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변상이 기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법정 구속된 가운데 잠잠했던 형 신동주와의 갈등이 또 다시 감지되는 모양새다.
롯데그룹은 2015년 부터 신 회장의 형인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과의 경영권 분쟁을 이어왔다. 앞서 번번히 경영권 탈환에 실패해온 신 전 부회장은 이번 신 회장의 구속된 다음날 거센 비난을 퍼부었다.
신 전 부회장은 구속 다음날인 14일 자신이 운영하는 ‘롯데 경영권 정상화를 요구하는 모임’ 홈페이지에 ‘신동빈씨에 대한 유죄 판결과 징역형의 집행에 대해’라는 제목의 자료를 냈다.
신 전 부회장은 “한일 롯데그룹의 대표자 지위에 있는 사람이 횡령 배임 뇌물 등의 범죄행위로 유죄판결을 받고 수감되는 것은 롯데그룹 70년 역사상 전대미문의 일이며 극도로 우려되는 사태”라며 “신동빈 씨의 즉시 사임·해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본에서는 기업 경영진이 실형을 선고받으면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일본롯데홀딩스가 조만간 이사회나 주주총회 등을 소집해 실형을 선고받은 신 회장의 대표이사직 해임을 결의할 가능성이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재계는 오는 6월로 예정된 일본 롯데홀딩스 정기주주총회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신 회장은 현재 쓰쿠다 다카유키 사장과 일본 롯데홀딩스 공동대표를 받고 있다. 호텔롯데의 최대주주인 일본 롯데홀딩스 경영권이 쓰쿠다 다카유키 사장 등 일본 전문경영인에게 넘어갈 경우 한국 롯데그룹 지배구조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일본 롯데롯딩스 주요 지주는 광윤사(28.1%), 종업원지주회(27.8%), 관계사(20.1%), 임원지주회(6%) 등이며 신 회장의 지분율은 1.4%에 불과하다.
신 전 부회장이 앞서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직에서 해임되는 쓴 맛을 본 만큼 이번 기회를 놓치지 않을 것이란 게 업계 시각이다.
신 전 부회장은 지난 2015년 1월 열린 일본 롯데홀딩스 임시주총에서 해임됐다. 같은 해 8월, 2016년 3월과 6월, 2017년 6월 등 4차례에 걸친 임시·정기 주총에서 모두 신 회장에게 패했다.
다만 일본 롯데홀딩스 최대주주인 광윤사는 2015년 10월 이사회를 열고 신 회장을 등기이사에서 해임한 후 신 전 부회장을 새 대표로 선임했다. 이에 따라 신 전 부회장은 광윤사 지분(50%+1주)를 보유한 절대적 과반주주로 올라섰다.
이를 두고 그룹 안팎에선 큰 이변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 전 부회장의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이 높아지거나 일본 주주들이 신 회장을 지지하는 상황 등에는 변함이 없을 것으로 예측했다.
또한 신 회장의 항소심 절차가 남아있어 경영권 교체가 쉽게 이뤄질 순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 롯데홀딩스 주요 주주인 종업원지주회, 관계사, 임원지주회 등은 신 회장을 지지하고 있어 이들을 설득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재계 관계자는 “신 전 부회장이 항상 해왔던 주총 개최 방법으로 계속해서 이의제기를 하겠지만 상황이 바뀐 건 없다”며 “현재 롯데그룹에서 총수 부재라는 요소 외에는 신 전 부회장 측에 유리한 상황이 없다”고 말했다.
한편 롯데는 신 회장 재판 이후 곧바로 판결문을 검토한 뒤 항소이유서를 2심 법원에 제출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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