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색다른 음악이 듣고 싶을 때…카렌드로의 '특별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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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색다른 음악이 듣고 싶을 때…카렌드로의 '특별함'을
  • 김선호 음악칼럼니스트
  • 승인 2017.11.24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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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호의 지구촌 음악산책(23)>그리스 출신 엘레니 카렌드로의 'Music for Film'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 김선호 음악칼럼니스트)

▲ 그리스 출신 엘레니 카렌드로의 'Music for Film' ⓒ김선호 음악칼럼니스트

매일 먹는 음식에 물릴 때 가끔은 '오늘 뭐 특별한 메뉴 없을까?'하고 생각한다. 주말에 가족들이 외식을 하는 것도 이런 이유가 하나쯤은 들어 있다. 그런데 사회 생활하는 남자들은 대체로 늘 밖에서 음식을 사먹는 일이 많아서 이른바 MSG에 범벅이 된 음식을 가능한 피하고 집에서 식사를 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그것은 남자들이 꾸는 개꿈이다. 주부들은 늘 집에서 먹는 일이 많고 아이들도 그렇기 때문에 다수결의 원칙에 따를 수밖에 없다. 또 서열 3위쯤 되는 남자는 외식이라는 대세에 따를 수밖에 없다. 그게 현실이다.

음악도 마찬가지 아닌가 싶다. 좋은 음악도 자주 듣고 같은 장르를 반복해서 들으면 색다른 음악도 한번 들어보고 싶은 경우가 있다. 이럴 때 한번 들어볼 만한 것으로 아주 특별한 영화 음악이 하나 있다. 그리스 출신 여성 작곡가 엘레니 카렌드로의 'Music for Film'이라는 곡이다. 그녀가 작곡한 곡들은 가슴 한 켠에 묻어둔 아련한 그리움, 지울 수 없는 상처와 흔적을 마치 한편의 서정시처럼 섬세하고 아름답게 멜로디로 옮겨놓은 듯한 특징을 지니고 있다. 특히 이 음반의 곡들은 3편의 영화에 주로 사용됐던 것들인데, 그 가운데 주제 음악과 〈ADAGIO는 안개 속의 풍경〉(Landscape in the Mist)이라는 영화에 사용된 곡이다.

영화 〈안개 속의 풍경〉은 1988년 제작된 프랑스·그리스·이탈리아의 합작영화로, 그리스의 테오 앙겔로풀로스(Theo Angelopoulos)가 메가폰을 잡아, 아버지를 찾아 바람처럼 낙엽처럼 떠나는 두 남매의 여정을 그린 명작 로드 무비이다.

사생아인 불라와 알렉산더 남매는 엄마가 꾸며낸 거짓말을 실제로 믿고 언제나 역에서 기차를 바라보는 것이 일상이 되어 버린 날들을 뒤로하고 무작정 아버지가 살고 있다는 독일행 기차에 오른다. 아이들이 가로지르는 땅, 그리스는 유난히 음울하고 황량하며 을씨년스럽다. '안개속의 풍경'은 남매의 여정을 통해 그리스의 우울하고 절망적인 현실을 여기저기서 보여준다. 그런데 정말로 이 영화를 개봉하고 난 30년 후 지금 그리스 경제는 엉망이 돼서 그것이 오늘의 현실로 다가와 버렸다.

아무튼 남매는 정처 없이 여행을 계속하던 중 불라가 트럭운전사에게 강간당하는 사건을 겪게 된다. 또 시가행진을 벌이는 군인들의 모습에서 억압적인 폭력의 징후를 느끼고 그들은 계속해서 결혼식 피로연에서 울며 뛰쳐나가는 신부와 눈 쌓인 거리에서 죽어가는 말, 공연장을 얻지 못해 헤매는 유랑극단과 마주치며 삶의 쓸쓸함, 고통, 상처 등을 절감한다.

강간의 경악과 아픔을 겪는 가운데에서도 불라는 극단에서 일하는 다정한 청년 오레스테스를 사랑하게 된다. 그러나 그가 동성애자임을 알고 그를 떠나 아버지를 찾기 위해 다시 여행을 계속한다. 국경지대에서 밤중에 몰래 배를 타고 강을 건넌 남매는 안개 자욱한 풍경 속에서 천천히 나무를 향해 걸어간다. 그리고 이렇게 말한다.

▲ 이 작품은 1988년 베네치아영화제 금사자상을 수상했다. ⓒ김선호 음악칼럼니스트

"태초에 어둠이 있었어. 그 후에 빛이 만들어졌지."

마치 스티븐 호킹 같은 말을 끝으로 영화는 끝난다.

이 작품은 1988년 베네치아영화제 금사자상을 수상했다. 영화의 세계를 시적인 경지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 앙겔로풀로스는 극단적인 원거리 쇼트를 즐겨 쓰는 것으로 유명한데, 이 작품 역시 동일한 촬영방식을 사용해 잿빛 해변과 넓은 밤하늘, 인적 없는 도로 등의 우수 어린 그리스 풍경을 진한 청색 화면에 담아내고 있다. 이러한 장면들은 주인공 남매의 고된 여정과 현대 그리스의 황폐함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엘레니 카렌드로의 음악은 바로 이런 우수 어린 장면, 황폐한 장면, 드라마의 극적인 부분을 보다 한 차원 높게 승화시키는 몽환적 배경음악으로 자리하고 있다. 특히 9번째 트랙에 있는 아다지오에서는 오보에의 절규가 압권이다. 또한 각 각 곡마다 테너 색소폰, 트럼펫, 클라리넷, 프렌치 호른, 아코디언, 첼로, 피아노가 등장하는데, 각각의 악기마다 지니고 있는 교묘한 음산함과 애잔함을 수채화처럼 풀어놓고 있다. 다만 각 곡마다 길이가 조금 짧아서 심취해 들어가는데 조금 어려움이 있다. 이 음반의 '로사의 노래'에서는 엘레니 카렌드로가 직접 노래도 한다. 끊어질 듯 이어질 듯 애절한 절규가 악기의 선율과 묘한 조화를 이룬다.

첫 녹음은 아날로그로 녹음됐는데 1991년 독일에서 디지털로 리마스터링해 CD의 느낌도 비교적 차분한 편이다. 옥의 티를 하나 짚자면, 약간의 화이트 노이즈가 있는 것이라 하겠다. 하지만 감상하는데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다. 

▲ 엘레니 카렌드로 ⓒ김선호 음악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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