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집값이 무섭게 치솟고 있다. 잇따른 부동산대책 발표에도 주택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면서 '어게인 노무현'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18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해(지난 11월 말 기준) 전국 주택 매매가는 1.4%(수도권 2.1%, 지방 0.7%) 상승했다. 이는 전년 대비 2배 이상 오른 수치다. 지난해 전국 주택 매매가 상승률은 0.71%(수도권 1.32%, 지방 0.17%)였다.

6·19 부동산대책, 8·2 부동산대책 등 강력한 규제 정책을 펼쳤음에도 되레 부동산 시장 과열이 확대된 것이다.

업계에서는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투자자들이 안정적인 부동산 시장을 택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지난 11월 기준 올해 누계 주택 매매 거래량은 87만5000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9.2% 감소했다. 거래량이 줄었는데도 가격은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의 규제에 따른 투자자들의 호가 위주 상승 현상이라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대표적인 예가 경기 성남 분당 지역이다. 부동산투자자문회사 '양지영 R&C 연구소'가 이날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난 5월부터 11월 말까지 분당 지역 내 아파트 가격 상승률은 5.98%로 전국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8·2 부동산대책 당시 투기과열지구 지정에서 제외된 데 따른 결과라는 게 중론이다. 풍선효과를 노리는 투기세력이 분당으로 몰렸다는 것이다. 이후 분당은 9·5 대책에서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됐지만 이미 재건축 시장 등이 급격하게 과열된 상황이어서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과거 참여정부 시절 집값 폭등 현상의 재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또한 다주택자 대출 규제가 본격 시행되는 내년에는 다를 것이라는 분석도 동시에 제기된다.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은 "하늘이 두 쪽 나도 부동산만은 잡겠다"며 30여 차례 이상 부동산 시장 과열을 막기 위한 정책을 추진했다. 하지만 시장은 정반대로 움직였다.

후에 노 전 대통령은 자서전에서 "강력한 유동성 규제는 다른 부작용이 있을 수 있어 다른 수단으로 관리하려다 낭패를 봤다"고 밝힌 바 있다. 시중에 풀린 자금의 부동산 시장 유입을 관리하지 못해 집값 폭등을 불렀다고 회고한 것이다.

이와 관련, 양지영 R&C 연구소장은 "개발 탄력으로 인해 기대수익률이 높을 경우 정부의 규제에도 가격이 상승할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최근 시장은 거래량이 줄어들고 있고, 대출규제 본격화와 입주물량 증가, 금리까지 지속해서 인상되면 아파트값 상승 탄력이 이어지긴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부동산 시장으로 투자자금이 쏠리는 현상을 방지해야 궁극적인 집값 안정화를 노릴 수 있는 만큼, 정부와 재계가 안정적인 투자처 발굴·촉진을 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결국 수십년 간 이어진 부동산 불패 신화가 계속 되고 있는 셈"이라며 "정부와 기업들이 나서서 부동산 시장 외 투자처를 조성해야 하는데, 문재인 정부는 산업 쪽에 구체적인 청사진을 그리지 못하고 있고, 기업들은 자기 곳간만 채우고 있으니 집값이 과연 떨어지겠냐"고 꼬집었다.

박근홍 기자 sisaon@sisaon.co.kr이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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