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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미의 알바생 보호법] “인격을 파는 사람이 아닙니다”
<법안 톺아보기(18)> 정의당 이정미 의원, 산업안전보건법 일부개정법률안 대표발의
2017년 12월 21일 17:27:23 정진호 기자 sisaon@sisaon.co.kr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칼바람이 뺨을 스치던 2017년 겨울의 어느 날. 서울시 마포구 상수동에 위치한 한 작은 카페에서 소동이 벌어졌다. 생과일주스 리필(refill)을 요구하는 고객과, 업장 규정상 생과일주스는 리필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는다는 종업원 A씨(24·여) 사이의 실랑이였다.

“생과일주스 리필 좀 해줘.”
“죄송합니다 손님. 저희 가게에서는 생과일주스 리필이 제공되지 않습니다.”
“커피는 되는데 왜 생과일주스는 안 돼!”
“규정상 커피 리필만 가능합니다 손님. 괜찮으시다면 아메리카노를 제공해 드리겠습니다.”
“이게 누구를 거지 취급하나. 누가 커피 한 잔 얻어먹자고 이러나. 비싼 주스를 시켜서 먹었으면 주스로 리필을 해줘야지. 사람을 거치 취급하네 얘가.”
“죄송합니다 손님. 그런 게 아니라….”

A씨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상황을 지켜보던 주변 사람들도 나서서 말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진상 고객’의 폭언은 멈추지 않았다.

“XX, 누가 주스 한 잔 얻어먹자고 이러냐고. 저게 사람 무시하는 거 아니야.”

결국 연락을 받은 사장이 가게에 등장했다. 사장은 수차례 고개를 숙인 뒤, 생과일주스 리필은 물론 와플(waffle)까지 서비스했다. 그제야 화를 가라앉힌 고객은 “사장이 오니까 해결이 되네”라고 중얼거리더니, A씨를 향해 한마디를 더 던졌다.

“너, 조심해.”

A씨는 오싹함을 느꼈다. 하지만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고객은 자리로 돌아가 생과일주스와 와플을 즐겼고, A씨는 눈물로 번진 화장을 고칠 틈조차 없이 계속 밀려드는 손님을 맞아야 했다. 

   
▲ ‘알바노조’가 9월20일부터 10월3일까지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4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7 편의점 노동환경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체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의 54.4%가 폭언·폭행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 2017년 국정감사 정책자료집

‘무조건 참으라’는 사용자들…알바 인권 짓밟는다

이런 일은 비일비재(非一非再)하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서형수 의원과 ‘알바노조’가 9월20일부터 10월3일까지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4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7 편의점 노동환경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체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의 54.4%가 폭언·폭행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알바몬’이 7월28일부터 8월3일까지 아르바이트생 2507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93%가 손님의 ‘갑질’을 경험한 것으로 드러났다. 구체적으로는 반말로 명령하는 경우(54.2%), 돈이나 카드를 던지는 경우(32.6%), 아르바이트생 권한 밖의 일을 요구하는 경우(28.2%), 자기가 실수해놓고 무조건 사과하라고 하는 경우(24.7%), 트집 잡아 화풀이하는 경우(15.6%) 등이었다.

이처럼 종업원에 대한 위협은 끊이지 않고 있지만, 안전장치는 미비하다. 21일 〈시사오늘〉과 만난 한 사업주는 “정도가 심하면 경찰을 부르기는 하는데, 어지간하면 ‘X이 무서워서 피하나 더러워서 피하지’라는 심정으로 그냥 참으라고 한다”며 “가게 이미지도 생각해야 하고, 경찰이 오면 여러 가지로 문제가 복잡해지니까 귀찮아서 그러는 면도 있다. 가뜩이나 바쁜데…”라고 말했다. 〈시사오늘〉 취재 결과, 실제로 상당수 사업장에서는 종업원에게 “손님은 왕이니 무조건 참아라”와 같은 교육을 하고 있었다. ‘참고 또 참아라’라는 교육을 받은 종업원들이 ‘진상 고객’의 갑질에 속수무책(束手無策)으로 휘둘리고 있는 셈이다. 

   
▲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정의당 이정미 의원은 이 문제를 사용자에 대한 책임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풀어냈다 ⓒ 뉴시스

이정미, 산업안전보건법 일부개정법률안 대표발의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정의당 이정미 의원은 이 문제를 사용자에 대한 책임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풀어냈다. 현실적으로 종업원이 고객 응대 과정에서 취할 수 있는 행동은 한정돼 있으므로, 사용자에게 종업원 보호 책임을 부여하겠다는 의도다. 이 의원은 “현재 대면이나 전화통화 등의 방식으로 고객응대업무에 종사하는 다수의 근로자가 고객의 폭언이나 욕설 등으로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고 있으며, 불안이나 우울과 같은 건강장해를 겪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며 “그러나 현행법에는 이러한 고객응대업무 근로자의 정신적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규정이 미비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 법안은 고객응대업무 근로자가 해당 고객 등으로부터의 분리 및 업무담당자 교체 등 고충 해소를 요청할 경우 사용자가 이를 반영한 조치를 취하도록 하고, 고객의 폭언이나 욕설 등에 대해 대응·관리하는 부서를 설치·운영하도록 함으로써 고객응대업무 근로자에 대한 안전·보호 조치를 마련하려는 것”이라며 “이를 위반할 경우 사용자에게 과태료를 부과하며,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사용자로 하여금 근로자 보호에 대한 안내문을 부착하도록 권고할 의무를 지게 하는 법”이라고 설명했다.

본 법안이 통과되면, 사용자에게는 근로자가 폭언·폭력·괴롭힘에 따른 업무상 스트레스로 인해 발생하는 건강장해를 예방할 의무가 주어진다. 또 고객응대업무 과정에서 폭언·폭력·괴롭힘 등이 발생해 근로자가 고충 해소를 요청할 경우 사용자는 업무담당자 교체, 업무 중단과 휴식시간 부여, 치료·상담 지원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아울러 사용자는 고객의 폭언·폭력·괴롭힘에 대응하고 이를 관리하는 부서를 설치·운영해야 한다. 고용노동부 장관에게도 사용자로 하여금 근로자 보호에 대한 안내문 부착이나 근로자 보호에 대한 사전 고지를 하도록 권고할 의무가 부여된다.

   
 
   
▲ 본 법안이 통과되면, 사용자에게는 근로자가 폭언·폭력·괴롭힘에 따른 업무상 스트레스로 인해 발생하는 건강장해를 예방할 의무가 주어진다 ⓒ 국회 의안정보시스템

이 법안에 대해 21일 기자와 만난 A씨는 “공감이 되는 법안이다. 현실적으로 이상한 손님이 전혀 없을 수는 없다. 문제는 이상한 손님이 왔을 때 사장님이 아르바이트생을 보호할 생각 없이 그냥 방패막이로 세워놓는다는 것”이라면서 “법으로라도 사장님이 아르바이트생을 보호하게 만들면 훨씬 사정이 나아질 것 같다”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한편 본 법안은 지난 4월 MBC <무한도전> ‘국민의회’ 특집에서 제안된 내용으로 국민들의 깊은 관심을 받고 있다. 당시 이 의원은 우리나라 서비스업 현실에 대해 언급하면서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들에 비해 과잉 친절, 과잉 서비스가 너무 많다. ‘손님이 왕이다’ 하는 것이 너무 뿌리깊이 박혀있다”며 “손님이 직원을 무릎 꿇리고 할 때 사업주가 ‘우리는 당신들에게 서비스를 판매하지 인격을 팔지 않는다’고 당당하게 말해야 한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 오히려 직원들에게 화를 내고 직원들은 손님에게도 보호받지 못하고 사업주에게도 보호받지 못한다”고 비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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