 대한 문제 제기를 많이 하고 있지만 채팅앱을 운영한다는 사실만으로 서비스제공자를 처벌할 수는 없고, 대화 내용을 알아보려면 감청을 해야 하는데 이것은 이것대로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이라며 “현실적으로 법이 할 수 있는 일은 성매매 당사자를 처벌하는 정도”라고 말했다. 운영사의 자정 작용도, 국가의 처벌도, 새로운 법안 제정도 어렵다 보니 채팅앱을 통한 성매매는 날이 갈수록 늘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신용현, ‘성매매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대표발의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국민의당 신용현 의원은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지난 10월 ‘성매매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그는 “2016년 국가인권위원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성매매 피해 아동·청소년의 응답자 중 59.2%가 스마트폰 채팅앱을 통해 성매매를 접한 것으로 드러났으며, 채팅앱을 통한 성매매 적발 건수가 해마다 증가하고 있는 추세”라며 “그런데 현행법은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 또는 온라인서비스 제공자가 인터넷을 통한 성인 화상채팅 및 애인대행 사이트 등 청소년 유해매체물로 지정된 채팅 사이트에서만 디지털콘텐츠 대화 화면에 성매매가 처벌 대상이라는 사실 및 신고포상금 등에 관한 사실을 게시하도록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모바일 채팅앱 등을 통한 성매매가 증가하고 있는 추세인 만큼, 이들 역시 경고문구 게시 의무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면서 “이 법안은 성매매 경고 문구를 게시해야 하는 디지털콘텐츠에 인터넷서비스 사이트뿐만 아니라 모바일 웹 또는 모바일 앱이 포함됨을 명확히 해 성매매 범죄 발생을 미연에 방지하고, 청소년 등을 성매매 범죄로부터 보호하려는 의도”라고 발의 배경을 밝혔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 및 온라인서비스 제공자의 의무를 규정한 ‘성매매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33조 제1항에 ‘인터넷서비스의 사이트, 모바일 웹 또는 모바일 앱 등’이 의무 부담자로 추가된다. 앞으로는 채팅앱도 성매매에 관한 구체적 정의, 성매매가 처벌 대상이라는 사실, 성매매 신고 포상금에 대한 안내문 등을 반드시 게시해야 한다는 의미다.
경고문 게시, 실효성 있나
다만 경고문 게시가 실효성이 있을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작지 않다. 채팅앱을 통한 성매매가 불법이라는 사실을 ‘몰라서’ 하는 사람보다는 ‘알면서도’ 하는 사람이 훨씬 많다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성매매를 ‘꿈도 꿀 수 없게 만드는’ 강력한 처벌 규정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와 관련, 신 의원 측은 9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실효성이 없다고 보는 분들이 계실 것이라는 생각은 했다”면서도 “이 법안은 채팅앱에 접속할 때 경고문을 보게 되는 것만으로도 청소년들이나 성인들의 주의을 환기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발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처벌 강화 등 실질적 제한을 둘 수 있는 방향으로 법안을 제정할 수는 없나’는 질문에는 “저희도 공감하는 사항”이라며 “추가적으로 고민하고 있다”고 답했다. 본 법안은 ‘예방주사’ 차원일 뿐, ‘실질적 치료법’은 개발 중이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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