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한설희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2월4일로 예정됐던 전당대회를 무산시키고 통합에 대한 모든 결정을 전당원 투표와 중앙위원회의에 일임했다. 일각에서 ‘무리수’라고 비판하는 이러한 결정에는 2·13 통합 전당대회를 지연시킬 수 없다는 초조함과 반대파의 방해로 최종 부결될 수 있다는 불안감, 민평당에 대한 반감 등이 배경이 됐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 2·13 통합 지연 ‘결사반대’… 통합 피로감 우려
안철수 대표와 유승민 대표는 2월 중순부터 시작되는 설 명절 전까지 통합을 완성시켜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통합 과정을 둘러싸고 국민의당 내홍이 극단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시간만 더 끌게 되면 국민들의 정치 피로감만 커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안 대표는 1일 열린 2차 통합추진위원회 모두발언에서 “2월13일 통합 전당대회까지 대회 당일과 주말을 빼면 열흘이 채 남지 않았다”며 “남은 기간 동안 할 일들을 충실히 꼼꼼하게 해나가겠다”고 밝혀, ‘13일 통합 완성’에 대한 각오를 다졌다.
이날 유 대표 역시 “아직도 통합 문제로 산고(産苦)를 겪고 있지만, 2월 13일에는 모든 당내 절차와 장애물을 극복하고 정말 하나가 되는 날을 만들어야한다”며 “(안 대표가)끝까지 당 내부적 문제를 잘 극복하셔서 2월 13일 같이 희망을 이야기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힘을 실었다.
전대준비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중로 의원도 지난 31일 전당대회 연기 가능성에 대해 “이미 2월 5일 바른정당 전당대회와 13일 통합 전당대회가 예정돼 불가능하다”고 못 박은 바 있다.
지난달 30일 <시사오늘>과 만난 당 핵심 관계자도 이와 관련해 “전당대회가 미뤄진다고 보지 않는다”며 “바른정당과의 약속을 어길 수 없고, 통합이 미뤄지면 모두에게 불리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安, ‘각목전대’ 또는 ‘최종 부결’ 불안감도… 자신감 결여
안 대표는 수차례 “통합은 전당대회를 통해 당의 주인인 당원들이 결정하면 될 일”이라며 결과를 낙관했으나, 지난 30일 일부 대표당원들의 이중당적 문제와 당비대납 문제가 밝혀지면서 ‘폭력 사태’나 ‘부결 사태’가 발생할 수 있겠다는 불안감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당 백현종 조직위원장은 지난달 30일 기자간담회에서 “통합 반대파인 민주평화당 당적을 가진 대표당원이 동명이인 포함 1028명 발견됐다”며 “민평당 창당발기인 명단이 2485명인데, 그들 중 이중당적자가 동명이인 포함 1028명이라는 것”이라고 발표했다.
1000명이 넘는 반대파 당원들이 집결했을 시, 폭력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미 국민의당은 지난 1월 전당대회를 의결하는 당무위에서 찬반파 당원들의 폭력 사태가 벌어진 적이 있다.
또한 이번 통합에 정치 생명을 건 안 대표가 반대파 당원들이 대거 참여한 전당대회에서 혹시라도 부결될 가능성을 우려해,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을 택한 것일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전당원 투표는 작년 12월 27일 통합 추진과 관련된 ‘안철수 재신임 투표’에서 안 대표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전당대회를 추인하는 중앙위원회의 의장은 대표적인 친안(親安)계 인사로 분류되는 권은희 의원이다. 결국 오는 5일 전당원 투표 진행, 11일 중앙위 추인, 13일 최종 합당 절차로 흘러가면, 이는 형식만 있을 뿐 통합을 위한 절차에 더 가깝다.
◇ 민주평화당에 대한 반감 있어… 安 “민평당, 전대 무산시키려 불법 동원”
또한 안 대표의 이러한 결정에는 민평당에 대한 반감도 섞여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안 대표는 반대파 의원들이 먼저 민평당을 창당하자 “해당행위가 도를 넘었다”며 “응분의 조치가 있을 것”이라고 강력하게 비난한 바 있다. 이에 전당대회 자체를 무산시켜 민평당의 방해를 사전부터 차단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안 대표는 이날 통추위 직후 기자들과 만나 민평당을 겨냥해 “대한민국 정당 역사상 당내에서 이렇게 여러 가지 불법적인 방법을 동원해서 전대를 무산하려고 한 점은 처음일 것”이라며 이들의 방해 공작이 심각하다고 주장했다.
김중로 의원 역시 지난달 31일 대표당원 의혹을 제기하며 “처음부터 반대 측에서는 찬반 토론에는 관심이 없고, 시작부터 트집을 잡는 방해공작을 계속하고 있다”며 “지금 진행 과정을 보면 어떤 문제가 생길지 모른다. 우리 당 로드맵에 맞춘 절차를 방해하고 무산시키려는 의도로 볼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날 안 대표는 기자들이 '민주평화당 소속 의원이 통합신당에 온다고 한다면 징계를 풀어줄 생각이 있느냐'고 묻자 “아직 현실화되지는 않은 경우여서 가정법으로 말씀드리긴 어렵다”며 대답을 회피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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