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한설희 기자)
6일 국민의당·바른정당 최고위원들이 참석한 협치 토론회와 평화개혁연대 세미나가 동시에 열려 중도통합에 대한 극명한 온도차를 보였다. 양 세미나에 모두 참석한 안철수 대표는 “당 대표를 사퇴하라”는 고성과 “통합 논의 중단 말라”는 지지 발언을 동시에 접해 짧은 시간 동안 냉탕과 온탕을 오가야 했다.
평화개혁연대, “안철수 물러나라”… “우리가 왜 유승민 결재를 받나”
안 대표는 이날 오후 평화개혁연대가 주최한 ‘국민의당 정체성 확립을 위한 평화개혁세력의 진로와 과제’ 세미나에 축사를 하기 위해 먼저 참석했다. 이 행사에는 호남계 중진인 국민의당 박지원·정동영·천정배 의원을 포함해 박주선·이용주·황주홍·최경환·이상돈 의원 등 비안(非安)계 가 대거 참석해 ‘통합 결사반대’ 주장에 힘을 실었다.
행사 내내 안 대표를 향한 청중들의 시선은 싸늘했다. 1부 사회를 맡은 최경환 의원이 안 대표를 향한 박수를 부탁했지만 박수 소리는 희미했다.
잠시 후 안 대표가 축사를 위해 마이크를 들자 좌중에선 “통합에 반대한다, 안철수 물러가라”, “인사말 필요 없으니 집에 가라”, “뻔뻔하게 어딜 들어오느냐”, “당신 때문에 얼굴을 들고 다니지 못하겠다”는 집단적 비난이 이어졌다. 심지어 안철수 대표의 다음 스케줄을 따라 함께 이동하는 기자들에게도 “안철수 뒤꽁무니만 쫓아다니려고 여기 왔느냐”는 목소리를 들렸다.
안 대표와 함께 참석한 김동철 원내대표가 “생각이 다르다고 해서 저런 행태를 보이는 것은 절대 좋지 않다”며 “서로 다른 목소리를 용인하고 화합하자”고 말해 분위기를 정돈하려 했지만 당원들 사이에서는 “원내대표나 잘하시라”며 역공을 당했다.
반면 호남계 의원들의 연설에서는 “옳소”라는 동의의 추임새와 박수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박주선 국회부의장은 “누가 뭐래도 호남의 가치를 대변하고 그들의 이익을 보호해야 한다”며 “정치적 의미의 호남 정당이라는 것을 부인해선 안 된다”고 청중들의 큰 호응을 받았다.
이어 박 부의장은 “민주당이 노무현을 당선시켰을 때, 호남 지지만 가지고는 전국정당이 될 수 없다는 명분으로 열린우리당 만들어 순간적으로는 개화(開花)했지만 결국 오래 존속하지 못했다는 실증된 사례가 역사에 있다”며 “명분에 집착해 현실을 무시하는 독불장군식 리더십 가지고는 성공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것을 인식하길 바란다”고 안 대표를 저격해 비판했다.
박지원 전 대표도 “국민의당이 언제부터 바른정당의 결재를 받아 예산안을 통과시켰냐”고 반문하며 “우린 유승민의 결재를 받을 필요가 없는 제 3당 국민의당이다”라고 외쳐 일부 청중들의 기립박수를 받았다.
박 전 대표는 이어 “지금 국민의당 없이는 대통령·민주당·한국당 모두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게 예산안을 통해 증명됐다”며 “감사원장도 우리의 인준 없이는 임명 못한다”고 주장해 당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자강(自强)’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였다.
안 대표는 ‘사퇴소동’ 직후 기자들과 만나 “선동하는 몇 사람은 있기 마련이고, 일일이 반응할 필요는 없다”며 “지방선거는 4자구도 아닌 3자구도로 치러야 하는데, 구체적 선거연대·통합 방법에 대해서도 각각 의견이 다를 수 있다.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치열히 논의해야한다”고 전했다.
국민의당 수권비전委, “통합논의 중단 주장 말라”… “외연 확장은 필수”
한편 같은 시각 다른 장소에서는 친안계·바른정당 측이 참석한 토론회가 개최돼 시종일관 호의적 분위기가 이어졌다.
국민의당 수권비전위원회가 주최한 ‘촛불민주주의와 협치’ 토론회에서는 도천수 국민의당 수권비전위원장·친안(親安)계 장진영 최고위원과 바른정당 정운천 의원 등이 참여해 “통합 논의를 이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평개련 세미나 방문 후 도착한 안 대표는 “원칙적으로 정당은 자기의 중심을 잡고 외연을 확장하면서 선거 승리를 통해서 수권한다”며 “거기서 자기의 정체성을 분명히 한 후, 외연을 확장해야 된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외연확장)결과로 당선자 숫자와 상관없이 국민 지지율로 2등 정당이 될 수 있다”고 자신하며 “그러면 그 힘을 가지고 다음 총선에 1당이 될 수 있다”고 비전을 제시했다.
도 위원장은 발표를 통해 “촛불민주주의는 제왕적 대통령제·양당 독점구조 타파와 다당제 민주주의를 실현하라는 엄중한 시대적 사명”이라며 통합 논의는 계속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연대이든 통합이든 아예 거론조차 하지 말라는 의견이 있는데, 논의조차 하지 말자는 주장은 현실적이지도 않고 설득력도 없다”며 “반대하면 반대하는 근거를 제시하고, 찬성하면 찬성하는 근거를 가지고 치열하게 소통하고 토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소통과 토론의 주체는 일차적으로 원내의원들이지만, 원외지역위원장 뿐 아니라 당원, 더 나아가 일반국민들도 포괄돼야 한다”고 주장해 안 대표 측이 제안했던 통합 관련 ‘전 당원 투표제’를 은연 중 지지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장진영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서울·경기·충청·강원·영남·제주의 원외 위원장 절대다수는 통합에 찬성”한다며 “비호남 지역위원장들이 풍찬노숙(風餐露宿)하며 작년 총선 26.74%의 정당투표율을 올리는 동안, 호남 중진들은 9명 보좌진과 지방의원들을 거느리고 특급호텔에 지내왔음에도 초라한 성적”이라고 호남 중진들을 전면 비판했다.
한편 안 대표는 오는 10일부터 호남 민심 탐방을 위해 목포와 광주를 방문할 계획이다. 안 대표는 호남 방문에 대해 “호남에서 당원 간담회 등을 통해 통합 전망 등을 설명하고 설득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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