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정유사화(丁酉士禍)는 적폐청산인가 정치보복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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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정유사화(丁酉士禍)는 적폐청산인가 정치보복인가
  • 강상호 한국정치발전연구소 대표
  • 승인 2017.12.21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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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호의 시사보기>정권교체기마다 반복되는 ‘현대판 사화’, 더 이상 되풀이되지 않길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강상호 한국정치발전연구소 대표)

다사다난했던 정유년(丁酉年)이 저물어 가고 있다. 며칠 있으면 황금 개띠 무술년(戊戌年) 태양이 동해에 떠오른다. 슬픔도 아픔도 그리고 아쉬움도 정유년과 함께 떠나보내고 새로운 희망이 모두의 가슴 속에 피어나길 기대한다. 문무일 검찰총장의 ‘적폐청산 관련 수사 연내 마무리’ 발언도 그러한 맥락에서 이해하고 싶다.

권력은 폭력인가? 조선시대 연산군 시대에서 명종 시대까지 4대 사화가 있었다. 4대 사화란 조의제문과 관련한 무오사화(戊午士禍), 연산군의 어머니 폐비 윤씨와 관련한 갑자사화(甲子士禍), 조광조와 신진사류의 몰락을 가져 온 기묘사화(己卯士禍) 그리고 대윤과 소윤의 권력다툼에서 발생한 을사사화(乙巳士禍)를 말한다.

사전적 정의로 사화(士禍)란 조신(朝臣)과 선비들이 반대파에게 몰려 화(禍)를 입은 사건이다. 간단히 말하면 정쟁에서 정치 엘리트들이 반대파에 의해서 집단적으로 숙청당하는 사건이다. 대부분의 사화가 명분과는 달리 진영 간의 정치보복으로 이어졌다. 신진세력과 훈구세력의 대립이 개혁을 명분으로 시작됐지만 결과는 부관참시(剖棺斬屍)와 멸문지화(滅門之禍)로 나타났다. 극단적인 정치보복 형태였다. 역사적으로 정치에서 명분과 정치보복은 동전의 양면인 경우가 많았다.

민주화 세력과 산업화 세력, 진보와 보수로 포장된 현대판 한국정치를 조선시대 4대 사화와 비교할 수 없지만 정권이 바뀔 때마다 수많은 정치 엘리트와 사회 지도층 인사가 처벌되는 이 현상을 뭐라고 말해야 하는가? 여러 가지 이유로 진영을 나누고 내 편이 아니면 타도 대상으로 매도하는 이 후진적 행태를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자신은 선으로 상대는 악으로 규정하는 정치문화가 조선시대 4대 사화와 무엇이 다른가?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과 문재인 정권의 출범을 전후하여 구속된 사회 지도층 인사들의 숫자를 살펴보면, 대통령을 비롯한 고위 공직자가 37명에 이른다. 고위 공직자 중에는 전직 국정원장3명과 전직 장차관급 13명이 포함되어 있다. 민간인으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최경희 이화여대 총장 등 사회 저명인사가 15명에 이른다. 불구속 기소된 피의자들을 고려하면 재판 결과에 따라서 더 많은 사람들이 감옥으로 갈 것이다. 필자는 이 현상을 2017년에 발생한  정유사화(丁酉士禍)라 칭한다.

필자의 핸드폰에 극명하게 대비되는 2장의 사진이 저장되어 있다. 한 장의 사진은 구속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 버스에서 내려 수갑을 차고 팔목을 잡힌 채 법정으로 들어가는 사진이고, 한 장의 사진은 한미정상회담에 나선 문재인 대통령이 부인 김정숙 여사와 함께 비행기 트랩에 올라 환송 나온 인사들에게 미소 지으며 손을 흔드는 사진이다. 사회 각 분야에서 권력이 남용된다고 생각될 때 이 사진을 들여다본다.

고려장(高麗葬)과 관련된 이야기가 생각난다. 늙은 어머니를 산에 버리고 돌아오는데 아버지와 동행한 아들이 거적을 챙겨 내려오는 것을 보고 아버지가 아들에게 그 이유를 물으니 나중에 아버지를 버릴 때 필요할 것 같아서 가져온다고 하자, 다시 산에 올라 늙은 어머니를 집으로 모셔왔다는 이야기다. 정상에 오르면 예외 없이 내려올 수밖에 없고 권력이 대단해 보여도 세월이 지나면 부질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우리는 종종 이를 잊고 산다.

요즘 한국 사람들이 국내외에서 외국 사람들을 만나면 공통적으로 자주 접하는 질문이 있다. “한국의 대통령과 주변 사람들은 임기가 끝나면 전부 감옥에 갑니까?”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맞는 외국의 대통령이나 총리들도 말로 표현하지 않지만 마음속으로 물을지 모른다. “당신도 임기가 끝나면 감옥에 갑니까? 국격에 관한 문제다. 제대로 대접받을 수 있겠는가?

정치 엘리트들이나 사회 지도층 인사들이 정권교체기마다 처벌받는 현대판 사화가 더 이상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란다. 그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국민들을 위해서다. 많은 사람들이 이미 심각한 피로감에 젖어있다. 이 피로감이 정치 불신을 심화시키고 정권의 발목을 잡지 않을까 우려된다.

정유사화(丁酉士禍)가 적폐청산인가 정치보복인가는 결과가 말해준다. 아무튼 국민들은 이 현상에서 빨리 벗어나고 싶을 뿐이다. 작금의 폐해가 사람이나 운영의 문제가 아니라 제도의 문제라는 인식은 이제 상식이 되었다. 개헌이 국민적 차원으로 확산되는 이유다. 

 

- 정치학 박사
- 고려대학교 총학생회장
- 행정자치부 중앙 자문위원
- 경희 대학교 객원교수
- 고려 대학교 연구교수
- 국민 대학교 정치대학원 겸임교수(현)
- 한국정치발전연구소 대표(현)
- 국회 개헌특위 자문위원(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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