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병묵 기자)
국민의당 박지원 의원은 안철수 대표의 광주 방문과 관련, 페이스북에 “만약 불상사가 나면 제2의 정원식 밀가루사건, 김영삼(YS) 전 대통령 광주유세사건처럼 번지는 것을 우려했다”며 호남 방문 취소를 권유했다.
이는 YS의 광주유세사건에 대한 몰이해가 아니면 호남 지역민들의 시민의식에 대한 폄훼다.
1987년, 제 13대 대선을 앞두고 YS는 군정종식 국민대회를 위해 광주를 찾았다. 돌멩이와 각목 등이 날아와 2분 만에 연설을 중단해야 했다. 이는 김대중(DJ) 전 대통령이 영남지역을 찾았다가 유사한 일을 당한 것에 대한 보복이라는 이야기가 돌았다. 그러나 사실은 이는 전두환 정권의 지역감정 조장, 양김 견제가 개입돼 있는 사건이라는 것이 진실이다. 물론 전두환 정권은 이를 부인하고 있지만.
송경숙 민추협 사무부총장은 지난 2011년 본지 인터뷰에서 YS의 광주 유세 당시를 다음과 같이 묘사했다.
“광주 유세장에서 흩어지면 안 된다. 죽어도 여기서 죽어야 된다'며 막고 있는데 누가 내 머리카락을 잡아 쥐고 질질 끌고 갔다. 그 과정에서 7~8분 두들겨 맞았다. 그들이 유세가 시작되자 돌을 집어 던지고 조그만 YS피켓에 불을 붙여서 유세단상에 던졌다.”
박종웅 전 국회의원은 이들에 대해, 광주의 일반 시민들이 아닌 외부세력이 개입했다는 증언을 남겼다.
“돌을 던진 사람들의 인상착의를 보니 상당수가 기관에서 동원된 것으로 보였다. 영남에서 DJ가 유세를 할 때도 비슷한 사람들이 있었다. 여당이 지역감정을 불러일으키려고 뒤에서 조종한 게 아닌가 싶다” (<김영삼의 사람들> 中)
심의석 전 한나라당 성북구갑 위원장 역시 2011년 본지 '민산되짚기'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은 경험담을 전했다.
"여수 집회 당일 전경 버스 10대가 왔는데, 저는 당연히 사고가 안 나도록 감시하고 질서 유지를 위해 온 줄 알았는데 집회가 시작되니까 전경들이 외투 속에서 돌멩이를 꺼내서 마구 던졌다. 찬조 연설 때는 가만히 있다가 YS가 연설을 시작하니까 전경들이 돌멩이를 던지기 시작한 거다. 그 건 노태우가 한 것으로 추측한다. 돌멩이를 던지다가 사람들에게 잡힌 전경들이 빌면서 놓아달라고 말하는 것도 아내가 봤다."
YS도 2009년 <시사오늘>과의 만남에서 당시를 이렇게 증언했다.
"광주 시민들이 왜 나에게 돌을 던지겠나. 그건 당시 전두환 정권이 지역감정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인력을 동원, 조작한 것이다"
그 결과 13대 대선에서 양김의 분열은 심화됐고 노태우 대통령이 당선됐다.
그간 박 의원은 안 대표의 통합 행보에 대해, YS와 빗대어 쓴소리를 해왔다. 호남계의 핵심으로서, 정치공학적으로 충분히 할 수 있는 발언들이다. 그러나 이번 발언은 ‘너무 나간’감이 있다. 호남의 시민의식은 안 대표가 통합 행보를 한다고 해서 돌을 던질 만큼 저열하지 않다.
YS가 대통령에 당선된 후에 ‘그래도 5·18을 바로잡아 준 것은 YS’라며 반겼던 이들이 바로 광주시민이다. 1987년의 YS 광주유세 사건과 같은 일은 군부정권의 조작이 있어야 가능했던, 비정상적인 해프닝이지 호남의 민심이 아니라는 것을 박 의원은 잠시 잊은 것 같다. 광주민심에 의해 YS가 돌세례를 당했다고 믿는 사람은 '전두환'뿐이라는 것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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