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호, “노무현 죽음은 정치보복에서 비롯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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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호, “노무현 죽음은 정치보복에서 비롯됐다”
  • 정세운 기자
  • 승인 2009.07.13 12: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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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노(親盧) 박재호 전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

참여정부 실패론과 이명박 정부 들어서면서 검찰 수사로 코너에 몰렸던 친노무현(친노) 진영이 부활할 수 있을까?

내년 지자체 선거를 앞두고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친노 인사들의 지지율이 1~2위를 달리며 만만찮은 정치력을 과시하고 있다. 한명숙 전 총리나 유시민 전 장관의 경우, 오세훈 현 시장과 맞대결을 벌인다면 두 사람 모두 승리가 가능하다는 조사 결과도 나오고 있다. 이 때문일까. 친노신당 창당설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친노 인사들의 정치 ‘로드맵’은 어떻게 짜져 있을까. 이에 대한 궁금증이 일어, 대표적 친노 인사로 알려진 박재호 전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과의 인터뷰를 추진했다. 박 전 이사장과의 인터뷰는 지난 8일 강남의 한 사무실에서 이뤄졌다.
 

▲박재호 전 이사장은 노무현의 죽음은 정치보복에서 비롯됐다고 밝혔다 ⓒ시사오늘 권희정

안희정 이광재 우연히 만나 ‘의기투합’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살 소식을 들었을 때 무슨 생각이 나던가요.

“사실 노 대통령의 죽음이 너무나 의외이기도 했고 처음엔 상당히 당황했죠. 왜 노 대통령이 자살까지 생각했는지 며칠 생각을 했습니다. 그랬더니 이해가 가더라고요. 노 대통령 입장에서 보면 가족들뿐만 아니라 자기를 따르고 좋아했던 여러 사람들한테 미안하기도 했을 겁니다. 노 대통령 입장에서 보면, 자기 때문에 주변의 여러 사람들이 희생당한다고 생각했을 겁니다.
솔직히 내가 그분의 입장이었더라도 이런 선택(자살)을 하지 않았겠느냐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박재호 전 이사장은 대표적 친노 인사로 꼽히지만, 그가 진정한 친노인사가 되기까지는 시간이 한참 걸렸다.

박 전 이사장의 정치시작은 상도동에서 출발한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오른팔이자 조직의 귀재로 알려진 서석재 전 의원의 비서로 그는 정치에 입문했다.

그는 이후 나라사랑실천본부(나사본) 등을 통해 ‘김영삼 대통령 만들기’에 나섰고, 문민정부 출범 후 대통령비서실 정무국장, 인재재무비서관으로 일했다.

김대중 정부가 시작되자, 할 일이 없어진 그는 미국으로 약 1년간 도미(渡美)했다. 미국에서 돌아 온 후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안면이 있던 ‘안희정’ ‘이광재’와 우연히 만나 의기투합하기에 이른다. 박 전 이사장이 친노 인사가 되는 과정이다.

-조문과 추모 열기가 대단했습니다. 어디서 비롯된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솔직히 이렇게 추모열기가 대단할지 몰랐습니다. 노 대통령의 대표적 정치철학이 ‘서민하고의 소통’, ‘민주주의 절차’ 아닙니까. 그런 것들이 대중 속에 뿌리가 내려져 열기가 대단했던 것 같습니다. 집권당시에는 조선, 중앙, 동아 등 일부 언론 때문에 상당히 왜곡을 당했습니다. 하지만 퇴임 후 노 대통령의 소박한 행동 등을 국민들이 관심 있게 봐왔던 결과겠죠. 그러면서 국민들이 볼 때는 ‘진정한 나의 대통령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사실 그 열기는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이것은 열기라고 하기보다는 노 대통령이 심어놨던 뿌리가 싹이 트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박 전 이사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전’자를 생략한 채 계속해서 ‘대통령’이라고 불렀다. 그의 가슴 속에는 아직도 ‘노무현’이 대통령인 듯싶었다.

 
-노 전 대통령의 자살을 일부에서는 정치보복에 의한 타살로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그렇게 볼 수 있겠죠. 정권이 끝나고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면 전 정권의 비리를 조사 해 왔습니다. 하지만 측근 중심으로 수사를 하지 전직 대통령을 겨냥해서 직접 수사를 하는 경우는 없었습니다. 전두환 노태우 씨 같은 경우는 너무나 많은 비자금이 들춰지다 보니 어쩔 수 없었지만…. 금액이 국민들이 볼 때 적든 많든 간에 창피를 주는 수준까지 언론플레이가 되고…. 되돌아보면 정치보복이 확실하다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
 

 

▲박 전 이사장은 노무현 정신은 기회의 균등이라고 말했다

“검찰로비로 노무현 개혁의지 꺾여”

-야당인 민주당에서는 기획수사라며 국정조사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김영삼 정부 들어서면서부터 국정원의 역할이 축소됐습니다. 그러다보니 검찰이 그 막대한 권력을 독점하고 있습니다. 결국 문제점은 여기서 시작됩니다.”

박 전 이사장은 국정조사 요구의 타당성에 대한 질문에 대해 ‘검찰 권력’의 문제점으로 대신 답했다.
 
“우리나라는 검찰 기소독점주의 아닙니까. 이 검찰 시스템은 일제시대 때 식민통치를 편하게 하기 위해서 만들어 진 겁니다. 그래서 기소권을 모두 검찰한테 준 것입니다. 이 제도가 일본도 바뀌고 민주주의를 하는 모든 나라들은 거의 바뀌었는데 우리만 그대로 존속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개혁이 안 되고 변화가 없는 곳이 검찰 아닙니까. 노무현 대통령은 부정부패방지, 고위공직자 비리 조사체를 만든다든지 여러 가지를 하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것이 다 실패한 이유가 검찰의 로비 때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

-검찰의 권한 축소가 가능할까요. 입법을 하려면 국회의원들이 나서야 하는데 율사출신 의원들이 많아서 가능할 것 같지 않습니다.

“전 세계에서 율사출신 국회의원이 이렇게 많은 나라는 우리밖에 없을 겁니다.”

-야당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의 사과와 법무부 장관 등의 파면도 요구하고 있지요. 정치공세가 아닐까요.

“노 대통령이 서거하자마자 이명박 대통령이 ‘참 유감스럽다’라든가, ‘본의 아니게 이런 결과를 낳아서…’ 등 이 정도의 이야기만 했어도 상당히 소통이 되는 문화라고 할 수 있죠. 하지만 전혀 없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좀 실기를 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법무장관 파면은 대통령이 그렇게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이런 큰 사건을 그냥 넘어 갈수도 있지만 국민들에게는 불신의 뿌리가 아직도 남아있으니까요.”

“노무현의 정치철학은 평등과 균등의 기회”

-반 노무현 진영에서는 ‘노무현=포플리즘’, ‘노무현=분열과 선동’이라는 표현을 자주 씁니다. 전혀 틀린 말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요.

“노 대통령이 한 정책이 다 옳지는 않죠. 하지만 노무현의 정치철학은 평등과 균등한 기회입니다. 과거 특권층이 누렸던 권리를 누구나 가질 수 있는 기회 균등의 가치로 가자는 겁니다. 그런데 이런 정책을 놓고 편가르기라고 하는 것은 말이 안됩니다.”

그러면서 그는 “편 가르기를 하는 쪽은 특권층”이라고 못 박았다.

“우리나라에 특권과 이제까지 기득권으로만 살았던 사람들이 노무현이 되면서 기득권이 없어졌죠, 행사를 못하죠. 그것의 반발로 인해 그 세력들이 편 가르기를 한다고 말한다면 이해는 갑니다.”

-민주당은 얼마전까지 ‘노무현과의 단절’을 주장하다가 그가 서거하자 장외투쟁까지 하면서 “노무현 정신을 계승하겠다”고 외치고 있습니다. 언어도단 아닌가요.

“지금의 민주당 구조에서 노무현 정신을 계승하겠다, 참 우습죠. 노무현의 정치철학이 지역주의 극복 아닙니까. 그런데 지금 민주당의 구조하고 노 대통령의 정치철학하고 맞습니까? 지금 좀 인기가 올라가니까 갑자기 ‘계승하자’고 하면 국민들이 다 웃습니다.”

박 전 이사장은 민주당은 지역정당이고 이는 노무현의 정치철학과는 맞지 않는다는 것을 강조하는 듯싶었다.

 

 

 

 

 


 
민주당의 ‘노무현 계승’ 주장은 ‘언어도단’


-그래서 노 전 대통령이 지역주의를 극복하기 위해 열린우리당을 만든 겁니까.

“글쎄요. 참여정부 시작 후 대북송금 특검 때문에 DJ 진영에서 반발이 심했습니다. 솔직히 대북송금 문제로 DJ 진영하고 틈이 많이 벌어졌지요. 이것도 신당 창당의 배경이 됐을 겁니다.”

박 전 이사장은 그러면서 열린우리당 창당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물론 동서화합을 위해 당을 만든 것은 사실입니다. 처음에는 ‘열린우리당이 가능할까’ 의심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대통령 탄핵 등이 나오면서 수도권에서 변화의 움직임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수도권에 변화가 오면서 호남도 바꿔보자는 분위기였죠. 하지만 수도권에서 너무 젊은 정치인들이 국회의원이 되면서 이념에 치우친 정치를 한 게 문제가 된 것 같습니다. 다시 말해 과거 세력을 수구반동이라 몰아붙이면서 문제가 심화됐습니다.”

-열린우리당의 최대주주는 정동영 의원이 맞죠. 그런데 요즘 정 의원의 정치행태와 ‘지역주의 극복’하고는 어울리지 않는 것 같습니다. 결국 이런 것들이 열린우리당 실패로 이어진 것은 아닌가요.

“뭐 하려고 그렇게 정치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국회의원 몇 번 더 하려고 정치를 하는 것은 아니잖습니까. 자기가 이상을 가지고 꿈을 가졌으면 과감한 시도를 해서 국민들한테 평가를 받아야죠.”

정동영 의원은 지난 4월 재보궐 선거에서 전주 덕진 출마를 선언했다. 하지만 민주당 지도부가 ‘공천불가’를 들고 나오자 민주당을 탈당해 ‘무소속출마’를 감행했다.

-친노 신당설이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가능한 겁니까?

“잘 모릅니다. 하지만 신당이 나올 가능성은 있는 것 아닙니까. 민주당은 자기반성 없이 유불리나 따져 정치를 하려고 합니다. 그러니까 정치적 지향점이 맞는 사람끼리 ‘점화해보자’는 말들은 많습니다.”

“친노 신당 나올 수 있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친노정당이 만들어면 내년 지자체 선거를 비롯해 각 종 선거에서 필패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건 단순 논리입니다. 노 대통령 서거 전에는 당선에 대해 꿈도 꾸지 못하다가, 노 대통령 서거 후 한나라당 지지도가 떨어지니 민주당으로 출마하면 되겠다는 단순 논리입니다. 단순히 당선이 되느냐, 안되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비전과 정치철학이 중요한 거지, ‘네가 나가면 내가 떨어진다’는 논리는 웃기는 얘깁니다. 국민들이 정확히 심판을 할 겁니다.”

-내년 지자체 선거를 앞두고 친노 인사들의 지지율이 상당히 높습니다. 친노 인사들이 민주당 간판을 가지고 나가면 당선이 가능하지 않을까요.

“물론 그렇겠죠. 하지만 이것도 쉽지 않습니다. 민주당 스스로가 자기들의 기득권을 버리고 소위 말하는 양보를 하지 않으면 모를까. 뭐, 하려고 (친노 인사들이)민주당 간판을 가지고 출마 하겠습니까.”

-18대 총선에서 부산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해 낙선했습니다. 민주당 간판을 가지고 출마하는 게 옳은 것 아닙니까.

“내가 민주당의 사람이라고 낙인 찍히는 게 싫었습니다. 민주당이라는 정당구조에서 그 간판을 가지고 출마한다는 게 정말 싫었죠. 그래서 무소속으로 출마한 겁니다. 한 번 해보자해서 시작했는데 비참한 실패를 했죠.”

참여정부에서 정무비서관을 지낸 그는 국민체육진흥공단 최연소 이사장으로 선출돼 이목을 집중 받았다.

이후 과감한 인사제도 혁신과 광범위한 제도혁신을 통해 공단에 새바람을 일으켰다. 이는 곧 매출성장으로 이어져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공기업은 역시 힘 있는 권력의 실세가 가지 않으면 일을 못합니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하위상달은 절대 안됩니다. 때문에 깨끗하게 일하자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밑에 청탁을 절대 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인사문제를 공정히 하자고 결심했습니다. ‘BSC’를 도입해 실적과 평가위주로 이를 해결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지역주의 극복은 유권자의 몫”
 
-요즘 정치권의 화두는 ‘개헌’입니다. 찬성하십니까. 찬성한다면 어떤 권력구조가 좋다고 보십니까.

“만약 대통령 4년 중임제를 하면 임기 2년반이 지나면 아마도 다음 대통령 선거운동을 할 겁니다. 국가적으로 더 큰 낭패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차라리 우리나라는 대통령이 너무 많은 권한을 가지고 있잖아요. 이원집정부제라든지, 내각제라든지 다양한 행태의 개헌논의를 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물어보지 못해 하지 못한 말이 있을 듯싶습니다.

“우리 정치가 불신 때문에 한걸음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사실 정치는 자기논쟁을 하다가 국회의 숫자에 의해 표결하는 것이 맞죠. 근데 우리나라는 영남과 호남의 지역감정이 심하기 때문에 표결로 한다는 것을 용납하지 않죠. 이런 문화가 바뀌려면 국민들부터 바꿔야 됩니다. 그 나라의 정치수준은 그 나라의 유권자 수준입니다. 국민들이 표를 제대로 행사해야만 지금의 지역구도가 깨질 수 있습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박 전 이사장과 점심식사를 하면서 전반적인 정치 얘기를 더 나눌 수 있었다.
 
필자가 ‘이명박 대통령이 박근혜 전 대표한테 너무 끌려다니는 것 아니냐’고 했더니, 박 전 이사장은 “경제 살리는 건 경제 관료가 하는 것이고, 대통령은 좀 더 큰 틀에서 나라를 운영했으면 좋겠다. 행정구역개편이라든지, 개헌이라든지 거대한 담론을 만들어서 추진했으면 아마도 ‘박근혜 한테 끌려다닌다’는 소리는 듣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에 필자는 ‘열린우리당도 거대 담론이 없어 실패한 것 아니냐’고 재차 물었더니, 그는 “멀리 봤을 때 열린우리당이 실패한 것은 아니다. 전체 역사를 볼 때 한 이음새로서 충분한 의미가 있었다”고 답했다. 그의 말 속에는 열린우리당이 ‘폐업’이 아닌 ‘휴업’ 상태를 의미하는 듯싶었다.

당분간 정치를 접고 ‘음식점’ 사업을 할 계획이라는 박재호 전 이사장. 그도 정치를 ‘폐업’한 게 아니라 아마도 ‘휴업’한 상태인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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